시즌방 이야기 #7

in #kr6 years ago (edited)

동계 올림픽이나 ESPN 에서 주관하는 Winter XGAMES 같은 이벤트에는 여러 형태의 스노보드 종목이 있다. 여러 종목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스노보드 크로스 Snowboard Cross 종목이다.

동계 올림픽에서는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처음으로 정식 채택되었는데, 박진감 하나는 일품인 종목이다. 4명에서 6명의 보더가 좁은 다운힐 코스를 따라 라이딩하며 순위를 경쟁하는 방식으로, 코스의 구성에 따라 엎치락뒤치락 순위 경쟁이 치열한 것이 매력이며, 변수도 많아 상당히 재밌는 종목이다.

동계 올림픽으로 한정했을 때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경기는 2014년 소치 올림픽 남자 결승이다. 약 800m 에 달하는 코스 중반까지도 6명의 선수가 타이트하게 붙어 낙오하는 선수 없이 치열하게 순위 경쟁이 펼쳐졌고, 결승선 직전 마지막 킥을 뛰기 전까지도 확실한 선두가 나오지 않아 긴박감과 박진감이 대단했다.

당시 시즌방에서 티비 앞에 시즌방 식구가 전부 모여 시청을 했는데, 마지막 곡선 코스 진행에도 1위와 2위의 차이가 몇 센티미터에 불과했다. 그랬던 차이가 마지막 킥 진입 후 점프 시 총알처럼 튀어나간 프랑스 선수에 의해 후욱 벌어지며 우승이 결정된 장면에 모두 경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종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프랑스 선수는 올림픽 2개월 전 십자인대 부상을 당해 부목을 대고 경기에 출전해, 끝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때는 여자 결승이 재밌었는데, 레이스 초반 자리다툼으로 한 명이 낙오되고 중반에 또 한 선수가 코스 바깥으로 튕겨 나가며 금메달 은메달이 싱겁게 결정되는 듯했다.

너무나도 여유 있는 레이스에 선두였던 미국 선수는 점프 후 데크를 잡는 그랩 을 선보이며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곡선의 코스도 우아하게 돌아 나오며 이미 금메달이 택배로 발송돼 배송 중인 상태를 자축했고, 결승선 직전의 웨이브에서도 멋지게 그랩을 시전 한때, 착지 중 엣지가 터지며 자빠졌다. 결국 한참 뒤에서 달려오던 선수에게 금메달을 증여하기에 이른다.



2010년 밴쿠버 대회도 재밌었는데, 코스의 폭이 상당히 좁아 박진감이 넘쳤으며 선두를 달리던 캐나다 선수를 막판에 미국 선수가 추월하는 장면이 백미였다.

스노보드 크로스는 멋지게 혹은 이쁘게 돌아나가거나 점프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자리다툼을 이겨내 최적의 포지션을 잡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 후 냅다 달려야 한다. 따라서 데크의 선택에 있어서도 뛰어난 베이스의 활주성과 강력한 토션을 이겨낼 수 있는 하드한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나무가 주를 이루는 데크의 안에 탄성이 좋은 빔 형태의 소재를 넣는다든가, 데크의 떨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티타늄 등의 소재로 얇은 판을 만들어 넣기도 한다. 아주 조금의 개선이라도 이루기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되며, 신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데크가 나오면 마케팅은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생각해보면 내가 영상의 선수들처럼 극한의 라이딩을 할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장비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실력도 안되면서..

역시 사람은 시간이 지나야만 성숙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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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기는 누가 넘어질까봐 조마조마하면서 보게 되요. 오랜만에 오셨네요. :)

맞아요. ㅋㅋㅋ 데크가 길어서 살짝이라도 닿으면 넘어지니까 아슬아슬한 게 재밌어요. 새해다 보니 원화 채굴에 집중했더니 잘 못오게 되네요. :)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machellin 님. 너무 오랜만에 뵈어요. ^^ 시즌방 이야기로 돌아오셨군요. 저도 장비에 집착하는 물욕을 좀 버리려 하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은것 같아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ㅎㅎ

열심히 원화 채굴하며 지냈습니다. ㅎㅎㅎ 레일라님도 장비 욕심 있으시군요. 떨쳐내기 힘든 지름신 ㅎㅎㅎㅎ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한국 들어가시는 거죠?

채굴에 힘쓰고 계셨군요. 마쉘린 님의 글을 기다렸는데, 스팀잇도 자주 들어와주세요. -_ㅠ
설에는 파리에 남아있을 예정이에요. 여기서 전이나 좀 부쳐먹어야죠. ㅎㅎ
베트남은 지금 18도 정도 되네요. 그쪽으로 휴가를 간 지인들이 너무 덥다고 하던데, 건강 유의하셔요.

그래도 14만원짜리 바밀로 저소음적축 키보드는 살 예정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응? 하다가 잠깐 후 이해했습니다. ㅋㅋㅋㅋ 설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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