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내가 너무나도 많아서 당신의 자리가 없고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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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낮과 밤, 내가 본 것들은 내 안과 밖처럼 파랗기만 해 파란 창문의 파란 집 파란 콜벳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은 내게 파랗기만 해 왜냐면 내 말을 들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오늘 아침엔 크로스핏을 가지 못했다. 어제 새벽 세시까지 삼촌과 쥐의 이야기를 쓰다 잠든 까닭이었다. 에이포 한 장도 안되는 이야기였지만 노트북 앞에서 글이 도통 나오질 않아서 세시간 동안 끙끙댔었다. 도망치듯 겨우 글을 마무리하고, kr-dawn 태그를 달고 새벽 세시의 글을 쓰려다 두 줄을 쓰고 컴퓨터를 꺼 버렸다. 다행히 잠은 금방 들었다.

09:30분에 추위와 햇빛으로 잠이 깼다. 어차피 운동은 못 간 거 이참에 새로운 운동을 시도해 봤다. 거실 TV에 노트북을 연결하고 유튜브로 저스트 플레이를 튼 다음 거실에서 퍼덕거리며 춤을 추는 것이다(...)

누군가 보면 부끄사할지도 몰라서 단단히 블라인드를 치고 한시간 동안 춤을 추다 노래 하나에 꽂혔다. Eiffel 65의 Blue (Da Ba Dee). 이 글의 맨 처음 두 줄을 장식한 노래다. 아침 열한시부터 글을 쓰는 지금까지 주구장창 듣는 중이다.

들어보시는 게 좋다.(0:43초부터) 아이언맨 3의 오프닝 음악으로도 쓰인 원 히트 원더니까. 모든 낮과 밤, 내가 본 것들은 내 안과 밖처럼 파랗기만 해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다바 디 다바 다이 다바 디 다바 다이. 반복해서 듣다 보면 꼭 아이 해브 다이드, 죽었다고 들린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에 이케아의 창립자가 돌아가셨는데, passed away를 지나갔다로 생각해서 이케아 창립자 오늘 아침 지나갔다-라고 읽었다. 이게 뭔 뉴스여 –하다가 R.I.P가 우르르 달린 걸 보고서야 알아차렸다. 바보같긴.

하여튼, 어제 만남의 후유증이 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림자를 금화 스무 닢에 판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했다. 그림자가 없는 걸 들키기 무서워 해 방에 초 수십자루를 켜놓고도 불안해하는 사람을 그려보며 내 생각을 했다.

동화의 주인공은 그림자가 없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그림자가 많은 것을 들킬까 노심초사한다. 약속을 잡으려고 문자를 보내는 순간부터 내 그림자가 신경쓰인다. 거절당할까봐 무서워하는 그림자, 내 문자가 어색하진 않았을까 하는 그림자, 가지 않고 친구를 불러도 될까 고민하는 그림자들.

너를 만나는 동안은 너에게 집중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대화를 하는 동안도 내 발 밑만 본다. 그림자들이 만들어 내는 모습은 다리 여덟 달린 괴물처럼 보인다. 바보, 멍청이, 왜 방금 그런 말을 했지? 싫어한 건 아닐까? 나는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괴물처럼 보이고 있지 않을까? 언젠가... 아주 밝은 빛 아래로 가면 그림자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있을까. 아니면 어두컴컴한 방 속에서, 서로의 그림자들도 지워질 만큼 어둠을 확인하고 나면 편하게 말할 수 있을까.

이해하려고 질문하는 게 아니라 대답하려고 질문을 하고 웃긴 사람처럼 보이려고 상처를 주는 말들을 하고 생각하지 않고 말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선 눈을 돌리고.

글을 쓰는 내 뒤에도 긴 그림자가 드리운다. 좀 더 쉽게 쓸 수 있을텐데. 재미없는 말을 한 건 아닌지. 글을 못 쓴 게 아닌지 의심하는 그림자가.

모든 상처는 쓰면서 아문다. 상처가 나을 때까지 계속 써야지. 그 때까지 조금 신세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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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 댄스에는 정말 약한데 따라춰보고 싶네요ㅋㅋ

저스트 댄스 유튜브에서 한번 봐봐요!!!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고 살도 쭉쭉 빠져요. 진심 한시간 춤췄는데 지금도 근육통 완전심해요 ㅋㅋㅋㅋ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댄스는 한참 웃었습니다..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잘라노니까 개웃기네요 풀버전 3:43초짜린 넘 흉하니 올리지 않겠습니다.

