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비평) 21세기의 적기법(Red Flag Act) ; 한국의 마지막 기회에 목을 죄다.

in #kr6 years ago (edited)






놀라운 이야기지만 1820년대 영국에서는 이미 28인승 증기자동차가 다니고 있었습니다. 당시 조선은 순조의 세도정치가 한창이었죠.

이후 1840년대까지 증기자동차는 많이 대중화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신기술의 출현은 기존에 이권을 누리던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기 마련이죠.

가장 직접적으로는 마부와 마차 산업 관계자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또, 새로운 운송수단의 등장이 마뜩치 않은 운하와 철도 산업 관계자들도 있습니다.

기존의 운송업 관계자들은 새로운 운송수단인 증기자동차를 몰아내기 위한 공동전선을 펼칩니다. 자신들을 불완전하고 위험한 기계에 일자리를 위협받는 시민들로 포장하는 여론을 형성함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입법로비를 합니다.

지금까지도 익숙한 방법이죠. 실제로 효과를 냅니다. 엄청난 세금을 메겨서 자동차 산업을 고사시키려고 한 것으로 모자라 적기법(赤旗法, Red Flag Act)을 통과시킵니다. 지금까지도 국가가 자국 산업에 가하는 자해행위의 대명사로 불리는 법입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The Locomotives on Highways Act 1861
  1. 차량의 중량은 12톤으로 제한한다.
  2. 10mph(16km/h), 시가지에서는 5mph(8km/h)의 속도 제한을 부과한다.

  • The Locomotive Act 1865 ←기관차량 조례
  1. 교외에서는 4 mph(6km/h), 시가지에서는 2mph(3km/h)의 속도 제한을 정한다.
  2. 자동차는, 운전수, 기관원, 붉은 기를 가지고 차량의 60야드(55미터)전방을 걷는 사람의 3명으로 운용하는 것을 규정한다. 붉은 기인가 랜턴을 가진 사람은 걷는 속도를 지키고 기수나 말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예고한다.

  • Highways and Locomotives Act 1878(개정법)
  1. 붉은 깃발의 필요성은 제거.
  2. 아직도 필요로 된 전방보행 요원의 거리가 20야드(18미터)로 단축.
  3. 말들을 우연히 만나면 차량은 정지해야 하다.
  4. 차량이 말을 놀라게 하는 연기나 증기를 내는 것을 금한다.

법이 의미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자동차의 크기, 속도, 운용방법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법의 궁극적인 목적도 명확합니다. 이런 엄격한 제한을 통해 자동차산업을 위축시켜 다른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보전하겠다는 것입니다. 아니... 증기기관차가 전기차도 아닌데 어떻게 연기와 증기를 안내겠습니까..

결국 법이 뜻한대로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자동차산업이 거의 소멸해 버렸습니다. 1900년대 초반까지 영국은 자동차 기술에서 독일과 프랑스에 완전히 뒤쳐졌습니다.






기득권의 교묘한 선전은 일반 대중의 눈을 가립니다. 기득권의 노골적인 압박은 권력기관을 움직입니다. 적기법은 이런 결과가 그 사회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새로운 산업을 포용하느냐 억압하느냐에 차이가 국가의 경쟁력을 만듭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마부와 마차가 없었겠습니까. 운하와 철도가 없었겠습니까.. 영국은 증기자동차라는 새로운 기술이 출현했을 때, 기득권 사업자와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정치가와 관료가 삽질을 못하게 막지 못했고 프랑스와 독일은 막았던 것입니다.

이것이 향후 수십년 자동차산업의 성패를 나눴습니다. 단순 자동차 산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이런 사회적 경직성은 영국의 제조업의 혁신을 막았습니다. 실제로 19세기 후반부터 대부분의 영국의 제조업은 독일에 추월당하게 됩니다.

이런 영국의 제조업 쇠퇴는 경제력과 국력의 쇠퇴로 이어져서 유럽의 질서에 대한 독일의 도전을 불러옵니다. 이런 도전이 얼마나 처참한 전쟁을 불러왔는지 모두 잘 아실겁니다. 영국의 패권은 2차세계대전 후에 끝난 것이 아닙니다. 18세기 후반 영국의 산업이 경쟁력을 잃었을 때 이미 끝난것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누가 뭐래도 미래를 바꿀 기술입니다.


