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글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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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렸을 때 아마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였던가? 아이슬란드의 영화감독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의 작품 ‘콜드피버’를 본 일이 있다. 국내에는 그리 유명한 감독은 아니고 굳이 찾아보자면 ‘자연의 아이들’이란 작품 정도가 수입되어있었는데 당시에는 뭐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 작품을 찾아본 것은 아니었고 그냥 영화제 소개책자에 나온 영화에 관한 사진과 간단한 설명에 끌려서 막연히 선택한 작품이었다. 그때만 해도 하루에 4~5편의 영화를 몰아보는 강행군을 했으니 하나하나 눈여겨보기 쉽지 않았던 탓이다. 영화의 내용은 부모님의 제사를 위해 휴가를 포기하고 아이슬란드로 찾아가는 한 일본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지도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아이슬란드 오지의 한 외딴 강을 찾아서 눈밭을 헤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아이슬란드의 풍광과 북구의 움울함 속에서 해매는 한 동양 남자의 마음의 풍경이 영화 내내 반복된다. 특별한 사건 없이 담담하게 흘러가다가 끝나는 조용한 영화였다. 그런데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오랫동안 생각나는 영화였다.

오늘은 강남역에 있는 갤러리 스페이스22에 들러서 박태희, 박재현의 사진전 ‘아이슬란드의 풍경과 음악’을 보러 갔다. 사진전은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걸어놓았는데 특별한 표시가 없어서 어느 작품이 누구의 것인지 잘 모른 채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작품을 보다 보니 어떤 것은 아이슬란드의 풍광을 담았고 또 다른 것은 마음속의 풍광을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슬란드를 통해 무언가를 담거나 내 마음속의 무언가를 위해 아이슬란드를 담아낸다는 것이 특별히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자의 사진들을 보면서 왜 하필 아이슬란드였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 그런 경우는 지구의 어느 곳이든 중요하지 않을 텐데. 나중에 작가에게 물어보면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하지만 늘 내 감상은 그냥 혼자 공상하기로 끝맺곤 한다. 갤러리에서 매주 하는 사진 수업 때문에 이미 몇 번 그 전시를 본지라 새로울 것은 없었는데 오늘따라 문득 그 영화가 생각났다.

나는 사진을 볼 때면 작가의 설명이나 이력을 보는걸 몸서리치게 싫어한다. 내가 음식을 직접 음미하며 여유 있게 맛보고 싶은데 누군가 입안에 달달한 것을 떠넣어 주는 상황이라 해야 할까? 사실 사진에 대한 작가의 변이라든지 또는 그의 삶을 알게 되면 사진에 대한 컨텍스트를 예상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사진을 이미지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더욱 힘들어지게 되는 경험을 종종 한다. 사진을 감상하는 나라는 존재가 순수하게 100% 반응하기 위해서는 온전한 나만의 오독이 필요하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컨텍스트를 아는 순간 순수하게 그 작품을 받아들이는 폭이 제한된다. 공명이란 이성이 개입하기 이전의 세계에서 이미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이다. 물론 그 공명은 상당 부분 착각이거나 동상이몽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과 전혀 다른 지점에서 내가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좋은 감상이랑 창작자와 감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리고 각자 제 갈 길을 가지만 함께 걸어가는 관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너와 내가 어느 한점에서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록 교차하는 지점이 없더라도 끊임없이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며 함께 영원히 나아가는 동반자 관계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마치 항성과 행성처럼 서로 간에 끌어당기는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저명한 몇몇 평론가들처럼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잘 찾아내거나 미학적 시각에서 사진을 잘 설명해내는 것을 멋지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러한 독해를 통해 얻어지는 감동은 이미 작품이 주는 원초적 힘을 필터링한 것이란 생각을 어느샌가 하게 되었다. 좋은 작품은 하나의 이데아를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마음속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어떤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켜켜히 쌓인 다층적 의미를 스스로 내포하고 있는 사진 보다는 볼 때마다 각자의 마음속의 어떤 것을 더 깊게 더 깊게 일깨워주는 사진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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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 관계 좋네요 ~~ 스팀잇 동반자가 되는 것도 좋아보입니다 ㅎㅎㅎ

네, 저도 스팀잇 얼마전에 알았는데 재미난 시스템 같더라구요. 앞으로 종종 뵐께요. 감사합니다. ^^

스팀잇 상승이라 좋은 주말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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