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 - 시스템과 희생자들

in #kr7 years ago (edited)

스팀잇에 가장 적합한 인간은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면서,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그닥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팀잇은 그 두 가지를 분리해놓았다.

그런데 이렇게 분리를 해놓자 계속해서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필자는 몇 달전 스팀잇을 하다가 그 모습을 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비아냥 거리는 글 몇 개를 보고 실망하고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필자만 실망한 것이 아닌듯,
kr 커뮤니티의 글 작성자 수는 점점 줄었고
더 크고 노골적인 친목 단체가 생기고
싸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팀잇은 블로그를 하는 사람들에겐 이상적으로 보이는 시스템이다.

이전의 광고 시스템과는 달리 양질의 컨텐츠를 다수에게 평가받고 정당한 보상을 받아가는 시스템.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지...?

그러다 문득 오래된 이야기가 떠올랐다.
잘 알려진 이야기인 '공유지의 비극'이다.


공유지의 비극 - 그래서 풀(컨텐츠)은 누가 키우나?

스팀잇에는 다들 돈을 벌러 온 것이 맞다.
무료 서버 및 자료 저장소 대신으로 사용하기 위해 온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돈을 버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너무 좋은 컨텐츠 생산를 만들거나, 다른 하나는 스팀을 구매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이 분리는 얼핏보기엔 완벽해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치명적인 헛점이 하나 있는데,

가장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가장 큰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개인이 스팀잇 시스템에서 가장 큰 수익을 얻는 방법은 다운보팅을 받지 않으면서 하는 셀프 보팅이다.

좋은 컨텐츠? 양질의 글? 훌륭한 사진 또는 그림?
다 무시하고 자기 글 쓰고 자기 글에만 보팅하는 것이 가장 수익을 많이 얻는 방법이다.

모두 이렇게 하는 것이 나쁜가?
그렇다! 모두에게 나쁘다!

점점 스팀잇에는 투자자만 남고 컨텐츠 생산자는 줄어들고, 그 컨텐츠 생산자가 만든 컨텐츠를 보러 오는 사람은 없어지게 된다.

다들 이것을 알지만 그래도 셀프 보팅을 하는 이유는,

스팀잇의 시스템이 '다른 사람이 좋은 컨텐츠에 보팅하는 동안 셀프 보팅하는 것이 가장 이득이 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희생자들

이런 상황에서 스팀달러가 스팀가격을 한참 앞지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많은 스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게 되었다.

큐레이션 보상은 인출에 13주나 걸리는 스팀파워로 받아야하는데, 저자 보상은 당일 출금 신속 출금 가능한 스팀달러로 50% 받는다.
게다가 호황장에 언제꺼질지 모르는 높은 프리미엄까지 있는 상태니, 심적 계산을 통한 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1. 셀프 보팅을 못해서 투자금 회수하는데 기간이 길어짐. (그렇다고 스팀파워를 파워다운하자니 너무 오래 걸림)
  2. 그 동안 다른 코인들이 스팀 가격 상승률에 비해 많이 오른게 너무 많아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낌. (당장 SBD만 해도...)
  3. 언제 프리미엄이 사라질지 모르는데 환전도 못 함. (주도권이 없음)
이 희생자들은 오히려 '악', '기득권' 으로 몰리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좋은 컨텐츠를 만들지도 못하고 셀프 보팅을 통해 수익을 가져간다는 점 때문이었다.

잘 생각해보면 어느 가상화폐도 후발 투자자 및 진입자에게 유리하지 않다.
또한, 모든 가상화폐 구매자가 그 가상화폐 가치 상승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DPOS 구조/이자방식을 가진 것들도 현재 스팀이 가진 문제와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해결 방안

필자는 이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스크롤이 적어 미처 적지 못하고 해결방안만 적으려 한다.

1. 셀프 보팅, 담합 보팅 전면 보장 + 1일 3회 보팅으로 1일 충전 보팅파워 전부 소비 가능하게 하기

이는 자기 자본 투자자에 대한 하나의 '예우'다.

스팀잇에 글이 많아질수록 다 읽고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니와, 억지로 하는 보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게다가 그 보팅이 남에게 돈까지 주니 억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것이다.

그냥 셀프 보팅 및 담합 보팅을 하도록 하고 이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초기 투자자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함이 옳다.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한 번 생각해보자.

1비트가 1원일때 산 사람들이 모두 비트 가격 상승에 기여했는가?

셀프 보팅하는 것은 블록체인 상에는 남지만 스팀잇에는 안 보이면 더욱 깔끔하고 좋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면 kr 커뮤니티에서 셀프 보팅 몇 % 가지고 서로 죽자 싸워봐야, 다른 언어 커뮤니티에서 호응이 없으면 그들의 수익만 커지는 일이라 보람도 없다.

