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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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우리는 신비를 체험한다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어둠 속에서 포옹할 때
두 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듯이.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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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쓰면 쓸 수록 실력이 퇴화하는 느낌입니다. 마음이 비뚤어져서일까요?

오늘의 문장은 김연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중입니다. 글을 읽을 때 작가의 삶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살아온 생보다 어떤 글을 쓰냐가 더 중요합니다. 따뜻한 오월의 햇빛 같은 삶을 살았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어째서 행복했는지 말 못한다면 나는 알 수 없습니다. 절망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아니 자주 슬픔에 대한 글을 씁니다. 슬픔이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큼 뚜렷하지만 말로 쓰면 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길을 잃고 서성입니다. 슬픔을 뚜렷이 보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얼만큼 슬픈지 말을 하고 싶다가도 말을 하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그런 날에는 이런 저런 시들을 필사하다 잠들곤 합니다. 남들의 말을 빌리면 슬픔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글을 쓰는 지금도 온갖 수식어와 말 흐림이 잔뜩 끼었습니다. 사골을 물만 나올 때까지 우리듯, 말도 그리 하고 싶습니다.)

기쁨에 관해 쓰고 싶을 때를 위해 필사를 해 놨지만, 슬픈 시에 비해서는 부족합니다. 애초에 시 자체가 대부분 슬픔을 다루고 있습니다. 시인이란 종족들은 기쁨보다 슬픔을 더 자주 느껴서 그럴까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은 기쁨에 관한 시입니다. 두개의 빛이 만나, 하나의 빛 속으로 사라지듯이 -

완전한 행복을 만나면 눈물이 빗물 속으로 스러지듯, 하나가 되어 영영 떨어지고 싶지 않은 걸까요?

신비를 체험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알 수도 없고, 상상해 보려고 해도 말이 부족해 고개를 떨구고 맙니다. 표현해 본 것 중 제일 잘 표현했다고 느꼈던 말은 - 나한테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 란 말이었었죠. 만약 꼬리가 있었다면, 지금 양쪽으로 휙휙 까딱까딱 했을거야! 지금 그만큼 신나고 기뻐.

밤이라 너무 깊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두레박이 이미 물에 닿았는데도 줄을 내려버렸네요. 여러분은 기쁠 때 어떻게 기쁨을 전하시는지요. 말이 짧은 저를 위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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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어제 가입한 노래 포스팅을 하는 뉴비입니다 ㅎㅎ
좋은 글들과 흥미로운 블로그 잘 봤습니다^^ 팔로우해요~~

저도 과연 기쁨에 관한 시를 죽기 전까지 써볼 수 있을 지 모르겠군요..

하루 한번 라부리즈 찬양합시다 그것이 기쁨

저도 가끔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요. 남들에게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할 때 꼬리는 말해주니까요ㅎㅎ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좋은 시 보고 갑니다~

ㅎㅎㅎㅎ감사합니다. 종종 필사하고 있습니다

김연수의 글들은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김연수...그런데 막상 책은 안읽어봤네요. 필사한김에 책도 사 봐야겠습니다

시 ... 좋은데요^^
좋은 글 공유감사합니다.

축복드리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좋은 일만 생길 것 같네요. 꾸벅.

ㅎㅎ 지금도 충분하신걸요!
그나저나 필사라~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꾸준히 하다보면 죽기전에 저만의 시를 써볼 수 있을까요?ㅎㅎㅎ

음 기쁠 때는 그저 웃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팔로잉하고 갈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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