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이 갖는 비극-순간을 영원으로(#74)

in #kr6 years ago

독사.jpg
환절기입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선선하고 낮에는 덥습니다.

이럴 때 길에서 뱀이 깔려죽은 걸 자주 봅니다. 근데 이 뱀은 대부분 독이 강력한 독사입니다. 독이 약한 뱀은 오히려 잘 안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독사의 생리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독사는 변온동물입니다. 요즘 철에는 해가 떨어지면 변온동물은 체온 관리가 안 되니까 크게 위축됩니다. 마침 아스팔트는 낮 동안 따뜻하게 데워진 곳이니까 풀숲에 있던 뱀이 이곳으로 나옵니다.

찻길에는 차가 다닙니다. 독이 없거나 약한 뱀은 뭔가 낯선 대상이 다가오면 슬그머니 풀숲으로 피합니다. 특히나 저보다 덩치가 큰 짐승이나 자동차가 나타나면 재빨리 숨습니다.

근데 독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스스로 강력한 독이 있다는 걸 알기에 여간해서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한번은 마을 아이들이 나보고 “아저씨, 독사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 따라 가보니 저녁 해질 무렵인데 독사가 포장도로에 나와 있더군요. 해가 지고 나면 시멘트가 훨씬 따뜻하지요. 이곳으로 나와 자기 몸을 데우고 있던 겁니다.

아이들이 서넛이 가도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어른인 내가 가도 움직이지 않더군요. 대가리 처 들고. 아이들은 물론 나 역시 독사가 두렵기에 긴 막대기를 집어 들었어요. 그제야 그 놈이 낌새를 채고 풀숲으로 도망을 갔어요. 고양이한테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놈이 독사랍니다.

한번은 이런 의문이 들더군요. 독사가 저렇게 강하다면 왜 크게 번식하지 않을까? 자신을 너무 믿다보니 제 덧에 걸려 죽는 겁니다. 그러니까 독사는 자기가 몸을 말리는 데 앞에 자동차가 와도 비키지 않아요. 그러니 비참하게 깔려준 겁니다. 죽은 독사가 조금 안 되기도 했지만 뭔가 내 삶 속에 교훈이 되기도 하더군요.

어쩌면 독사의 천적은 자기 자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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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하고 길에서 보면 소리를 질렀을 것 같아요. ㅎ

사진으로만 봐도 ㅎ

결국 자만이 문제군요. 에고고 ㅠㅠ

자신감과 자만의 차이가 뭘까요?

에구구ㅜ

나무아미타불 ㅜ

오싹하지만 독사가 주는 교훈이 있군요. ^^

오싹한 교훈입니다.^^

말그대로 독사네요!!!

독사한테도
비비아님 유머 감각을!!

내일은 겸손한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자신감을 가진 겸손함^^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후님, 반가워요

자신을 너무 믿다보니 제 덧에 걸려 죽는 겁니다.

독사얘길 읽으니 저도 제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자만과 자신감의 경계가 늘 어렵습니다.^^

예전에 시골길에서 어스름한 저녁에 까치독사를 봤었는데 얼마나 놀랐던지요...ㅎㅎㅎ

독사는 언제봐도 오싹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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