2. 풀과 소(컨텐츠와 활용성)를 키우는 방법

죄다 셀프 보팅하려고 스팀을 사서 얻은 스팀달러를 팔아버리면 대체 누가 삽니까?

에 대한 해결 방안이다.

SMT 등 이미 이런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방안도 많지만, 필자는 스팀잇이 지금 상태로도 도네이션 플랫폼으로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터넷 방송 플랫폼들의 도네이션 수수료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수수료들의 일부만 끌어와도 '스팀잇의 매출'로 만들 수 있다.

이를 끌어오는 것을 누가하는가?
그야 만족감과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는 고래들이 하게 될 것이다.

모두 각자 셀프 보팅을 하다보면 초기 수익은 굉장하겠지만 순식간에 규모가 떨어질 것은 뻔한 일이다.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이익금을 돌리다보면,
만족하면서도 위기감도 느낄 것이다.

'아, 이 좋은 걸 대대손손 계속 해먹어야 할텐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금전적 여유에서 나오는 도네이션 및 스팀잇 활성화 활동에 참여하게 될 것이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게 되는 고래도 많아질 것이다.

3. 밀어주기 활성화

담합보팅 금지를 풀어야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가상의 예로 너무 높은 수준의 예술 혹은 어려운 글을 올려서 보팅을 별로 못 받는 분이 있다고 하자.
이 분의 컨텐츠가 정성이 가득하며 엄청난 가치를 가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 하나 뿐일수도 있다.

그러면 이 분의 가치를 사람들이 알 때까지, 그만 두시지 않도록 밀어줘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매일 누구에게 몇 퍼센트 보팅을 했고... 그게 파벌이 어떻고... 하다보면 본질이 흐려진다.
좋은 컨텐츠에도 겁나서 보팅을 못 하는 것이 스팀잇이 추구하는 가치인가?

4. 다운보팅 활용 최소화 - 위법적인 것 위주의 다운보팅

다운보팅이 필요한 곳은 정당한 가치냐 아니냐를 따지는 곳이 아니라, 지나친 광고, 사이트에 포함되어 있으면 문제가 될 만한 내용에나 활용되어야 한다.

이는 누가 스팀잇에 필요한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유명인, 고액 투자자, 훌륭한 컨텐츠 작성자 모두 스팀잇에 필요한 인물들이다.
반면 지나친 광고나 저작권 위배 내용이 스팀잇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언 : kr 커뮤니티 내에서 싸워봐야 아무 의미도 없다.

설령 높은 스팀파워로 kr 커뮤니티를 평정한다고 해도, 다른 언어 커뮤니티에서 호응이 없으면 kr 커뮤니티에서 희생자만 속출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스팀잇 내부 구성원들을 배부르게 하고, 스팀잇이 가져다주는 편익을 높여서 매출을 높이려 해야지, 분배문제로 싸워봐야 어차피 결판도 안나며, 난다고 해봐야 국지적이다.

스팀잇은 아직도 많은 편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초고속 송금을 통한 도네이션, 투자한 만큼의 bandwidth를 이용한 자료저장, 관리자 승인이 필요없는 커뮤니티 생성...

이 편익으로 인한 이익을 컨텐츠 생산자만 가져갈 것이 아니라, 투자자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억울한 희생자들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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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게 서로가 처한 입장이 다르다보니 ... ㅠㅠ

본문에는 의문점이 남지만 “제언”부분에는 동의합니다.

앞으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겠지만 그래도 현재의 다툼이 무의미하지는 않다는 점은 알아주십시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현재까지는 무의미해 보이네요.

패러디의 제왕이시군요 ㅋㅋㅋㅋㅋㅋㅋ
페르마의 정리에 소는 누가 키우나 까지 ㅋㅋㅋ
저 역시 시스템에서 제한하지 않는 것을 유저가 자체적으로 룰을 만들어 제한하는 것에 매우 회의적입니다.
룰에 따르는 사람만 손해를 보겠지요.
충분한 셀프 보팅을 가능하게 하되, 셀프보팅은 보팅파워 소모가 훨씬 심하다던가, 셀프 보팅으로 인한 저자 수익은 상한 비율이 있다던가 하는 시스템적 제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의는 강요할 수 없는 것이고, 선의에 의해서 운영되는 시스템은 반드시 망가지게 되어 있지요 :)

시스템을 변경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설령 kr 커뮤니티에서 좋은 글을 찾아 보팅한다고 해도 외국인이 보면, kr 커뮤니티 인원끼리 담합보팅한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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