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it 블록체인 칼럼: ICO 흥망사 2편

in #kr7 years ago (edited)

킵잇 히스토리.png

Keepit History


안녕하세요! Keepit입니다.

이 주의 ICO 흥망사는 무거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9월 29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주재로 열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에서 정부는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10월 13일에는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국내 투자자의 해외 ICO도 금지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제정될 ICO 제재 법안에 ICO로 투자금을 모금하는 행위는 물론, ICO에 투자하는 행위까지 제재하는 내용이 포함될 거라 예고한 것입니다.

ICO(Initial Coin Offering)는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생긴,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투자금 모금 방법입니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오늘날의 블록체인 암호화폐는 금융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식의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자라나는 ICO 생태계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정부의 불성실한 대응에 답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ICO를 통한 유사수신∙다단계 범죄행위를 단속하는 일은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ICO를 전면 금지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선의의 블록체인 개발자와 투자자들의 손발을 묶는 것은, 정부가 그렇게나 강조하는 4차산업혁명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입니다. 부디 정부가 ICO라는 ‘손가락’을 보기보다는, 그 손가락이 가리키는, 블록체인이라는 ‘달’을 보기 바랍니다.

참고 기사
http://www.fsc.go.kr/info/ntc_news_view.jsp?menu=7210100&bbsid=BBS0030&no=32085
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548794


1. 2015년의 ICO

ICO 흥망사 2편에서는 2015년과 2016년에 있었던 ICO의 흥망성쇠를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에는 11개 암호화폐의 ICO가 있었고, 총 1400만 달러가 모금되었습니다. 2015년 ICO의 주인공은 Lisk입니다. Lisk는 총 620만 달러에 달하는 모금액을 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어서 2위는 Augur의 530만 달러, 3위는 Neucoin이 130만 달러입니다. 이외에도 Neo의 전신인 Antshare의 1차 ICO, IOTA의 ICO도 있던 한 해였습니다.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2015년 ICO에서 3위를 차지했던 Neucoin이 2017년에 상장 폐지되었다는 점입니다.

Number-of-ICOs-Smith-and-Crown.png
그림 1. 스미스 + 크라운의 ICO 통계 자료.
Image from https://www.smithandcrown.com/icos/

neucoin.png
그림 2. 코인마켓캡에 나와있는 Neucoin의 가격 차트. 가격이 점점 0에 수렴하더니 2017년 6월에 결국 상장 폐지되었습니다.
Image from https://coinmarketcap.com/currencies/neucoin/#charts


2. 2016년의 ICO

2016년에는 46개 암호화폐의 ICO가 있었고, 총 9600만 달러가 모금되었습니다. ICO 자료는 현재도 통일된 통계 자료가 존재하지 않아, 2016년의 자료는 코인스케쥴의 ICO 통계 자료에 따랐습니다. 통계 자료에서 모금액 순위 1위는 Waves로 나오지만 2016년 ICO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을 모금한 주인공은 사실 따로 있습니다. 바로 The DAO입니다. DAO라는 ICO의 흑역사 외에도 2016년 ICO는 ICO 명예의 전당에 등극할만한 전설적인 암호화폐들이 많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약 900배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NEO의 2차 ICO와, 스펙터코인, 스트라티스, 아크의 ICO가 있었던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ICO STAT 2016.png
그림 3. 코인스케쥴의 2016년 ICO 통계 자료.
Image from https://www.coinschedule.com/stats.php?year=2016

ICO의 전설.png
그림 4. 2013년~ 2016년 ICO 수익률 순위 통계. ICO의 전설로 회자될 만한 기라성 같은 암호화폐들이 이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Image from https://icostats.com/vs-eth

3. 2016년 ICO 최대의 기대주, 최악의 흑역사 The DAO

DAO icon.png

2016년 ICO의 역사에서 DAO 사태를 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The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ICO는 2016년 5월 1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총 1600만 달러라는 당시 크라우드 펀딩 역사상 최대의 자금을 모금했습니다. 이렇게 DAO는 수많은 투자자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으며 블록체인 역사상 최대의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그 결말은 최악의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DAO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에 스마트 계약으로 구성된 하나의 자율 조직입니다. 그리고 이 DAO에서 발행하는 DAO 토큰을 투자자들이 보유함으로써 DAO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DAO의 아이디어였습니다. DAO는 특정한 집단 또는 개인이 주인이 아니라 DAO 토큰 보유자 모두가 투표를 통해서 운영해나가는 탈중앙화 경영 방식을 채택했죠. DAO의 아이디어는 분명 새로운 시도였고, 당시에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각광 받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아이디어를 구현할 만한 코드의 존재 없이 아이디어의 마케팅에만 치중했다는 점입니다. 상품을 만들어낼 만한 역량도 없이, 향후에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만으로 200억에 자금을 모금한 것이죠.

