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ke의 WOC 체험기(3)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8 years ago

안녕하세요 Cake입니다! WOC에 다녀온 감각을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마무리를 짓고 싶어 글을 빨리 쓰게 되었습니다. 많은 관심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대회 2일차가 되었습니다. 전날 피로가 많이 쌓여서 그런지 전날 아침보다는 일어나는 것이 조금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전날의 실패(?)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모이는 시간을 조금 늦춰서 잠시나마 더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 2일차에는 8라운드부터 13라운드까지 진행이 됩니다. 또한 필요하다면(4위와 5위의 포인트가 같은 경우, 6위는 4,5위와 같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 제외), 플레이오프가 치뤄집니다.


8라운드 상대를 모른 채로 9시가 되었습니다. 매칭이 뜨자, 제 이름 옆에는 해리 레바넨(Harri Levänen, 핀란드)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보는 이름이었습니다.
이 대국에 대해서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중후반에 상대방의 큰 실수로 큰 점수차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57-7 승리, 제 이번 대회에서의 가장 큰 점수차의 승리였습니다.

8라운드까지의 제 성적은 4승1무3패였습니다. 이전에 누군가가 제 실력에 대해 WOC에 나간다면 5.5승정도를 한다고 했었는데 그 이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막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9라운드의 상대는 와다 마사키(Masaki Wada, 일본) 3단이었습니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어린 아이입니다. 일본 나이로 11살정도라고 하더군요. 일본 유소년 챔피언을 하여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을 땄다고 했습니다. 대회 시작 전에 제리가 와서 어제 이 친구에게 53-11로 졌다고 하면서 조심하라고 전해 주더군요. 무시 못 할 실력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리를 크게 이길 정도면 정말 큰 실력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일본어로 인사하고 어느 정도 마음 편하게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마음가짐이 문제였을까요, 이번에도 8라운드까지 충분한 승수를 쌓았다는 안도감과 충분히 질만한 상대라는 점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는지 무난하게 지는 길로 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친구의 경우 굉장히 돌을 뒤집는 속도가 빨랐는데, 이 또한 저에게는 큰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 제가 본 사람들 중에 가장 빨리 돌을 뒤집는 것 같았습니다. 후반까지도 밀리다가 막판에는 심지어 큰 실수를 하여 대패하였습니다. 57-7 패, 제리보다도 더 큰 점수 차로 패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니, 와다 군이 저에게 와서는 무언가를 주더군요. 엽서와 작은 기념품이었습니다. 자신과 플레이해줘서 고맙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나중에 듣고 보니 와다 군은 자신과 플레이한 모든 선수에게 이걸 줬다고 하네요. 사실 10년 뒤엔 세계 챔피언이 될 것만 같은 친구라 플레이한 제가 더 영광이었는데 말이죠.

9라운드까지의 전적은 4승1무4패입니다. 하지만 여전이 4개 라운드나 남아 있었기에 마음이 좀 편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 경기 페어링을 본 순간,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제 상대편에 떠 있던 이름은 카시와바라 타쿠지(Takuji Kashiwabara, 프랑스)였는데 저도 이름을 많이 들어봤을 정도로 강자이자 특이한 인상의 선수입니다. 유럽 그랑프리에서 연속 챔피언도 했던 사람입니다.


사실 이분을 맞이했을 때, 처음부터 약간 주눅이 들었습니다. 인상 자체가 워낙에 강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선수는 암기파로도 유명한데, 제가 경기를 진행하면서 오래 고민하는 수들도 바로 받아치시곤 했습니다. 아마 알고 있는 길이셨던 것 같습니다.

유리함을 한번도 끌어오지 못한 채 49-15 패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저나 제 주변 사람들, 한국에서 연락하고 있는 사람들도 질만한 사람한테 진 것이라며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이후엔 점심시간을 가졌습니다. 역시나 점심은 대회 측에서 제공을 해 주었습니다.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전날과 비슷한 일본식 도시락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먹고 다른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다음 라운드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3개 라운드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2연패를 했기 때문에 좀 더 쉬운 사람을 만날거라는 기대감을 안고 다음 라운드 페어링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음 라운드 상대는 도메니코 팔라디노(Domenico Palladino, 이탈리아) 선수였습니다. 들어본 적은 없는 선수였으나 이탈리아 대표 또한 굉장히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에(이탈리아는 역대 국가 우승을 해본 5개국중에 하나입니다.)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은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 선수의 레이팅은 1890 정도로 전날 상대했던 두다나 얀데흐라프 선수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를 확인하고 들어갔기에 어느 정도 해볼 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경기 자체에 누군가의 큰 실수가 있던 것이 아니라 무난한 흐름으로 흘러갔습니다. 결과는 제 36-28 패. 큰 실수가 있었다기보단 전체적인 흐름에서 조금 밀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신경을 안쓰려 해도 3연패를 당하고 나니 머리가 좀 복잡했습니다. 어느덧 2라운드만 남겨진 상황인데 여전히 승수는 4.5였기 때문입니다. 외에도 연속된 패배로 인해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12라운드 페어링을 기다리는 동안에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슬슬 승리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제발 쉬운 상대가 걸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12라운드 페어링이 떴습니다. 제 이름 옆에는 이안 바라스(Iain Barrass, 영국) 선수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영국 또한 국가 우승을 경험해본 5개국중 하나기에 그 대표라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의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이 선수의 레이팅은 1800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앞의 선수들과 비교해서 조금 낮은 감은 있었습니다. 다만 제 레이팅이 1600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여전히 저보다는 잘한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앞에서 1900대들을 막 이겨온 것이 거짓말같이도, 저는 이 선수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그나마 조금 나은 상대라는 안심과 그동안의 연패로 인한 지침이 게임에 완전히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 것 같았습니다. 결국 반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45-19로 패했습니다.

