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록] 느림의 미학, 프랑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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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한겨울인 파리. 하지만 작년처럼의 강추위는 고작 며칠뿐이였고 아직 낮에는 영상을 웃돌 정도로 따듯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오늘은 며칠만에 해가 모습을 비추었다. 환한 하늘만으로도 어제와는 길거리 분위기가 다르다. 모두들 창문을 활짝 열어 오랜만의 햇볕에 마음껏 샤워를 하고 있다.

    미세먼지때문에 고통을 토하고 있는 한국. 잠깐의 한국행 동안은 영하 -15도로 떨어지는 기온 덕분인지 미세먼지가 심하진 않았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매번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결막염과 편도염은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매번 진료해주는 내과 담당의원이 나에게 물었다.

"프랑스는 공기 좋죠? 저도 알레르기때문에 약먹고 있어요. 저같으면 한국 안들어올것 같아요."

    매일 숨쉬는 공기의 질도 물론 중요하거니와 여러면에서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나라에 살고 있긴 하지만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는 학생으로서-내년엔 바뀔 정책으로 인해 '아직까지는'이란 말을 붙여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한국과 프랑스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비교해보곤 한다. 끊임 없이 움직이는 저울위에 올려지곤 하는 여러 사회적, 문화적 차이들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과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프랑스에서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고, 누군가는 자유를 느낀다.

    과정을 눈 가린채 결과만 중요시하는 사회였다면 프랑스가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을까? 내가 느낀 프랑스는 느리고 비효율 적이지만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을 갖추고 있는 나라다.


파리에 여행하러 오는 사람들이 오기 전에 나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파리에 가면 꼭 이것만큼은 해야한다, 그런 일이 있어요?”

그렇다면 나는 나만의 방법을 과감하게 추천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보세요. 공원에 누워 낮잠도 자보고,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오후 내내 가만히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에 한번 녹아들어보세요. 파리를 즐길 수 있는 법은 셀 수 없이 많으니 여유가 있다면 하루 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기억에 남을 거에요.”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는 말이 지겹게 들릴 수 도 있겠지만, 현지의 향기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방법중에선 그들의 문화 속에 발을 담그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길거리 벤치에 가만히 앉아서 건너편의 대화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는 것 또한 내가 자주 행하는 일이다.

    오후에 레슨이 있으니 그 전에 맛있는 점심을 만들어 먹고 공원으로 잠시나마 햇볕을 쐬러 갈 생각이다. 애정하는 페린공원으로. 요새 바빠서 공원을 통 가지 못했더니 몸이 찌뿌둥하다. 다행히 내일부터는 여유가 좀 생겨 마음껏 연습을 할 수 있다. 쇼콜라 쇼를 마시러 카페에도 가고 룩셈부르크 공원에도 다녀올 생각인데 계획대로 부지런히 1월의 여유를 즐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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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느림의 미학이라 ㅎㅎ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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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터져서 힘들어하던 과거는 이제 극복할때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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