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늘 가까이에 있다, <사이코>

in #kr7 years ago

히치콕의 <사이코>. 이 영화는 공포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온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무서움을 느낀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 영화를 그토록 무서워했던 걸까? 그건 바로 다른 공포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다뤘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리온이 봉투에 있던 회사의 돈을 훔치면서 시작된다. 마리온은 생전 처음 생긴 거액을 들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러던 중 비를 피하고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어느 모텔에 들어가게 된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길을 잘못 들어 도착한 모텔에서 무서운 상황에 처한다. 초기에 관객이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노먼의 어머니’이다. 정체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관객이 그녀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마리온을 죽였다’라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관객의 공포심은 후반부에 더욱 극심해진다. 노먼의 어머니라는 인물에 대해 몰랐을 때 그에 대한 관객의 생각은 초자연적인 존재에까지 미친다. 그러나 모든 사건이 사람의 소행이란 게 드러나면서 관객은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자신이 사건의 주인공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몇 년 전에 <숨바꼭질>이라는 영화가 제법 흥행했었다. 이 영화의 흥행요소 중 하나가 사건들이 대부분 ‘집’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집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것이 ‘일상적 장소’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관객과의 공통성에 의해 그들의 공포를 극대화하였다. 히치콕의 영화에서도 ‘모텔과 모텔주인’이라는 일상적인 인물과 장소를 이용해 관객의 두려움을 키웠다.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키워드는 ‘여장남자’였다. 여장을 한 노먼의 모습은 딱 두 번 나오는데 두 번 다 임팩트가 강했다. 키 큰 건장한 남자가 노파의 차림을 하고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괴이하게 느껴졌다. 예전에 아파트에서 여장한 남자가 여자인 척을 하며 여대생을 따라가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영상이 자꾸 겹쳐져 더욱 무서웠다.
평소에 영화를 보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코믹영화는 웃기면 되고 공포영화는 무서우면 되는. 그냥 그 장르에 맞는 감정을 자아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 땐 생각보다 무섭지 않아 조금 실망했었다. 워낙 명성이 자자한 영화라 긴장하고 봤는데 반전은 놀라웠지만 생각보다 공포심이 덜해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밤에 뒤늦게 공포심이 느껴지는 걸 보고 진짜 잘 만든 영화는 영화를 보는 순간 뿐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관객이 분위기와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렸을 때 잔뜩 빠져서 봤던 ‘궁’이라는 드라마가 종영한 후 약 일주일간 멍했던 적이 있다. 드라마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내용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계속 남아있었다. 그 때는 어려서 잘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 같다. 정말 좋은 작품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그리고 히치콕의 작품은 장르에 맞게 ‘공포’와 ‘두려움’의 여운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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