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운영자로서 보는 Steemit (1)

in #kr7 years ago (edited)


inspired by @ioc 


내가 steemit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이 넘은 일이다. 난 당시 운영하던 다음카페 '리뷰공화국'을 접고 독립된 형태의 새 플랫폼을 구축하던 중이었다. 당시 Facebook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새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와 레퍼런스 등을 던져주곤 했는데(내 Facebook 팔로워는 48만 명 쯤 된다), steemit은 그 중에서도 눈에띄게 특별하고 재미있는 케이스였다. 불과 얼마전에 오픈한 서비스. 글을 쓰면 글의 퍼포먼스에 따라 유저가 보상을 받아가는 서비스라는 점이 내가 기획하려던 플랫폼의 핵심과 맞닿아 있기도 했다. steemit이 내놓은 백서를 종이로 뽑아 수능지문 해석하듯 밑줄 쭉 그으며 읽어보기도 했다. 갈수록 이해가 어려워져서 중도에 포기했지만. 그 외에 자잘한 UI나 채널구성 등에서도 참고를 꽤 했다. 어디 투자처에서 '저기 미국에도 우리랑 비슷한 걸 하는 steemit이라는 서비스가 있더라' 고 언급하기도 했다. 뭐.. 지금이야 완전히 다른 서비스다. 

물론 당시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상당히 낮았고(지금도 마찬가지다) steemit에 투자할 리소스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제와서 '왜 그땐 투자하지 않았나' 는 질문은 부질없다. 아무튼 지금의 나는 RepublicDot 이라는 이름의 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지난해 9월 26일에 자사 웹서비스 플랫폼인 ReviewRepublic을 베타 오픈한 플랫폼 운영자다. 가입회원 수는 3만 명을 넘었고, 일간활성이용자수는 1만 명, 월간활성이용자수는 25만 명 정도다. 오픈 초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서비스 자체의 안정성 확보와 인력문제 등으로 인해 베타기간이 길어졌고, 현재로서는 다소 성장이 둔화되어 있는 상태다. 성장과 퇴보의 기로. 여러모로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곳 steemit에 주인의식을 갖고있는 유저들과 회사의 플랫폼의 경영자로서의 나는 어느정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이쯤 읽다보면 '왜 다른 플랫폼 운영자씩이나 되는 놈이 여기다 글을 쓰냐' '지 하던거나 잘하지 왜 참견질 지적질이냐' 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다. 그동안 steemit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글 한 번 써보지 않은 것이, 나 스스로 위와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괜히 찔려서 그랬다. 혹시라도 우리가 하는 서비스가 허접하게 느껴질까봐. 너무 거대하고 정교해보이는 경쟁 서비스 앞에서 모든 사기와 의욕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steemit에 너무 관심이 있어서 애써 관심을 돌렸다. 좀 병신같은 짓이긴 한데 아무튼 그랬다. 그러던 차에 @ioc를 만나게 됐다.

@ioc와의 만남은 사업상 알게된 지인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사실은 이미 1달 전에도 소개를 받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의 내가 오버워치하다 부순 책상을 새로 사서 설치하느라 하루를 다쓰는 바람에 못 만났었다. 아무튼 한 달만에 새롭게 약속을 잡아 서울대입구역 근처의 회사 사무실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곳에서 글을 빌려 @ioc의 첫인상을 말하자면, 매우 진중하면서도 천재적인.. 뭐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님말고.

우리는 만나자마자 엄청 많은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밥시간 비슷하게 만났는데 밥 생각도 잊고 계속 이야기를 했다. 보통은 내가 듣는 입장이긴 했지만.. 나는 원래 남 이야기를 많이 듣는 타입이 아니다. 내가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불안한 인간이고, 아무리 화기애애해도 내 위주의 얘기가 전혀 없으면 왠지 화가 나는 인간이기도 하다. 그런 내게도 @ioc의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우면서 멋졌다. 그래서 잠자코 들었다. 현재의 steemit에 대한 걱정, 한편으로는 그 걱정의 수십배 쯤은 되어보이는 확신 사이에서, 보기드물게 빛나는 눈을 봤기 때문이다. 

그 날 우리는 계속해서 얘기만 하다 허기를 못이겨 맞은 편 국밥집으로 갔고, 냉면과 수육국밥을 먹은 뒤 헤어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steemit에 전에 없는 관심과.. 학구욕이 샘솟았다. 그래서 @ioc에게 steemit에 글을 써보겠다고 했다. 적어도 내가 이해한 바로는, steemit은 공부하고 관찰할 가치가 있는 서비스인 한편에 ReviewRepublic의 경쟁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steemit의 핵심은 블록체인이고, ReviewRepublic의 핵심은 텍스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존가능성을 찾으려고, 플랫폼의 미래를 가늠해보려고, 늦었지만 어떻게든 꼽사리 좀 껴보려고... 같은 거창한 이유로 이런 글을 쓰게된 것은 아니다. 그냥 글을 써보고싶을 정도의 흥미가 생겼고, 그래서 쓰는 것이다. 이 글이 이곳에서, 혹은 외부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나 역시도 알 수 없다. 그냥 쓰는 것이므로.

어쨌든 앞으로 한 명의 플랫폼 운영자로서 바라본 steemit, 그리고 @ioc와 만나 나눴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시간 날 때마다 짤막한 글을 연재해보려 한다. 짬내서 쓰는 것이지만 최대한 재밌게 쓸 것이다. 그게 내가 늘상 해오던 일이니까.


부디 앞으로 잘 부탁드리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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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신분이 오셨네요~ 기대가 됩니다~

반갑습니다! 저도 많은 기대중입니다!

김리뷰님 환영합니다 :)

기대하고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옛날 글들 재밌게 읽었었는데 스티밋에 강림하셨군요 :) 환영합니다 앞으로 올릴 글들 기대하겠습니다!

리뷰님 환영합니다.

리뷰님 반갑습니다

와우! 환영합니다! ReviewRepublic!
재밌는 퀘스트로 dot을 모으고 소통하고, 모은 dot으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도 준비하셨네요 ㅎㅎ
이용자 입장에서는 운영자는 다 대단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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