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젼을 써보자 5. 이젠 기사답게! 명인전!(1)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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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오델로 접함(2014.xx.xx)- 첫 오프모임(2015.04.xx)- 첫 대회(2015. 07. xx)- 첫 입단대회(2015. 09. xx)-첫 명인전(2015.10.xx)-???

자 저의 자서전은 계속됩니다ㅎㅎ

명인전이란, 국내 오델로 '기사'들만 참여 가능한 현재 기사 중 최강자를 가리는 정말 의미깊고 수준 높은 대회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명인전 일정이 10월에 잡힌 덕에, 9월에 입단한 저도 아슬아슬하게 참가 신청기한을 지켜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대회 신청을 했으니 당연히 대회 준비를 해야 하는데, 사실 대회 준비부터가 막막했습니다. 입단대회나 전국대회는 그래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몇몇은 나오게 되어 있는데, 명인전은 정말 까딱하면 전패를 당해버릴지도 모르는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 오델러이기 이전에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시럼 준비 또한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대학교는 10월에 중간고사를 치르기 때문이죠. 그렇게 나름 준비한 듯 아닌 듯 하면서 대회 준비를 마치고,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명인전은 신촌에서 치뤄졌습니다. 당시 신촌에 사는 친구 때문에 몇 번 가봤던지라 지리 자체는 눈에 익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마음 편하게 대회장으로 향하였는데 대회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긴장감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회장에 들어가자마자 이전 대회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긴장감과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엄숙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웃으면서 인사는 나누었지만 대회 이전부터 진지하게 연습대국에 임하시는 분부터, 연습해오신 전략들을 더 분석하며 준비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 사이에 앉아서 친구들만 *톡만 하기엔 이 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할 것 같아 부랴부랴 몇 가지를 연습했습니다. 명인전은 5라운드로 진행했던 이전의 대회들과는 달리, 무려 7라운드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참가자가 1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출전한 사람 중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기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입대한 이후에 선수별로 소개(?)하는 창이 생겨서 참고해 봤습니다.)

물론 누구 하나 쉬운 상대는 없지만, 제 첫 상대는 홍성욱 四단이었습니다. 사실 실제로 게임을 해 본 적은 없지만 한국의 1세대 오델로 분들 중 한분이자, 어마어마하게 잘하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습니다.

솔직히 게임 시작 전부터 약간 움츠려든 감은 있었습니다. 당연히 기사들만 나오는 대회이기 때문에 이렇게 강한 분들만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마주치니 그런 생각도 쏙 들어가더군요. 대국은 앞으로 한 시간 남짓 이어질 것이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바로 손쓰지 못하고 져버리고 말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흑돌을 잡았던 저는 떨리는 손으로 첫 번째 돌을 판 위로 옮겼습니다. 

 저의 첫 명인전이 떨리는 착수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1년이 넘게 지난 일이라 모든 게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안타깝습니다. 기억하는 바로는 당시 대략적인 게임의 흐름은 제가 밀리지는 않으나 상대방이 너무 여유롭게 게임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마무리로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지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비등비등하게 게임을 풀어나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막바지에 다다라 마무리에 들어가서야. 저는 상대방이 저보다 몇 수는 더 보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마무리에 가니 제가 경기 내내 사실은 끌려다녔고 상대방이 그렇게 침착하게 둘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스코어는 20-44. 석패라고도 할 수 없는 스코어였습니다. 경기 내내 제가 받았던 느낌과 실제 결과를 마주하니 저는 아직 미숙하고 목표로 삼아야 할 분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라운드를 아깝지 않은 패배로 장식한 뒤, 2라운드에서 맞이한 분은 김동수 初단이셨습니다. 역시나 제가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분이었고, 사실 나오시기 전까진 이름을 못 들어보신 분이었습니다. 다만 우승후보에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1라운드 때 마주했던 상대보다는 좀 더 수월한 상대일 것이란 생각은 들었습니다. 사실 2라운드는 그다지 기억에 남지는 않습니다. 막상 경기를 시작해 보니, 1라운드에서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고 집중이 잘 된 탓인지 무난한 흐름으로 흘러갔고 무난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생물이라 했던가요. 제가 3라운드에서 만난 분은 김관윤 現 六단이셨는데, 명인전에서 2라운드까지 1승 1패로 반타작을 거두었다는 것과 2라운드를 12-52의 대승으로 끝냈다는 점 때문에 들더서 집중이 제대로 안 됐던 것 같습니다.

사실 완벽히 집중을 한다 해도 이길 가능성이 반절도 안되는 분인데, 이렇게 들떠서야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할 게 분명하였습니다. 이를 드러내듯, 주어진 시간의 반절도 채우지 못한 채 22-42의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4라운드에서는 김동일 初단과 경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상대로 말하자면 명인전 최연소 참가자였는데, 당시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럴거같긴 한데 나이를 잘 몰라서 패스..

어쨌든 당시 이 대회의 최약체로 분류되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실수를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방심 태세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객관적인 실력에서야 다들 제가 앞선다고 평가해 주시지만, 방심이라는 큰 실수를 해버린 상황에서 이 게임은 33-31이라는 결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어느 쪽이 신승을 거두었을지 궁금하신가요? To be continued... 


*이 대회에 관해서는 쓰고 싶은 사진이 정말 많지만 핸드폰이 없는지라.. 휴가도 좀 남아서 지금 이런 상태로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근래에 내내 야근하느라 퇴근하면 사지방이 닫혀 있는 일이 반복돼서 일정한 주기로 글을 올리는데 실패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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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c Thank you for your work, I invite you to evaluate my work.

thanks!

모두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ㅎ

다들 긴장하고 있는 눈빛이죠 ㅋㅋ

안녕하세요 ksc님 재미있네요 ㅎㅎ 결과가 궁금합니다 초딩초단의 실력도 엄청나네요. 이기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닌가요? ㅋㅋ

스포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음 글을 기대해주시길!ㅎㅎ

네 ㅎㅎ 기대해보겠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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