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몇 년 전 직장 동생이 읽어 보라며 빌려 준,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의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읽으면서 수시로 고개를 끄덕이며 투명 언더라인을 치곤 했다. 빌린 책이라 연필은 댈 수 없었으므로...
결국 어른답게 늙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거구나... 라면서 책을 덮은 게 다였다.
나름 이것저것 필기는 해 놓았는데, 나중에 보니 인터넷에 잘 정리된 내용이 돌아다니고 있더라는...

얼마 전 여동생들과 나들이를 가는 길에 경의중앙선 열차를 탄 일이 있었다. 타자 마자 '옴마야, 이게 뭔 일.... ' 말로만 듣던 노령열차를 나도 탔네... 99%가 내 또래 혹은 그 윗 나이의 어르신들이었음에 내릴 때까지 계속 놀라면서 구경 아닌 열차 내 구경을 했다. 일터에서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던 초고령사회의 단면이구나... 아마도 조금이라도 젊은 사람들 눈에는 나도 그 고령자들 중 한 사람일 뿐일 텐데 뭘 그리 놀라는 척은... 그러게 말이다...

나는 울긋불긋한 아웃도어는 절대 사 입지 않을 거야... 무리지어 다니면서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들지 말아야지... 어떤 깃발도 가방에 꽂고 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누군가에게 돌아갈 자리를 내 자리인 양 가로채는 염치 없는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출퇴근 러시아워에 일없이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거야, 10시 이후에 일 보러 다녀야지... 젊은 사람들한테 나이 유세는 떨지 말아야지... 등등이 내가 조금이라도 나를 살피며 나이를 먹겠다고 생각하는 유치한 다짐들이다. 누구인들 이런 생각 없이 살겠나...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노인이라는 것은 지위도 자격도 아니다.
한가하게 남의 생활에 참견하지 마라.
젊은 사람은 나보다 바쁘다는 것을 명심하라.
남이 무언가를 해 주는 것을 당연시 여기지 마라.'

잘 늙는다는 것은 혹은 잘 산다는 것은 나 자신을 시시때때로 끌어당겨 내 앞에 세워 점검하는 일인가 보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너무나 눈에 익숙한 여느 모습의 나를 만나게 되면 오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