르캉님과 친구분들 상당히 춤을 잘추는군요
춤추는 모습에 피식 웃고 밑에 글을 내리니 마음이 착찹해집니다
결국, 르캉님이 생각하시는 그림자라는 것도 결국은 남의 시선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듭니다. 르캉님은 르캉님 자신만으로 굉장한 사람인데(좀 이상하긴하지만) 너무 자신을 타인에 맞게 옭아매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사실 저도 그런 사람이라 르캉님한테 하는 말이 제게 하는 말일 수 도 있습니다
그냥 잘살아봅시다(급마무리)

사실 그림자는 내가 만드는 거지 남이 만드는 게 아니더라구요..(코쓱) 김설사님과 저는 비슷비슷한 부분이 있죠 열심히 용기를 가지고 사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ㅠㅠ

설사님이 쓰신 댓글 보고 궁금해서 찾아왔는데 댄스 보고 한참 웃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삼촌분과 쓰신 '쥐 이야기'가 몹시 궁금하네요..^^;;;;

동화의 주인공은 그림자가 없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그림자가 많은 것을 들킬까 노심초사한다.

그리고 이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계속 곱씹어 보게 됐어요.
저도 좀 그런 편이라..마음에 콕 박히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팔로우 하고 갈게요~

쥐는 친구 이름입니다 ㅋㅋㅋㅋ어제 저녁에 놀러 온 좋은 친구죠. 잘 읽어주셨다니 다행입니다. 마음 속에 있는 그림자들을 잘 다루고 싶은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네요. ㅠㅠ 저도 팔로우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쥐의 이야기를 쓴다고 하셔서 동화책 쓰시는 줄 알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팔로우 감사합니다!! ^^

저도 항상 그림자를 신경쓰는 것 같아서 공감됩니다.. 르캉님과 함께 저세상댄스를 통해 그림자를 벗어 던져야겠군요.

모이면 부두족 저세상댄스로 이계의 존재를 불러와보도록 하죠 기어와라 냐루코짱!!

ㅋㅋㅋㅋ 춤 잘추시네요!!! 짧은 영상에서 노련한 절도가 느껴졌습니다 ㅋㅋㅋ passed away는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저는 working like a dog 를 '직장에서는 개를 좋아한다'고 읽고 '대체 어떤 직장에서 일하길래...'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ㅋㅋㅋ

대체 어떤 직장에서 일하길래ㅋㅋㅋㅋㅋ ㅠㅠ 귀엽고 유쾌합니다

ㅋㅋㅋㅌㅌㅌㅌㅌㅋㅌㅋㅌㅋㅋㅋ 역시 해석은 누구에게나 어렵군요. 저수트댄스는 친구들이랑 같이하면 재밌는데 혼자는 좀 심심하네요!!! 바보같은 오역사례좀 들고 와봐야겠어요 ㅋㅋ

이상하다..
오늘따라 르캉님 글이 내게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는걸까 ㅠㅠ

아마도 르캉님의 마음을 내가 읽지 못해서 그런게 아닐런지..
포스팅에 썼듯이.. 오늘은 내가 외계인의 시각이라 그런건지..
다시 읽어볼까? 두 번 읽었는데도 이해하지 못하다니
다시 내 별로 돌아가야 하려는지 ㅠㅠ

아니요 ㅠㅠ 그냥 제가 잘 써 내려가지 못한 탓입니다. 좀 더 생각을 깊이 하고 썼어야 했는데... 상처들을 다시 뒤져보는 것이 고통이라 그냥 흘리듯 써 내려갔습니다 저도 다 들여다보지 못해서 제 감정을 희미하게 전할 수밖에 없군요

저의 주식과, 코인들도 모두 파랗기만 합니다.

블라인드까지 치는 치밀함을 궁리하고는
여기에 올리는 경솔함(실제 경솔하다고 생각한것은 아님)의 갭이 재미나군요 껄껄

상처를 가진자의 몸부림은 아름답습니다.

지금 아주 그냥 시퍼렇게 질리고 있네요 아이고 코인들아 아프지마!!!

지금 추고있는것들 실력 되면 더 올려볼까 생각해요 ㅋㅋㅋㅋ 모르는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건 좀 부끄럽지만 스티미언들에게 살짝- 10초정도만 보여주는 건 그나마 덜 부끄럽더라구요 ㅋㅋㅋ 제가 추면서 '아 이거 오늘 좀 춤빨좀 받는데'싶은 것도 있고 ㅋㅋㅋㅋㅋ

상처는 이야기로 아물 것 같아용.

ㅋㅋㅋㅋㅋㅋㅋㅋ발랄하시네요 :) 춤도 잘 추시고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죠? 더욱 더 발랄해지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칼군무..잘보고갑니다 ㅋㅋㅋㅋㅋ 생각없이 틀었는데 빵 터졌네요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학교 친구들과 저러고 놉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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