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동정범> 리뷰
<공동정범> (898자)
감독 김일란,이혁상 | 개봉 2016년 12월 4일 (현재 아트나인과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 중)
2009년 1월 12일 서울 용산구의 철거 현장에서 농성을 하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용산참사’로 불리는 이 사고는 과격 시위에 대한 정당한 대응을 주장하는 이들과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시민사회간의 논쟁을 촉발했다. 시위에 참여했던 철거민들은 투옥되었고, 정부는 시위의 불법성을 강조하여 여론 조작을 시도했음이 밝혀진다. 일련의 투쟁과 논란은 사회적 의제로 빈번히 다뤄졌다.
김일란, 홍지유 감독의 <두 개의 문(2012)>이 용산참사 당시의 사실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후속작 <공동정범>은 참사 이후 생존자들의 갈등과 심리를 다룬다. 영화는 생존자들을 선한 피해자로 단순화하거나 단일한 대상에 분노를 유도하지 않는다. 시청자는 정의감 대신 불편한 감정을 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일반적인 사회고발 영화와 <공동 정범>은 궤를 달리한다.
다섯 명의 생존자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감정은 충돌하고, 언어는 엇갈린다. 진실과 거짓, 인정과 비난, 공감과 질시가 팽팽히 대립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억지로 화해시키지 않는다. 웅장한 음악이나 극적인 연출 대신, 차분한 시선으로 모순을 있는 그대로 충돌시킨다. 아마도 관객은 진실의 퍼즐이 맞춰지고, 생존자들이 화합하는 결말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통쾌함은 없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비추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복잡한 감정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런데 그 감정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예술적 경험을 선사했다. 현실에서 해소되지 못한 갈등이 영화를 통해 승화된 느낌. 이 작품에 내려진 ‘영화적 성취’라는 평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