이때부턴 마음이 굉장히 조급해졌습니다.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이었고, 이 경기를 이겨야 그나마 본전은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라운드 끝나고 의기양양하게 바라봤던 제 점수 4.5가, 이젠 굉장히 만족스럽지 못한 점수로 변해 있었습니다.


마지막 라운드 페어링이 되었습니다. 제 상대는 한국의 남성우 초단이었습니다. 전야제에 연습경기로도 두었는데 이로써 전야제때 연습경기를 치룬 세 명을 모두 만나는 기이한(?) 일 또한 이뤄졌습니다. 사실 그 때도 이겼고, 올해 열린 대전 오픈과 왕중왕전에서도 승리한 상대였기에 한결 안도하고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안일함이 패배의 시초였는지, 엔딩부분에서 이기는 길을 못 찾고 지는 길로 진행하여 34-30으로 석패하였습니다. 제 승점이 4.5로 굳혀지는 동시에 마지막 5개 라운드에서 5연패를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첫날 전적 3.5/7, 둘째날 전적 1/6으로 총 4.5승을 거둔 채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떤 후련함도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상대한 사람 중 첫 상대였던 가드너를 제외하면 모두 저보다 높은 순위에 매겨져 있는 안타까운 상황도 연출되었습니다. 가드너 선수의 경우 저와 같은 승점을 기록하여 사이좋게 76, 77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이날도 나가노 야스시 선수는 연승행진을 이어나가 결국 13승 전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요, 이는 2005년에 타메노리 히데시(Tamenori Hideshi, 일본) 9단이 세운 기록과 타이입니다. 첫 참가에 어마어마한 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음 날에 예정되어있던 준결승에는 1위부터 4위까지의 선수가 진출하였고, 여류(녹색) 준결승에는 여류 상위 4인이 진출하였습니다. 한국의 이춘애 초단은 아쉽게도 5위에 랭크되어 준결승에는 진출하시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유소년(청색) 결승에는 아더 주이아그너(Arthur Juigner, 스위스) 선수와 와다 마사키 선수가 진출하였습니다.

이후엔 선수들끼리 담소를 나누거나, 연습게임을 몇 게임 하는 등의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되어 저녁을 먹으러 가려는데, 다른 나라와 함께 뒤풀이를 가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이 왔습니다. 결국 여러 팀이 합쳐서 뒤풀이를 가기로 했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선 나라를 섞어서 앉았는데, 제가 앉았던 테이블에는 앉아있던 7명이 모두 국적이 다른 신기한 현상도 이루어졌습니다. 맨 오른쪽에 나오신 분은 사진찍을 때 잠시 들어오신 분이라 같이 앉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영어가 서툰 편인데 저를 제외한 6명이 모두 영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하니 솔직히 좀 어렵긴 했습니다. 그래도 어느순간부턴 그 상황에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술과 함께 3대3으로 게임을 하는 등,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담이지만, 제 옆에 앉아있던 제리가 저에게 Hello America를 외쳐보라고 하기에 말했더니 동영상으로 찍어서 SNS비슷한 곳에 올리더군요. 나중에는 심지어 미국 오델로 연맹에다가도 올리겠다는 말을 했는데 진짜로 올렸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꽤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진도 참여한 사람이 다 나온 것은 아닙니다. WOC의 경우, 참가자 이외에도 관계자나 참관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후엔 2차로 옮겨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야마카와 타카시(Yamakawa Takashi, 일본) 7단과 수에꾸니 마코토(Suekuni Makoto, 일본) 9단 등 몇몇 일본 선수들과 2차 뒤풀이를 가졌습니다. 그곳에서는 일본이 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었는데, 매주 며칠씩 몇 명씩 모여 연구를 한다고 합니다. 그 때 들은 충고로는, 사람을 만나서 자주 두는 것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2차까지 끝나고 나니 12시 정도였는데, 호텔로 발을 옮겨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의 대회는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죠.

가장 하이라이트인 결승과 준결승 그리고 저녁 만찬이 남아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4편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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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잘 보고 있어요~^^ 생소한 건데 알려줘서 고마워요

제가 쓴 글을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제가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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