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리 도시히로의 <30분 경제학>을 읽고

in #kr7 years ago

이호리 도시히로의 <30분 경제학>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가 생일선물로 보내준 책이었다. 사실 경제학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어서 오랫동안 이 책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주말을 맞아 문득 이 책이 떠올라 한 장, 두 장 읽게 된 것이다. <30분 경제학>의 저자인 이호리 도시히로는 도쿄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도립대학교와 오사카대학교에서 조교수를 거쳐 도쿄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근무했다. 현재는 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권위 있는 경제 컨퍼런스에서 활발하게 자문을 하며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저자의 화려한 이력만 놓고 보았을 때 저서의 내용도 상당히 심오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30분 경제학>은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교양서적이다. 내 생각에 <30분 경제학> 정도의 수준은 고등학생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경제학’이라는 단어만 보고 지레 겁을 먹고 읽지 않았던 지난 날들이 떠올라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람들은 경제학을 학문으로만 알 뿐이지만 실제로 지금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점점 경제학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경제를 다루지 않는 날이 단 하루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단지 흘러가는 정보를 입력한다고 해서 진정한 교양을 익힐 수는 없다. 따라서 저자는 어떤 경제의 움직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사고의 틀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경제학적 사고란 무엇인가하는 물음이 떠오르게 된다. 저자는 경제학적 사고란 모든 일을 상대적인 관계에 따라서 결정한다는 사고방식이라고 깔끔하게 설명한다. 이에 대해서 물건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 공급의 상대적인 관계로 결정한다는 것을 한 예로 들어준다.
또한 이 책은 ‘경제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부터 시작하여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까지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경제학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을 이 책 한 권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사실 경제학 원론,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을 간략하게 핵심만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경제학적 지식과 그러한 지식을 풀어내는 재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이 책의 17쪽에서 경제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확실히 정의를 내린다. 저자에 의하면 경제학은 다양한 사람이나 조직이 시장에서 재화 및 서비스의 돈을 서로 교환하는 행동을 어떤 가설을 기초로 모델화하여 간단하면서도 이론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은 경제주체가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여긴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경제학에서는 인간이 항상 이익과 손해를 생각해서 더 나은 선택을 하고 행동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20쪽에서도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에 대한 설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저자에 의하면 경제학은 크게 2분야로 나뉜다. 바로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이다. 미시경제학이 하나하나의 경제주체를 분석대상으로 하는 데 비해서 거시경제학은 국민경제 전체를 크게 하나로 묶어서 분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시경제학은 개별 가계와 기업 같은 미시경제주체의 행동분석을 시작으로 시장 전체의 수요, 공급을 분석하고 경제를 설명한다. 이후 각 장에서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는데, 저자는 가계는 예산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효용적 만족감을 최대한으로 하기 위해서 행동한다고 한다. 기업은 생산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익을 최대한으로 하는 쪽으로 행동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거시경제학에서는 개개의 경제주체가 하는 미시적인 행동보다는 동기, 인플레이션, 실업, 국민총생산, 경제성장 같은 국민경제 전체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인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경기가 어떻게 변동하는지, 경제성장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지, 실업이나 디플레이션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세계금융위기는 어떻게 생겨나는지 등 생활과 밀착한 경제현상을 다룬다.

그리고 내가 특히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주제 두 가지를 소개해보겠다. 먼저 게임이론(Game theory)와 관련된 것이다. 내 친구들 중에는 경영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은 편인데, 그들 중 다수가 게임이론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게임이론을 공부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릴 적에 즐겨했던 오락실의 게임이 떠올랐지만, 이 이론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본 적은 없다. 그런데 마침 이 책의 111쪽에서 게임이론에 대해 쉽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었기에 오랫동안 용어만 알고 내용은 모르고 있었던 게임이론을 공부하게 되었다. 111쪽에 의하면 게임이론은 미시경제학에서 경제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유익한 분석틀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학습, 인식, 언어, 진화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지과학과 심리학, 생물학과 같은 관련 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인간의 행동 가운데 언뜻 보면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니, 신기하고 놀라웠다. 저자는 게임이론은 플레이오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환경이기 때문에 전략적 사고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미시경제학에서 이 상황에 가장 잘 맞는 것은 소수기업이 서로 상대방의 전략을 읽으면서 자기업의 생산량을 결정하는 과점시장이다.

둘째는 정치와 경제의 관계이다. 277쪽에 의하면 경제정책은 정책 담당 정당, 즉 여당이 결정한다. 이때 정치인은 다음 2가지 원리에 따라 행동한다고 한다. 첫째는 정치인은 정권을 획득하고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정당은 정권 획득과 유지를 최대 목적으로 하고 있고, 정권 획득을 위해서라면 어떤 정책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원리에서 보면 정당은 어쨌든 선거권이 있는 사람들의 지지를 많이 받기 위해서 그들과 같은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둘째로 정치인은 각 정당 고유의 당파적 논의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정당은 각 정치단체의 이해를 대표하므로 정당마다 정책의 목적과 평가가 다르다. 즉 당의 이념과 맞지 않는 정책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30분 경제학>을 읽으며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이론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대부분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앞으로도 경제학과 관련된 책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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