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관한 단상

in #kr2 years ago



  바스키아에게 <그레이 해부학> 책은 그에게 근본적인 텍스트이자 부적이 된 것 처럼, 나에게는 <정말로 누구나 평등할까> 책이 그러했다. 이 책을 만나고 나서 내 삶은 180도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교육 입문서’라는 타이틀을 단 대중서이지만 이마저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한국 입시제도를 거쳐 예술계통만 집요하게 팠던 나에게는 신세계가 열리는 것과 같았다. 이후로 이와 같은 책들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접하면서 주변에 몇 권 사서 나눠주기도 했더란다. 나를 바꾸는 좋은 글과 배움을 만나게 되면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지 않나.

 이타적인 마음에 대해서 생각했던 한 오후.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과, 적당한 케어(돌봄)을 주고 받는 시간이 중심있게 잘 어우러지면 좋을텐데 마음처럼 되지 않음에 속상하기도 하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내가 이타적일 수 있을까. 나에게 진짜 필요한게 뭔지를 찾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감정은 가라앉고 이성은 또렷해진다.

 나와 상당히 닮은듯 다른 사람들을 곁에 두면서 다양한 일들을 겪는데, 그 중 다른점에 대해 적어본다. 나는 상대방을 꽤나 배려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계속 돌아보는 태도들이 삶에 묻어 있는 편이다. 내가 저 사람에게 이렇게 배려하고 이러는게 내 성향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이 너무 지나쳤을 시에는 어떤지, 나를 생각하고 나를 고민하는 이런 시간들을 통해 자기 탐색의 습관을 가지고 있다. 글도 쓰고, 창작을 하며 그런 부분이 일정시간동안 쌓아져 온 게 아닌가 싶고.

 이런 작업을 할만한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은-"내가 배려를 하긴 하지만 내가 어느 시점엔가는 지치고 있다"는 이런 신호들을 본인이 알아차리고, 어느 적정선을 찾아 이야기를 할지 고민을 나누며 자신만의 언어가 생기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신호들을 무시하고 또는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한순간 서운함 또는 복잡한 감정들을 만나 폭발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들을 내 바운더리 안으로 들이게 될때, 본인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잘' 들어줄 심리상담을 추천하는 편이다. (친구가 아닌 전문가에게)

 '나'를 들여다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관계'가 건강해질 확률이 높다. 그럴 여유(보통은 경제적, 심리적, 시간적)가 없다면 주변의 도움에 조금은 기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를 들여다보고 3자와 조금 동떨어져 이야기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작업이다.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가 나한테 저렇게 하는건 서운해, 이렇게 단적으로 받아들이는게 아니라 조금 지나고 나면 때로는 자연스럽게 저 사람은 어땠을까? 라는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고, 이걸 계속 주고받고 하는 내면의 언어가 있으면 훨씬 빨리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필요' 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는 건, 그만큼의 나 자신의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강한 봄을 맞이하려면, 이런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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