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T column: 페이스북, 리브라 연합과 제3세계의 시장

in #kr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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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T Column

2018년 1월, 월간 이용자 수가 23억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은 비트코인 및 ICO 관련 광고를 전면 중지했다. (바로 뒤이어 구글, 트위터도 암호화폐 광고를 중지했다.) 암호화폐 광고가 사람들을 현혹시키거나 기만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 규제들은 2018년 6월 부터 천천히 사라졌다. 올해 6월 부터는 암호화폐 행사나 교육 콘텐츠는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ICO는 광고가 제한된다. 그리고 2019년 6월 18일 페이스북은 리브라 블록체인 백서를 공개했다.

백서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탈중앙화 되고 휴대 가능한 신원인증은 포용적 이며 경쟁력 있는 금융 시스템의 필수 요소이다”라는 내용과 더불어 리브라 블록체인은 실제 세계의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가명(pseudonymous)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이 디지털 신원을 구축할 수 있는 개인들의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보다도 이용자 자신을 더 잘 아는 기업이며, 확보한 개인 정보는 맞춤형 광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지난 대선에 활용되기도 했다. 또한, 백서를 통해 리브라는 전세계 금융 소외계층 17억 명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근거가 된 2017년 글로벌핀덱스 데이터베이스 보고서에 따르면 이 17억명 가운데 10억 명은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으며, 5억명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소외계층을 향한 페이스북의 준비는 아주 착실하다. 2016년 페이스북은 internet.org의 한 프로그램으로 아프라카 22개 국가에 프리베이식스(Free basics)라는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훌륭한 사회공헌 활동’이지만, 문제는 페이스북이 선별한 편향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인터넷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의 사용 권리를 더 제한할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인터넷 = 페이스북’ 이라는 인식을 심어 ‘디지털 식민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프리베이식스 서비스를 거부하기도 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프로젝트를 통해 수천만명의 추가 이용자를 확보하였다.

제3세계 소비자들의 인터넷을 확보한 페이스북의 다음 행보는 리브라를 통한 금융이다.

금융 본연의 역할이 기업에 대한 평가와 감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대상인 기업이 금융을 지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취지에서 출발한 개념이 은산분리이다. 미국의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최대 한도를 25%로 제한하며, 한국에서도 은산분리법에 의거하여 최대한도는 10%(의결권은 4%)이다. 문제는 은산분리 시스템이 갖추어질 수 없는 제3세계 국가들이다. 일례로, 영국의 보다폰이라는 통신사가 소유하고 있는 ‘사파리콤’이라는 이통통신사가 만든 엠페사는 케냐의 열악한 금융 시스템에 힘입어 전국의 간편결제와 송금 시스템을 제패한 바 있으며, 현재도 엄청난 기세로 확장 중이다. 페이스북은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할 것으로 생각한다.

리브라 백서를 살펴보면 리브라 블록체인을 운영하는 주체인 리브라 연합은 수십여 개의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결제 시스템 회사, 기술 회사, 통신사, 블록체인 회사, 벤처 캐피탈, 그리고 소외계층을 향한 비영리 단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리브라 연합에 속하기 위해서는 약 100억 원에 상당하는 초기 투자가 필요한데 반해,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제3세계의 사람들에게 해주는 소액 대출과 같은 임팩트 금융을 하는 단체의 경우는 이 기준이 없다. 현재 초기 멤버로 포함된 비영리 단체로는 Kiva, Mercy Corps, Women’s World Banking이 있으며, 각각의 단체들은 모두 임팩트 금융과 관련된 단체이다. 즉, 은산분리가 약한 국가들에서 NGO를 통해 리브라를 공급하고 해당 국가들의 금융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침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은산분리를 뛰어넘는, 감시 없는 화폐 발행까지 가능한 영역을 넘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3가지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페이스북(혹은 왓츠앱, 인스타그램) 계정,
(제한된) 인터넷 접근성,
그리고 금융 정보이다.

리브라의 송금 수수료는 무료가 아니다. 적절한 수준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여 이 수수료를 할인한다는 정책을 폈을 때, 작은 금액도 소중한 금융소외 계층에게는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일 수 있다. 위에 기술하였듯 처음에는 실제 개인과 리브라의 계정을 연결하지 않고 만들지라도, 사실상 페이스북으로 제한된 인터넷 사용생활, 수수료를 절감하기 위한 금전적 요인, 디지털 화폐의 높은 편의성은 결국 금융 소외계층이 리브라 계정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연결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의 방대한 생활정보와 더불어 리브라 사용자의 금융정보가 더해지면 이용자 개개인의 가장 사적인 생각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될 것이며, 이 정보를 활용하면 개개인의 삶 속에 더욱 깊숙히 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금융위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리브라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막대한 자금의 해외 이전으로 인해 신흥 시장에 위기를 가져올 수 있으며, 국제 자본 이동에 대한 정책적 대응 능력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대출을 비롯한 은행 사업에도 큰 경쟁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앞으로 확보하게 될 막대한 양의 금융정보에도 우려 하고 있다. 금융 선진국에서도 거대한 위협이 되는 리브라는 제3세계의 시장을 모두 흡수하기 위한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기는 어려워보인다.

참고자료
https://mashable.com/2016/02/09/why-facebook-free-basics-failed-india/
페이스북 백서 (https://libra.org/en-US/white-paper/#introduction)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8090707201
https://m.yna.co.kr/view/AKR20190708066800002?section=stock/all
http://www.kif.re.kr/KMFileDir/128015665905415000_bfp20sp-1.pdf
https://www.yna.co.kr/view/AKR20180503011300091
https://news.joins.com/article/22590652

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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