DAO의 코드가 가진 취약점은 ICO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6월 12일 DAO의 코드에서 ‘재귀 호출 버그'라는 치명적인 취약점이 발견됐습니다. DAO의 제작자 Stephan Tual은 “DAO 기금은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고 발표하고 빠르게 대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6월 17일 해커는 이 DAO 코드의 취약점을 파고 들어 243만 이더(당시 약 750억원)를 해킹하는데 성공합니다. DAO의 기능 중에는 투자자들이 DAO 토큰 구매를 위해 지불했던 이더를 환불받는 기능이 있었는데, 해커는 ‘재귀 호출 버그'를 이용해 이더를 무한대로 환불 받는 방식으로 공격한 것입니다. 이 ‘재귀 호출 버그' 공격 방식은 저희 칼럼의 다음 시리즈인 ‘해킹 잔혹사' 편에서 코드 분석과 함께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Token-presale-as-StartUp-vs-new-coins.jpg

그림 5. The DAO의 ICO 모금액. 2016년 모금액 2위였던 Waves의 열 배가 넘습니다.
Image from https://www.coinstaker.com

the_dao_hacked.png

그림 6. 해킹당한 THE DAO
https://www.enterpriseinnovation.net/article/usd50m-dao-hacking-pokes-holes-hacker-safe-myth-ethereum-490504178

DAO 사태 당시 가격 변화.png

그림 7. 해킹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DAO의 가격 차트
Image from http://www.seunghwanhan.com/2016/07/the-dao.html


4. DAO가 남긴 상처, 그리고 이더리움의 위기

The DAO는 2016년 당시 이더리움 블록체인 최대의 프로젝트였던 만큼, 많은 이더리움 투자자들이 자신이 가진 이더로 DAO에 투자를 했습니다. 때문에 이더리움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DAO 투자자들이기도 했고, 이 문제는 DAO라는 일개 프로젝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더리움 진영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DAO 사태의 해결을 위해 비탈릭을 비롯한 수많은 이더리움 지지자들이 치열하게 해결책을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해킹된 이더를 되돌리는 하드포크를 단행한 이더리움과, 이에 동의하지 않고 기존의 블록체인을 이어온 이더리움 클래식 두 개로 갈라지게 됩니다. 때문에 DAO 사태는 이더리움 역사의 분기점이자 흑역사이기도 합니다.

ETH ETC.png
그림 8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

이더리움 하드포크.png
그림 9 이더리움의 하드포크.
Image from https://coinone.co.kr/notice/posts/78/

DAO 사태에 대해 잘 정리한 한승환님의 블로그 글.
http://www.seunghwanhan.com/2016/07/the-dao.html


5. ICO는 일확천금의 환상을 좇는 것인가?

올해 들어 비트코인과 이더를 비롯한 많은 코인들의 시장 가격이 폭등했다. 특히 한국에선 블록체인의 개념도 모르는 일반 투자자까지 자본이득을 노려 시장에 뛰어는 투기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코인 가격 상승이 단기적인 버블이라고 보는가?
“분명히 버블 맞다. 그렇지만 (버블이) 언제 시작돼 언제 꺼질지는 예측하기가 정말 어렵다.”

[출처: 중앙일보] 이더리움 창시자, "이더리움 채굴업자 1년 뒤 도태될 것” http://news.joins.com/article/21966578

2017년 ICO는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말처럼 ‘버블’입니다. 대부분의 ICO가 백서의 청사진만 화려하게 제시하고, 제대로 된 코드조차 없이, 수십 억, 수백 억의 자금을 모읍니다. 그 단적인 예가 DAO 사태입니다. 또한 많은 투자자가 백서 한 번 읽지 않고 ICO에 엄청난 돈을 투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ICO 규제에 나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불나방처럼 일확천금의 환상을 좇아온 것은 아닐까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알면서도 말이죠.

언젠가는 이 과열된 시장에도 거품이 빠지는 시기가 찾아올 것입니다. 각국의 정부가 ICO를 제재하는 규제 법안을 마련하는 것은 그 시작점으로 봐도 될 겁니다. 그 시기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까요? 우리가 DAO 사태에서 교훈을 찾아야 하는 것, 그리고 ICO의 역사를 반추해야 하는 것은 앞으로 이 거품이 빠지고 블록체인 기술이 재평가 받을 때, 진짜 옥석을 가려내기 위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 뿐만 아니라 ICO 투자자 역시 ICO라는 '손가락'이 아닌 블록체인이라는 '달'을 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CO 흥망사는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J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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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재미있는 분석 잘 보았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다음글이 기대가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주십쇼

ICO 참여까지 규제하는건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로 보입니다.

오히려 지금이 적극적으로 국가에서 나서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야할 타이밍인데 왜 저러는지 답답하네요.

국가주도로 ICO의 불안정성에 대한 보험상품을 만들어서 ICO시행주체에게 보험심사를 받게하면 자연스럽게 스캠이 도태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기존 경제학 마인드로는 암호 화폐가 가져올 혁신과 파급력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금융위가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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