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을 24달러에 판 인디언, 그들은 어리석었을까?
1626년, 네덜란드인들이 인디언들에게 당시 가치로 24달러를 주고, 뉴욕 시의 맨해튼 지역을 모두 사들였다는 사실은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생각이 드세요? 보통은 인디언들이 좀 어리석었다거나, 네덜란드인들이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식으로 희화화되기도 하는데요.
인디언들은 정말 사기를 당한 것일까요?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며 재미있는 역사 공부도 조금 하고, 72의 법칙 / 버크셔 헤더웨이 주식의 추이를 보며 복리의 마술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도록 할께요.
1. 모든 것은 귀여운 비버 때문에 시작
비버 실물을 볼까요?
복실복실한게 귀엽지요? 저 (복실복실한) 털가죽에 눈이 갑니다. 당시 유럽인들은 비버 모피에 푹 빠져 버렸답니다. 비버는 물에 살기에 방수성이 아주 좋고, 가볍고 따뜻한 털가죽으로 유명하거든요. 하지만 귀한 편이고, 생산량도 많지 않은 고급 모피에 속합니다. 당시 유럽인들의 비버 가죽 공급처는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시베리아 / 알래스카까지 개척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데요. 러시아만으로는 공급이 모자랐고, 결국 멀리 북아메리카 지역까지 비버 가죽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당시에 유럽에서 북미까지 이동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비버의 인기를 타고 많은 이들이 탐험에 나섰습니다. 그렇지만, 어렵게 도착했기 때문에 과도한 가죽 욕심을 부리면서 인디언들과의 싸움이 나기 일쑤였지요.
디카프리오가 드디어 연기대상을 수상하게 된, 이 영화에서 그는 가죽 사냥에 나선 유럽인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다가 인디언들과의 싸움에서 큰 부상을 입고 간신히 살아나는데요. 이런 분위기였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뉴욕 맨해튼 지역부터 시작해서 허드슨 강을 거슬러 올라 캐나다 지역까지 전부 비버 서식지였기 때문에, 맨해튼 지역에 터를 잡으면 비버 무역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안전, 편리 및 무역 독점 등을 위해 결국 네덜란드인들은 인디언과 맨해튼을 거래하게 됩니다.
2. 무엇으로 거래를 했을까? 당시 교환비율은?
당시 유럽에서는 은화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탈러"라고 불린 이 화폐는 결국 "달러"의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인디언들에게 이런 귀금속은 큰 의미는 없었고, 물물교환을 하거나 "조가비 염주"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조개껍질을 부수고 비비면 윤이 나는데, 검은색이면 더 가치를 쳐주었습니다. 이들은 이것으로 염주를 만들어 화폐로도 사용할 뿐 아니라 장신구, 기록매체로도 사용하였다고 하네요. 염주를 360개 꿴 것을 1왐품(wampum)이라 하였습니다.
당시 교환비율은 1흑색왐품 = 2흰색왐품 = 5비버 가죽 = 10길더(네덜란드 단위)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결국 인디언들은 네덜란드 단위로 약 60길더(=24 미국 달러 수준으로 추산) 즉, 30비버 가죽 수준의 돈을 받고 맨해튼을 넘겨 줍니다. 조가비 염주 뿐 아니라 필요한 생활/사냥용품으로도 좀 받은 것 같습니다.
인디언들 입장에서는 땅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좀 약했지 않나 싶기도 하네요. 어차피 이동하면서 생활하는 특성도 많았을 거구요.
네덜란드인들은 맨해튼을 사서 "뉴 암스테르담"이라 명명하고 비버 무역을 선점합니다. 그러나 "뉴 암스테르담"은 불과 50여년 만에 영국인들에게 뺏기게 되고, 영국 도시인 York를 따서 그렇게 "뉴 요크(York)"로 바뀌게 되고, 현재까지도 뉴욕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어쩌면 네덜란드인들은 맨해튼을 사고 (50여년 간 엄청난 수익을 냈겠지만) 초기 투자원금은 별도로 돌려받지 못했겠군요^^
3. 사기X, 꾸준한 장기투자 중요성 일깨워 줘
인디언과 네덜란드인 간의 맨해튼 거래에 대해 피터린치는 당시 24달러를 연 8%복리로 불렸다면, 30조 달러가 되었을 것"이라고 1989년에 이야기합니다.