블록체인을 받아들이는 여러 나라의 포용성은 차이가 납니다. 미국과 유럽은 비판적의로 수용하고 있는걸로 보입니다. 에스토니아와 싱가폴 같은 몇몇 나라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국의 성장전략으로 삼고 있습니다.

만약 블록체인이 제대로 힘을 발휘해서 금융업 자체가 재편되거나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면 제일 피해를 입는 곳은 미국과 유럽입니다. 이 곳이 현재 세계질서와 산업구조에서 가장 이익을 보는 곳이니까요. 그래도 기존 질서에 위협이 되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억압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의 후진적인 금융업은 미국과 영국이 차지하고 있는 금융질서에 도전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아무리 날뛰어도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기 요원합니다. 중국이 한발 더 다가가면 선진국은 한발 더 물러납니다.

아래 기사처럼 아예 노골적으로 기술획득을 막기도 합니다.
미국, 중국 지분 25% 이상 기업에 첨단기술 투자 제한할 듯

그렇다면 중국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지요. 기존의 기술격차와 진입장벽이 없지만 세상을 바꿀 새로운 기술에 올인을 해야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암호화폐를 가장 반겨야 하는 것은 중국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못하죠. 자신들의 외화가 유출될까봐... 자신들의 경제통제력이 약화될까봐... 암호화폐를 가장 탄압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자신들의 조그만 밥그릇을 지키려다 근본적 기술혁신을 억압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어디에 속할까요?

다시말하지만 파괴적인 기술을 포용할 수 있는, 혹은 억압하고 싶어도 멋대로 억압할 수 없는 나라가 부유하고 강력해집니다.



중국과 한국의 입장은 "블록체인 기술은 발전시키되 암호화폐는 도움이 안되니 제한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일까요? 아래 15분 정도 되는 동영상을 하나 첨부하겠습니다. 꼭 한번 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전에도 말씀 드렸지만 블록체인은 "유효한 정보의 묶음을 공개 검증하고 자동으로 실행하는 시스템"입니다. 한마디로 신뢰와 검증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컴퓨터입니다.

블록체인이라는 컴퓨터에 지분을 입증하고, 자원을 할당하는 피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암호화폐입니다. 살아있는 신체에서 피만 분리할 수 없듯이, 산업에서 화폐만 분리해 낼 수 없듯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둘을 분리해서 블록체인 기술만 밀어주겠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죠.
정부, 블록체인 기술은 진흥하겠다지만...

올해 1월 15일 기사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진흥하겠지만 암호화폐 열풍과 투기는 차단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정책에 따라 아직까지도 정부는 은행을 압박해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고객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실명계좌 100일] 뒷짐 진 당국에 중소거래소 가상계좌 발급은 '0'





이런 사회분위기 때문에 블록체인 사업관련 업체들은 은행에서 계좌발급도 못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블'만 말해도, 블랙리스트 취급





정부가 나서서 블록체인의 싹을 잘라내고 있는 것과 동시에 블록체인과 관련해 정부예산 나눠먹기는 하고 있습니다. 기괴한 모습입니다.
정부, 블록체인 실질적 도입 로드맵 공표

로드맵에 따르면 2018년 100억 원의 지원금을 시작으로 2020년엔 지원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교육 부문 지원을 위해 3개 대학 블록체인 연구센터에 최대 6년간 연 8억 원이 지원되며 그 규모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블록체인관련 기업가가 사업도 못하게 막아놓고 대학에 연구비지원은 왜하죠? 6년뒤에 다른나라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는 동안 매년 8억씩 대학에 나눠주고 있겠다구요?

이 정부 로드맵에 대해서는 별도의 포스트로 비판해 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민간부분의 블록체인 사업은 편법을 동원해서 막아놓고 일반인의 블록체인관련 투자도 방해하면서 세금은 비효율적이고 공무원스럽게 낭비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제대로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나오기 힘들겁니다.


