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만화]3월의 라이온 - 외롭고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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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열 일곱살의 프로 장기 기사이고, 외롭고 술에 취해 밤 거리를 떠돌고 있습니다. 집은 있지만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고, 슬픔은 가득 찼는데 기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선배들은 당신에게 억지로 술을 먹였고, 술에 취하니 버리고 떠나 버렸습니다. 당신이 사는 로쿠가츠(六月)마을은 쌀쌀하고, 어디에서도 구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사불성의 어지러움 속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사는 곳을 묻습니다. 그녀는 산가츠(三月)에 사는 아카리 씨입니다. 그녀의 취미는 비쩍 마른 것들을 주워다 자신의 집에서 통통하게 살찌우는 것으로, 그녀의 손을 거쳐간 고양이들은 보기 좋을 정도로 살이 올랐습니다. 어쩌다 당신까지 줍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54kg의 당신은 다음날 그녀의 거실에서 눈을 뜹니다. 아카리 씨는 당신이 토하는 것을 도와주고, 물을 먹여주고, 재워 주고, 아침밥까지 해 줬습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놀러 오라고 말해 줬지요.

언제든 놀러 오란 말을 듣고도, 당신은 그 곳으로 건너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다리 건너편의 산가츠 마을에 색깔이 있는기분이 들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지만 찾아가지 않습니다. 그 말이 정말일까, 내가 사이 좋은 가족 사이에 끼어들어도 괜찮을까. 그런 고민을 하며 컵라면과 냉동 식품을 장바구니에 담다 아카리 가족과 마주칩니다.

언니 아카리와 여동생 히나타, 막내 모모는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가족의 밥보다 그런 냉동식품이 좋다니, 실망이야. 당황한 당신은 얼버무리려다가, 1인당 2개씩인 한정 상품을 들고 같이 걸어가게 됩니다. 당신은 아카리 씨의 가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아카리 가족은 어째서 자매 셋과 할아버지가 같이 살게 된 걸까요? 당신이 모를 아주 아픈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태가 아닐까요?

3월의 라이온은 제일 추천하고 싶은 만화를 알려달라고 할 때 맨 처음 떠올라요. 따뜻하면서도 추운,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 하는 봄 날씨같은 만화지요. 곳곳이 따뜻하다가도 얼음이 얼어요. '3월은 사자 같이 추운 날씨로 시작 되었다가 양 같이 따뜻한 날씨로 끝난다'라는 영국의 격언에서 따온 제목인데요, 장기 기사의 3월은 강등이 결정되는 치열하고 냉혹한 달이죠. 남을 지 내려갈지 올라갈지, 한 국으로 모든 게 결정될 때도 있어요. 3월의 번잡한 날씨처럼 혼돈스럽죠.

주인공 키리야마는 17살의 천재 장기 기사이지만 이면에는 연약한 영혼을 지니고 있구요, 아카리 가족도 평화로워 보이지만 아래에서 슬픔이 소용돌이치고 있어요. 이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구원해 줄 수 있을까요? 이끼처럼 어둠 아래에서 살던 당신을 환한 태양 아래로 끌어내 줄 수 있을까요? 과연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요?

치열한 장기의 세계로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키리야마의 이야기와, 장녀이지만 엄마의 역할을 해야 했던 아카리 씨의 이야기가 장기판 위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 주말엔 만화를 읽으며 보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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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까 말까 고민하던 만화인데 한번 봐야겠네요 ㅋㅋ 만화추천글이 있다니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스티머분들은 영화나 만화 리뷰는 잘 안 올리시는 것 같아서, 제가 여러 가지 추천해 보려구요.

보다가 안봤는데 다시보고싶어지네요 ㅎㅎ 고스트바둑왕을 재밌게봤었는데 비슷한 느낌이 나면서도 완전히 다른 만화인 것 같아요. 따뜻하네요 :)

고스트바둑왕이 청춘성장 2 바둑 8이라면 이건 장기 3 청춘성장7의 달콤쌉싸름한 만화였죠. 정말 재미있는 만화에요.

아 안그래도 보려고 했는데 좋은 느낌이네요. 일상 힐링 만화를 참 좋아해서요. 요츠바랑 같은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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