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다. #2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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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포스팅)

나는 미국에서, 그리고 한국으로, 그리고 다시 유럽으로 거주지를 계속해서 옮긴 경우인데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바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신체접촉(포옹)과 긍정적 언어(사랑해 등) 인데, 이러한 신체 접촉은 당신의 불안과 과도한 자극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불안하거나 초조할때 발을 마사지 하면 도움이 된다. 또한, 의식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는 운동은 예민한 사람들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정서지능이란 정서를 다루는 능력인데, 이 정서지능을 편안하고 쉽게 위로해 줄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에 신체적 언어인 포옹이 언급된다는 사실엔 대부분 미국 문화를 체험해본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다. 내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그 문화에서는 친구의 친구를 만나던, 파티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던, 엄마의 동창을 만나던 누구를 만나던 서로의 가슴을 부딫히며 팔로 서로를 껴안고 인사를 나눈다. (물론 모든 상황과 모든 사람들이 그런것은 아니다. Speaking in general) 물론 한국에서나, 외국에서 한국사람들을 만날때는 많이 다르다고 느끼는데, 계급, 성, 나이, 외모 등의 차별이 생활화 되있다시피한 한국 사회에서는 나 혼자 아무리 행동의 언어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실행한다 한들 그 의미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들을 늘상 느껴왔기 때문.

내가 중학교를 다닐적, 엄청난 사춘기와 한미 1.5세의 비범한 반항기를 내뿜던 시기가 있었다. 하루는 학교를 마치고 차로 늘 데리러 와주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학교 정문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픽업 pick up 되어지는것을 가만히 앉아서 구경을 했다. 그날따라 구름도 예쁘고, 날씨도 선선하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문제는 어머니가 1시간이 지나도 보이질 않는다. 행여 주차를 먼곳에 하고 날 데리러 오시다 운나쁘게 경찰을 만나 주차문제로 씨름을 하고 있나, 무슨 사고가 생겼나 문득 불안해 지기 시작하면서 그 큰 학교 (대부분의 미국 학교는 한 블럭을 다 차지하고 있다) 주위를 뱅뱅 돌면서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멀리서 동양인 여자의 체구가 보이면 미친듯이 달려가 어머니의 실루엣인지 확인하고 달려가다 말고 하는일을 반복했는데, 그러다 갑자기 불안증세가 찾아왔다. 마치 내가 버려진 것 같은 공포감이 날 덮치면서 이유를 알수없는 호흡곤란 증세가 오기 시작했다. (이때 종이백 paper bag 등 천식 호흡기asthma inhaler 같은 기구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내 공황발작은 이때가 처음 발생된 거였다) 그 블럭에 한두명 지나가던 사람들이 날 발견하곤 뛰어 달려올 정도로 땅으로 쓰러지며 패닉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믿기 힘든 일이였다. 어라? 하는 순간 눈이 팽 돌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때, 건너편 도로에서 나를 발견한 한 할머니가 지팡이를 던져버리곤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나를 둘러싼 사람들을 조용히 거두고선 나를 일으켜 호흡하기 쉬운 상자세로 만들어주고서는 끌어 안아주셨다. 내가 안정을 찾을때 까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정확히는 모르지만, 주위 사람들도 다 정적을 지키면서 그자리에서 걱정의 눈빛으로 날 오랫동안 지켜봐주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직도 그 포옹의 힘과- 괜찮아질거야, 그러니 호흡하려고 노력해보렴. 이라고 말해주시던 할머니의 현명함에 깊이 감사한다. 그때 그 사람에게서 느낄수 있던 따듯한 체온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기에. 그 이후로 공황발작에 대처하는 여러 방법중 포옹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현재는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 각기 다른 방식의 행동의 언어와 신체적 접촉의 의미를 익히고 있고, 나라마다 다른 그 정의를 공부하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지치지 않고, 포옹의 의미를 알고, 포옹을 주고 받기를 원하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늘상 모색할것이다. (주위에서 '소통의 부재'란 주제로 힘들어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나같은 경우는 '포옹의 부재'라고 농담삼아 얘기할 정도로 진심이 담긴 포옹이 그립다)

  • 불안감의 정도
불안
마음이 안정되지 않음
걱정
긴장
초조함
음식을 삼킬 때 목이 아픔
현기증
다리에 힘이 빠짐
떨림
흉부 압박감
호흡 곤란
공황 발작




일자 샌드는 내담자들에게 자주 자신을 안아주고, 어깨를 토닥여주라는 주문을 한다고 한다. 이것이 앞서 말한 행동과 건강한 연민과도 관련된 것인데, 대부분의 내담자는 그런 행동을 쑥쓰러워하면서도 자신이 애정 어린 손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깨닫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사실상 사람들에게 제일 필요한건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 아닐수도 있다는것을 보여준다.


부정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때는 생각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당신의 생각이 조종 불능 상태에 빠지기 전에 생각을 멈추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내 주위 사람들과 다같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Dreamworks Animation 의 필름인 트롤스 Trolls 에 나오는 포옹시계 'Hug Time Watch' 를 가진 상상을 하고, 생각날때마다 서로 실천하려 노력한다. 매 시각 정각마다 꽃으로 만들어진 이 시계는 뾰롱 하고 울리면서 알람을 울리는데, 이 알람은 '포옹 타임'으로 즉 하던 일을 모두 내려놓고 주위 사람들을 안아주는 시간임을 알려준다 (찾아보니 아마존에 있던데..구매욕구를 누르게 해주는 조잡한 모양새인지라 아직 안사고 있음) 트롤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은 (투덜이 Brunch 빼고) 늘상 춤을 추고 노래하며, 서로를 축복하고 안아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약간은 비현실적인 모티브를 갖고있다. 이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를 꼽자면 포옹의 힘을 믿는 나는 앞서 늘어놨던 내 경험담 외에도 진심이 담긴 포옹으로 엄청난 위로와 격려를 받았던 때가 많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털어놓았을때 대부분 이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여러 사회적인 그리고 개인적인 문제에 짓눌려 본인이 어떤 긍정적인 민감함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삶에 만족을 못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자기 연민은 부끄러운게 아니다. 나 스스로와 화해한다는 것은 가끔 내가 남들에게 성가신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일생 동안 자기 자신과 화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과제다. 만약 당신이 오래된 상처로 힘들어 하고 있다면, 그 상처는 반드시 치유될 수 있다. 당신이 그때 받지 못했던 사랑을 지금 당신 자신에게 주는 방법을 배우면 된다. 그러면 당신도 다른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될것이다.

일자 샌드가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은 여러가지중 몇가지만 추려서 정리하고 인용해보았는데, 글을 쓰면서 다시한번 이 저자가 나의 본모습을 깨닫게 해준 구원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이런 사람이니까 이런건 못해, 하는 꼰대식 마인드와는 차원이 다른, 나의 부족한 면을 보게 해주며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용하게 해주고, 그리고 그것들을 돌아보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심어주는 마인드에 대해 연구하고 내놓은 그녀의 이 책은, 무한대로 추천을 날려도 아깝지가 않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받았던 감동과 위로가 누군가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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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과 한국으로 옮겨다닌다는것이 결코 쉽지않은일인데...TT
공감됩니다.

하하 그 서러움을 나누는 대목을 넣었지만 좀 짧아서 전달되는데 어려움이 있을까 했는데,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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