귤화위지(橘化爲枳) 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강남(서울의 강남이 아닙니다.)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소리입니다.

새로운 자본조달방식인 ICO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유독 한국에서만 스캠이나 먹튀용 작전이 되는 것을 많이 봐 왔습니다.

동의 안하실지도 모르지만 이런 것은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신뢰가 낮고, 거짓말에 관대하며, 단기이익을 쫒는것에 익숙한 한국사회의 한계가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도 들어나는 것이겠죠.

가뜩이나 사회풍토가 이런데 정부 자체가 제대로 된 블록체인이 나타날 길을 막고 있으니 안봐도 뻔한 것이죠.. 정부가 권한을 넘어서 삽질을 하고 있어도 이를 막을 정도로 시민사회가 성숙해 있지도 않습니다.




결국 물극필반 기만즉경(物極必反 器滿則傾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 그릇도 가득 차면 넘친다) 입니다.

영국도 멍청한 법으로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다 죽인 다음에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우리나라도 극에 달하고 그릇이 넘칠 정도로 실수를 해 봐야 다시는 정부가 앞장서서 신기술을 잡는 실수를 안하게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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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나라가 한번 시작하면 들불처럼 번지는 나라라 ..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저도 그 들불이 빨리 번졌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교통사고 막으려다 자동차산업을 죽인걸로 알았는데 상세히 히스토리 리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가 오니 운치있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내세운 이유는 그랬죠. 자동차 사고를 막는다는 것... 사실 그 당시에 마차 사망사고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 함정..ㅎㅎ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출근길이라 절반 정도 동영상을 봤는데, 강의가 찰지네요 ㅎㅎ 나머지 챙겨봐야겠어요. 좋은 강의 소개 감사합니다.
코인이 오르면 세금 안 낸다고 투기꾼이라고 배아파 욕하더니, 떨어지니 조롱하는 사회죠 ㅎㅎ

감사합니다. 저 강의가 블록체인에 대해 정말 잘 정의하고 있는것 같아요. ㅎㅎ

'사회적 신뢰가 낮고, 거짓말에 관대하며, 단기이익을 쫒는것에 익숙한 한국사회의 한계'

걱정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갖고있는 급하고 욱하는 성정 탓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문제이긴 한데 한국사회가 저런 특성이 있는 것은 한국인 개개인이 저런 특성이 있기 떄문이겠죠. 원인은 하나로 지목할 수는 없어도 저런 안좋은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선진국은 될 수 없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에 기차라니.. 봤다면 괴물취급했을것 같아요

저렇게 써 놓으니 서구와 비서구의 기술격차가 한번에 이해되네요 ㅎㅎ

자동차 사고 ..크으 되풀이 되지않았으면 정말 좋겠어요 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엥?자동차 사고에 대한 내용이 아닌데..

아 ㅋ 댓글이랑 같이 보고 달아서요 저도 그당시 자동차사고를 핑계로 산업을 죽였다고 그렇게 알고 있었어서 ㅎ

참 답답한 형국이네요...
어서 정신 차리길!
근데 어찌보면 전세계적으로 지금 작년에 꿈꾸던 청사진은 아직
나오지 않을걸로 봐서
가상화폐 전반에 가시적인 결과가 필요할듯은 해보여요...

예.. 특히 이더리움 성능개선프로젝트는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별다른 소식도 없고 야심차게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던 이더리움기반 토큰 프로젝트도 지지부진한 면이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적기법은 속칭 병크의 대표적 사례인데, 문제는 역사가 계속 되풀이되고 특히 우리에게 악영향을 주게 반복되어서 큰일입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이 병크를 터트리고 있는것 같습니다. 중국이야 중국스러운 나라니까 그렇다 쳐도 한국도 포용성 면에서 중국과 큰 차이가 없다는 뜻일까요.. 안타깝습니다.

사이다 글이네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초고속 안전한 글로벌 신뢰컴퓨터

머리에 팍 오네요 ㅎ

제가 한 말은 아니고 저 동영상에 교수님이 한 말입니다. 저도 이해가 확 되어서 인용했습니다. ㅎㅎ

정말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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