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바로잡기] 002. "그 하얗고 울룩불룩한 타이어 캐릭터 있잖아. 미슐... 랭?"

in #kr7 years ago (edited)

프랑스는 대표적인 미식의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 체류 중이거나 여행 온 한국인들은 쉽게 동의하기 힘든 일 중 하나입니다. 미식의 나라치고는 끼니 때마다 갈 만한 식당을 찾는 게 쉽지 않거든요. 프랑스 가정식이나 전통식을 다루는 곳조차도 한국인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운 맛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어딜 가나 따라가 보면 이태리 레스토랑이 나옵니다. 프랑스의 이태리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특별할 건 없습니다. 피자와 파스타가 주메뉴니까요.
전 세계의 음식이 다 들어와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려고,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오늘도 별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나 봅니다.

오늘은 바로 그 별의 지명자 Le Guide Michelin의 표기법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The Michelin Guide

미쉐린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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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레스토랑을 안내하는 책의 대명사가 된 미쉐린 가이드가 타이어 회사 Michelin에서 나왔다는 건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자동차 여행을 장려하려는 목적으로 그래서 타이어 좀 많이 팔아먹으려고 1900년에 처음 '끼워주기' 시작한 미쉐린 가이드는 본래 레스토랑을 안내한 책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각 지역의 호텔 등급과 요금에 대한 안내가, 그 다음에는 정비소와 병원, 명소 등을 망라하더니, 1920년에 이르러서 자신들의 비밀조사관이 평가한 좋은 레스토랑을 가이드에 포함시킵니다. 페이지수가 늘어나고, 타이어를 사면 공짜로 끼워줬던 가이드를 '별도 판매'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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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입니다. 셰프들이 별에 따라 웃고 울고, 심지어 죽음으로까지 내몰리게 된 게...

이 악마적 가이드북은 현재 한국에선 영어 표기에 따라 미쉐린 가이드라는 명칭으로 쓰이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지어 표기를 선호하고 존중하는 분위기에 따라 많은 미디어에서 프랑스어식 명칭 역시 즐겨 쓰고 있는데요. 바로 미슐랭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틀렸습니다.

"미슐랑."



이것이 표준 프랑스어 발음에 가까운 표기입니다. 한 번 들어볼까요?



(1:08를 재생해 보세요. 재생 출발시간 설정이 안 먹히는데 이유를 아시는 분 댓글로 도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잘 들리시나요?

뜨거운 와인을 뜻하는 방 쇼 Vin chaud 와 마찬가지로 /자음+in/의 조합은 /자음+앙/으로 발음합니다. /앵/이 아니라요. 쉽죠? (남부 발음으로 들어보고 싶은 분은 위 동영상 1:01초를 재생하세요)


2018년에는 미슐랑의 간택을 받은, 별들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곳에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행운이 여러분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P.S. 이 시리즈는 프랑스어에 관한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 규칙이 바뀔 때까지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규칙이지만 일단 적용만 하면 지속적으로 올바르게 쓸 수 있는데도 학계나 정부나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 해외 여행, 연수, 유학이 어려운 시대도 아니고, 하다못해 유튜브나 forvo.com 혹은 네이버 사전에서도 올바른 발음을 생생히 들을 수 있는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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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차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미쉐린이나 뮈슐랭을 다르게 느낄수 도 있죠. 틀렸다고 하기는 뭐한 것 같습니다. 베니스영화제인가 베네치아인가. 깐느인가 칸인가.

아직 많은 분야에서 많이 쓰는 언어(외래어)가 정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s. 미슐렝 별은 알아도 미쉐린 별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요.

