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보다 더 커진 한가위 놀이-순간을 영원으로(#73)

in #kr6 years ago

상주 경천대 카누.jpg
다들 명절 잘 보내시나요?

저는 어제 ‘추석에 친지들과 카누 타기’라는 포스팅을 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앞으로 계획을 올리는 데는 부담이 따릅니다. 거의 모든 일이 그렇잖아요? 실제는 계획과 달라진다는 걸.

그럼에도 글을 올린 이유는 얼마나, 어떻게 달라지나 그 궁금함도 한몫했습니다. 일단 출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두 시쯤에 집에서 출발 예정. 경천대 카누 장에서 동생네 식구들과 4시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근데 막 출발할 쯤에 집으로 손님이 온 겁니다. 보자마자 인사만 하고 헤어질 수는 없습니다. 20분 정도 늦게 출발해야했습니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차를 몰아, 카누 장을 향했습니다. 도착 지점까지 10키로 미터 남짓 남은 상태인데 어머니께 전화가 왔습니다.
“그냥 바로 집으로 올래?”
“아니, 왜요?”
“너희 식구가 늦는다고 해서 다들 여기 집으로 왔거든.”
“어렵게 잡은 약속이니 바쁘지 않으면 이리로 다시 보내세요.”
“의견을 물어볼 게.”

경천대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하는 데 동생네도 곧이어 도착하더군요. 근데 식구가 왕창 늘었습니다. 동생네뿐만이 아니라 어머니와 형수님까지. 차례 상을 준비하다가 다 나온 겁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어머니는 연세가 많아 무릎이 안 좋습니다. 형수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돌아가면 팔짱을 끼듯이 하여 카누 장까지 왔습니다. 카누를 두 대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4촌 사이인 젊은이들 한 대. 나머지 어른들 한 대.

우리 식구는 그래도 경험이 있는 편인데 나머지 사람들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얼마나 재미있고 신나하는 지, 소개한 제가 다 뿌듯할 정도입니다. 또한 일정상 함께 하지 못한 형제들과는 다음에 더 많이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몸을 움직여 가족이 함께 놀아서인지 한가위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야말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사실 저희 형제들 모이면 정치적인 면에서 편이 크게 갈리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면 얼굴을 붉히며 끝나곤 합니다. 근데 이번 한가위에는 남북관계를 비롯하여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죽이 척척 맞아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산소 둘레 잡목을 베어내고 정리하는 일도 손발이 잘 맞고. 밥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도 남녀노소를 떠나 다 같이 하고.

그래서인지 그전에는 점심을 먹자마자 부랴부랴 다른 곳(처가. 친정)으로 떠났는데 이번에는 지금 자리를 떠나기가 아쉬워하는 모습입니다. 차를 마시며 한참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느지막이 헤어졌습니다. 다음 명절에는 더 즐거운 모습으로 만나자고.

정리하자면 더 즐거운 명절을 위해 가족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명절은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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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다음추석이 기대되요. 저희 가족이 사랑으로 피어나는 가족되길요.ㅎㅎ

좋은 경험
많이 나누어주세요.

거의 모든 일이 그렇잖아요? 실제는 계획과 달라진다는 걸.

그래서 제가
백서에 적힌 글에 흥을 느끼지 못하는게 그런 이유에서
아닐까 문득 들었네요

죽이 맞다니
이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명절을 보낸게 아닐까 싶네요

이번 명절만큼 다음 명절도 즐거운 명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경험을 많이 쌓으시길 바랍니다.

정치이야기만 하면 아내하고도 싸웁니다.ㅎㅎ
즐거운 명절 좋네요.

부부 사이 투닥투닥 하는 명절도
나름 돌아보면 낭만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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