1626~1989년 까지 363년을 연 8%복리로 굴린다면, 대략 32조 달러가 되네요. 원화로 3.4경원이나 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참고로 2016년 한국 주택 시가총액은 3,700조원 정도(한은 기준) 즉, 3.5조 달러 수준이었습니다.
만약 24달러를 2013년까지 연 8%복리로 굴린다면, 무려 206조 달러가 됩니다.
2013년 주요국 부동산 시가총액을 보면,
구분 | 한국 | 미국 | 일본 | 중국 |
---|---|---|---|---|
부동산시가총액 | 5조$ | 20조$ | 10조$ | 24조$ |
부동산시총/GDP | 4.3배 | 1.2배 | 1.7배 | 3배 |
결국, 1626년 24달러를 8% 복리로 잘 굴렸다면, 2013년 기준으로 주요국 부동산을 모두 사들이고도 남게 되는 셈이지요.
물론, 1626년 현재까지 수백년 간 꾸준히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을 것이며, 복리 투자수단은 더더욱 한정적인데다가, 매도했을 확률도 높고, 고수익 투자대상의 부족으로 투자규모가 늘어날수록 같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없었을 거란 점에서 사실 위 가정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다만, 인디언들이 어리석었던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 복리를 활용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이 되네요.
4. "72"의 법칙, 그리고 버크셔 헤더웨이
"72의 법칙"이란 72로 복리투자수익률을 나누면 원금이 2배가 되는 시간이라는 법칙입니다. 연복리 8%라면, 9년(=72/8)이면 원금이 2배로 불어나는 것이지요. 꾸준한 재투자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낮은 금리가 우스워 보여도 계속 복리 재투자한다면 웬만한 위험자산 못지 않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지요.
너무도 유명한 워렌버핏의 메인 회사 "버크셔 헤더웨이"는 배당을 하지 않습니다.
버핏은 "이 주식은 그냥 금고에 두었다가 1년에 한 번 꺼내어 (가격 변화를) 즐기라"고 말합니다.
어느 덧 주당 30만불, 한화로 3억원이 넘어 버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 되어 있지요.
투자에 있어, 잠시 기본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비트코인이 재차 1,000만원을 찍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달러의 유래가 네덜란드의 탈러..
그 탈러 로 거래하지 않고, 인디언들의 검은색 조개 화폐로 거래..
비버 가죽을 위한 허드슨 강 선점과 맨하탄 거래..
재미 있네요..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리스팀 목록
이 글을 리스팀 해주신 소중한 분들입니당~
오 이런 기능이 있나 보군요..
네 있더라구요. 지난 글 가끔 생각날 때 확인해 보게 되네요.
밑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좀 구체적인 실무적 주제와 어제 오늘처럼 편안한 주제를 병행해 보려고 합니다. 레버넌트 안 보셨으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돈으로 32조원!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즐겁게 잘 읽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복리의 마법은 대단하네요.
현시대에서 물가상승률과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계산을 해보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감사합니다. 마인드에 대한 가벼운 포스팅이었구요. 미 FED가 1913년에 설립되었기에 아마도 물가상승률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여 정확한 시계열 산출은 어려울 것 같긴 한데요. 위에서는 둘 다 명목금액 기준으로 비교한 것이므로 둘 다 실질금액으로 비교한 것과 수치는 다르더라도 비교 자체는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네요.
복리와 관련된 단어는 언제들어도 매력적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ㅎㅎ
잘 보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활동영역을 넓히셔서 더 바쁘시겠다는 생각이 절로...^^
오늘 또 스팀잇 버벅이는 것 같아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50년 만에 영국에게 빼앗겼지만... 그동안 충분한 수익을 거두지 않았을까요? ㅎㅎ
네 말씀대로 엄청나게 수익을 내었을 것 같습니다. 단지 초기에 투입한 24달러를 별도로 돌려받지는 못했을 거라는 표현이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