의견 감사합니다. 이건 영어(베니스)와 원어 표준어(베네치아)의 차이와는 다릅니다. 깐느인가 칸인가의 문제에 더 가까운데, 제가 포스팅에서 다루는 문제는 거기서 훨씬 벗어난 발음 표기에 관합 겁니다. 미슐랭은 Michelin을 국립국어원이 지정한 표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쓴 겁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가능한 원어 표준어에 최대한 가깝게 한다는 게 전제인데, 따라서 미슐랭은 프랑스어 표준어와 일대일 대응하는 표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미슐랭은 표준 프랑스어가 아닙니다. /자음+in/은 발음 기호 /ɛ̃/으로 표시하고 우리말로는 /앙/이 됩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의 프랑스어 표기법은 /ɛ̃/을 /앵/으로 표기합니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국립국어원은 <'미슐랭'이 프랑스인들이 쓰는 표준어야> 라고 하고 있는데, 프랑스인들이 표준어로 '미슐랑'이라고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감히 틀렸다고 말 할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쓰는 프랑스어 표기는 상당수의 모음 체계가 이렇게 표준어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오늘 저를 스팀잇에 인도 한 친구와 술 한잔 먹고 있습니다. 처음에 제가 댓글을 달았을 때도 친구와 진탕 먹고 글이 세 글자로 보일 정도로 먹고 침대에 누웠늘 때에요. 다 읽지도 못했죠. 미슐랑. 틀렸습니다, 만 눈에 들어와 술에 취해 틀렸다에 거부감이 들어 댓글을 단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술이 깨 다음 날 저는 친구와의 대화는 기억도 나질 않는데 제가 단 댓글이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댓글을 지워 볼까,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 들어간 포스팅에 대댓글이 달린 작가님의 글을 보는 순간 얼굴이 붉으스레 변하고 전 날의 느끼지 못했던 부끄름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그리고선 작가님의 블로그를 둘러 보게 되었죠. 그 사이 느낀 점은 적지 않을게요. 그리고 소설을 봤어요. 저는 판타지 별로 안좋아 하거든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재밌죠. 영상으로 보면. 제 세대에 다 읽던 퇴마록도 읽다 말았는데. 작가님의 소설은 부끄럼에 댓글을 지울까 하고 찾았다가, 꿈을 꾼 듯이 읽었습니다. 제가 꿈은 장르를 가르지 않고 꾸거든요, 용을 타는 꿈은 정말 많이 꿨어요. 꿈이 기억난다면 나는 스필버그를 넘어선 크리에이터가 되는 줄 매일 일어납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술은 모든 힘을 넘어서네요. 부끄럼도 넘어서고, 지금껏 쓴 글 다 지울까 지금도 고민하지만 일주일 지난 포스팅이니 작가님만 볼 줄 알고 댓글을 남겨 봅니다.

절대 선의도 아니고 결례를 갚으려는 의도도 아니였다는 걸, 추천하고 스스로 더 큰 가슴을 울리는 보상을 받았다는걸, 혼자 느끼려 했는데 저와 같은 마음이 전달이 되었다는 것에 더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한국에 오시면 연락 주세요.

우리만 읽는 줄 알고 부끄럼를 술의 힘을 빌려 올려 봅니다.

고민하던 글을 올리고 나니 마침 이터널라이트님이 댓글을 달아주셔서 무척 반갑습니다 :D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저는 항상 분노에 차 있습니다. 이 사안에 관련된 분들의 직무유기에 대해서요. 이터널라이트님의 댓글을 본 순간 아차 싶었죠. 경계는 하고 있었지만 제 분노가 글에 들어갔던 게 명확히 보였던 겁니다. 내용이 아무리 옳아도 전달 방법이 적절치 않다면 성공적인 글쓰기를 할 수 없는데 이터널라이트님 덕분에 그걸 깨닫게 되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실 겁니다. 게다가 여기서는 좀처럼 읽힐 수 없는 제 소설을 재미있게 봐 주시니 두 배로 감사하죠😄
저도 판타지와 SF 꿈을 많이 꾸는데요(세상이 멸망하는 꿈도 여러 번 꿨습니다😂) 비록 용을 타는 꿈은 꾸지 못했지만 용과 관련된 꿈은 딱 한 번 꿨었습니다. 용과 소년에 관한 꿈이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 읽고 계시는 'V의 날'의 뼈대가 되었죠.
용기 내어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한국 가면 연락 드리죠. 푹 주무시고 내일 다른 글에서 뵙겠습니다!

이렇게 빨리 댓글이 달릴 줄 은 몰랐습니다. 제 전 포스팅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pc통신세대와 mirc라는 뭐라 그럴까, 아실거라, 짐작 하실거라 그때도 모르는 형들과 지금과 비슷한 느낌으로 공감하고 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앞에 앉은 친구 뻘쭘 하지 않게 이만 줄이겠습니다 너무 긴 댓글을 다니 제 친구도, ‘너 대단하다’라고 하네요. 정말 나중에 입국 하시면 짧다면 길고 길다면 짧은 체류 기간에 만나고 싶네요. 저 길가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나중에 밥 한 번 먹자’ 이런 소리 제일 별로에요. 술 김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표현 처음이란걸 알아 주시라라. 소띠입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친구를 뻘쭘하게 내비둘 수 없습니다. : )

very very merci!

수치심을 버린 글 쓰기, 제가 첫 응답입니다.

즐거웅 주말 보내시길!!!

헙.. 계속 달리고 계셨군요. 항상 변수가 많아서 100% 확답은 못 드립니다. 다만 저는 약속이 아니더라도 제가 한 말은 지키려는 타입입니다😎 자칫 친목질로 보일 수 있으니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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