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욱의 <교과서보다 쉬운 독학 국사 1>을 읽고

in #kr7 years ago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국사를 전혀 공부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나 공부를 할수록 국사 지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국사 공부를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어떤 책으로 공부를 할까 고민을 하던 중에 지인의 추천을 통해 박천욱의 <교과서보다 쉬운 독학 국사> 시리즈를 소개받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총 2권으로 되어 있는데 나는 아직 1권밖에 읽지 않은 상태이다. 물론 아직 절반 밖에 읽지 않은 것과 다름이 없지만 이 책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 앞으로도 이 책으로 계속 공부해서 국사를 마스터하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저자가 서문에도 언급했듯이, 이 책은 역사의 사실과 이론을 규명하려는 전문 학술 도서와 다르다. 이 책은 이미 규명된 역사적 사실을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새로운 유형의 역사서이다. 저자는 역사 사실 사이의 연관성, 곧 별개의 역사사실들을 구조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는 법칙을 찾아보자는 의도를 가지고 책을 썼다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은 매우 알차다. 또한 이 책은 직접 강의를 수강하는 것처럼 설명이 되어 있어서 술술 재미있게 읽힌다.

가령 이런 식이다.
‘이제는 광개토 대왕릉 비문을 둘러싼 동양 3국 학자들 간의 논란에 대해서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너무 학술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오히려 폭넓은 역사 공부에는 방해가 될 수도 있기에 망설였는데, 고대사 부분의 시각 차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일제의 식민 통치 합리화 문제, 식민 사관의 정당성 문제 등 한일 양국의 자존심까지 겹쳐 엄청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피해갈 수가 없겠습니다. -63쪽.’

또한 이 책은 다른 역사 해설책과는 다르게 ‘역사 자르기’라는 내용을 제공하고 있어서 역사의 정의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만든다. 저자에 의하면 역사학이란 인간을 대상으로, 예전의 일을 알아 그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견하려는 학문이다. 직립 보행하는 최초의 인류가 출현한 약 3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일어난 모든 사실들이 역사학의 연구대상이 된다. 어떤 학문을 공부할 때 이렇듯 그 학문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에서는 이렇게 하나의 학문이나 과목에서 무엇을 배우는 것인지를 교사들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EBS, 사설학원들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무조건 사설학원이나 강사들을 욕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교육이 얼마나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학교에서만 제대로 배웠더라면 내가 길고 긴 시간을 돌아서 국사를 이렇게 공부할 이유는 없을테니 말이다. 아무튼 학교 국사 교육에 실망을 하고 다시 공부를 해야한다면 이 책을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말 그대로 어려운 국사도 ‘독학’을 가능하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저자는 16쪽과 17쪽에서 국사에서의 시대 구분도 명확하게 밝혀준다. 16쪽에 의하면 우리 역사의 시대 구분은 기본적으로는 서양사의 시대 구분론을 빌려왔지만 그대로는 아니라고 한다. 오랫동안 서양과는 큰 관련 없이 독자적 발전을 이루어 왔기 때문에 서양사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사에서는 역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조화시켜, 서양사의 5시기론과 전통적인 왕조 개념을 병용해 시대 구분하는 것이 현재까지 국사 연구에서의 통설이다. 모든 나라의 역사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보편성이란 인류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곧 크게 보면 서양사에서 나타난 과정이 시기는 다르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나타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1970년대 미국 사회에서 나타난 현상을 80년대에는 일본에서, 90년대에는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특수성이란 말 그대로 그 민족 또는 국가만의 독특한 역사 발전 과정을 의미한다. 정보화 시대, 우주 시대의 선진국과 돌을 주된 도구로 사용하는 아프리카 오지의 종족이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동일하게 취급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예도 저자는 들어준다. 그리고 저자는 국사 교과서에서는 선사, 고대, 줏에, 근대, 현대의 5시기에 우리 역사의 특수성에 따라 중세와 근대 사이에 근세와 근대 태동기, 근대와 현대 사이에는 독립 운동기의 3시기를 추가해 8시기로 구분했음을 밝힌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 책에서는 ‘선사,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태동기, 근대, 독립 운동기, 현대’로 시대가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1권에서는 선사 시대부터 근대 태동기까지의 설명이 나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철학, 유학에 관심이 많아 14주제인 ‘유학의 발달과 역사서의 편찬’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 부분은 어렵기도 하지만 조선왕조를 지탱해 온 유학의 출발점에 대해 배운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저자는 고려 초기엔 국가의 기반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북진 정책을 표방하고 거란과 맞서는 등 자주성을 유지했다고 한다. 고려 초기의 유학의 성격도 자주적, 주체적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고려 초기 유학의 특기 사항으로 광종 때의 과거 제도 실시와 성종 때의 유교 정치 사상의 채택을 들 수 있으며, 이 두 가지는 고려 시대에 유학이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유교 저이 이념 정립 시기의 유학자인 최승로, 김심언 등은 고려 초기를 대표하는 유학자로, 유교를 사회 개혁과 문화 창조를 위한 치국의 근본 사상으로 인식했다. 때문에 사대적이거나 관념적인 성격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했다.

그 결과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성격을 가질 수 있었다. 유교는 본래 중국에서 형성되어 중국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면이 강하다. 유교 자체에 몰입해 관념화하면 자주성을 가지기 어렵다. 그렇지만 유교를 국가의 질서를 바로한다는 의미의, 현실 개혁의 수단으로 여길 때에는 자주성을 보인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예는 고려 말의 성리학이나 조선의 훈구파와 사림파의 성격 비교 과정에서도 그대로 발견할 수 있다.

흔히 유학이나 성리학이라고 하면 ‘구식의 사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학이 조선을 지탱했던 사상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고 이렇듯 국가 질서를 바로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에 인문학 전공자 뿐만 아니라 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유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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