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네명이 '이재용의 삼성'을 살리기 위해 한 짓을 알려드립니다

in #kr6 years ago

얼마전에 올린 기사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뇌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살려주기 위해 판사 네명이 해괴한 짓을 합작했습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청구 소송(민사)부터 이 부회장의 1~2심, 박근혜.최순실의 1심 재판부까지...총 네 명의 판사가 이 부회장을 살려내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아래는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원문 : http://www.vop.co.kr/A00001261654.html

사법적 규칙 중에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교정적 정의’라는 것이 있다. 이는 법관들이 당사자들을 재판하는 것이 아닌 사건을 재판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울을 든 정의의 여신이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모습은 이러한 원칙의 상징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듯하다. 재판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판사들이 이상할 정도로 치우친 판결을 내린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다룰 것은 재벌 또는 자본 권력에 대한 판사들의 편향적 판결에 관한 내용이다.

전·현직 판사를 비롯한 ‘법리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자본 권력에 대한 편향적 판결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부정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현상이 판결이라는 ‘결과’로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이 판결문이든 재판기록이든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자본 권력에 대한 사법부의 편향성은 ‘삼성’이라는 재벌 앞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최근 있었던 몇 건의 삼성 관련 판결 또는 재판 과정을 면밀히 뜯어보면 삼성의 이익을 위해 판사가 창조해내는 다양한 논리들을 접할 수 있다.

작년 10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가 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효 청구 소송에서 함종식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문을 보자.

함 부장판사는 삼성의 합병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이끌어내고자 아래와 다양한 논리를 제시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총수 일가의) 포괄적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합리적 목적’이 있으므로 승계작업이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
“설사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라 하더라도 위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경영안전화 등의 효과가 삼성그룹과 각 계열사의 이익에도 기여하는 면이 있다”
“합병비율이 주주들에게 불리했다 하더라도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기업에 대한 특정인의 지배력 강화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

결과를 정해놓고 판결문을 써내려가다 보니 논리적 비약이 곳곳에 눈에 띈다. 저런 논리를 따르면 삼성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 행위가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다 하더라도 삼성그룹과 계열사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정당하고, 우리 사회에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어떠한 수단도 용납된다.

당시 기자는 “이 민사재판 판결이 향후 있을 이 부회장의 수백억대 뇌물공여 사건 항소심 재판에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참작 요소를 제공할 것”이라는 취지로 썼는데, 이 부회장의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이 판결문의 논리를 인용했는지와 무관하게 결과론적으로 이 분석은 맞아떨어졌다.

확실한 이분법적 판결을 내려야 하는 형사재판으로 들어가면 함 부장판사가 쓴 판결문 수준으로는 삼성에 면죄부를 주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아예 노골적으로 이 부회장 ‘승계작업’의 존재를 부정해버렸다. ‘승계작업’이라는 부정청탁의 배경이 제거돼야 제3자 뇌물 혐의가 무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형식 부장판사는 “현안들의 진행 과정에 따른 결과를 놓고 평가할 때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지, 이런 사정만 갖고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건넨 뇌물의 결과물로 ‘그룹 지배력 확보’라는 이 부회장의 현실적 이익이 있음을 명백히 인지하고도, 형식적인 법리로 이를 무시해버린 것이다.

그 덕에 이 부회장은 핵심 혐의를 무죄로 인정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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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1심 재판을 맡았던 김진동 부장판사는 ‘수동적 뇌물’이라는 신박한 논리를 제시했다. 이 역시 ‘최저형’이라는 결론을 내기 위한 ‘기술’에 해당한다.

“피고인들은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나 이를 구성하는 개별 현안에 관해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뇌물을 공여한 것이다.”

이 부분은 김 부장판사가 핵심 감형 사유로 제시한 대목이다.

이 부회장의 혐의 중 처벌 기준이 가장 높은 것이 ‘50억 이상의 경우 징역 10년 이상’의 법정형 하한을 두고 있는 재산국외도피 혐의였다. 1심 재판에서 이 부회장이 빼돌린 것으로 인정된 액수는 특검이 공소 제기한 79억원 중 37억원이다. 국외로 빼돌린 돈이 50억원에 못 미치면 징역 5년 이상의 법정형 하한을 적용받을 수 있는데, 김 부장판사는 죄가 되는 국외도피액을 50억원 미만으로 조정해야 최저형을 선고할 수가 있다.

이런 재판의 경우 절차적인 부분에서도 판사의 편향성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이 부회장 사건 1심을 맡았던 형사합의33부의 이영훈 부장판사는 재판 초기 삼성 측 주장에 대한 특검의 반론 기회조차 주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행태는 판사의 ‘재량권’ 행사의 측면에서 사건 당사자들에게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되기도 한다. 재미있게도 이 부장판사는 자신의 장인과 최순실 일가의 인연을 이유로 이 재판을 더 이상 맡지 못하게 됐다.

김진동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 1심 선고 공판 TV 생중계 여부를 두고 “이재용 등 피고인의 선고 재판 촬영 중계로 실현될 수 있는 공공의 이익과 피고인들이 입게 될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 등 사익을 비교하면 중계를 허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부분도 아주 흥미롭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입게 될 불이익이나 손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도 물론 없다.

재판 중계로 발생할 수 있는 이 부회장과 삼성의 불이익이나 손해, 즉 그들의 피해를 막아주는 것이 국민들이 재판을 볼 수 있는 공공의 이익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심지어 김 부장판사는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 사건’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정경유착 사건의 장본인이 재판 중계로 인해 보게 되는 피해라는 건 과연 무엇일까? 판사의 편향성은 이렇게 스스로를 논리적 모순에 빠뜨리기도 한다.

‘공범 가중처벌’과 ‘재벌 비호’가 만들어내는 '기형적' 양형

정형식 판사의 사례처럼 노골적인 판결도 있는 반면, 삼성에 굴복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끔 핵심적인 ‘공범’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교묘한 판결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뇌물 및 직권남용 사건 1심 재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서울중앙지법 김세윤 부장판사의 사례를 보자.

김 부장판사 입장에서 이번 사건은 꽤 어려운 과제였다. 박 전 대통령·최씨와 이 부회장이 주고받은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된 뇌물 부분은 대부분 동일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을 살려주면서 박 전 대통령을 단죄하는 일은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김 부장판사가 선택한 건 이 부회장의 제3자 뇌물공여 부분을 덜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박 전 대통령·최씨의 제3자 뇌물수수 부분을 무죄로 인정해야 했다. 그런데 통상적인 양형 공식을 따르자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형량 역시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핵심 혐의인 ‘제3자 뇌물죄’ 대신 ‘직권남용’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두 사람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일종의 ‘도박’을 감행한다. 김 부장판사는 ‘직권남용’으로 징역 20년 이상을 선고하는 사법부 역사상 초유의 판례를 남기게 된다. 두 사람의 제3자 뇌물 혐의를 제외한 직접 뇌물수수 혐의 일부와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 징역 24년,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일부 유죄로 인정된 단순뇌물죄가 있지만 곁가지에 불과했다.

두 사람에게 중형을 선고한 것에 대한 부당함을 따지겠다는 말이 아니다. ‘국정농단’의 한 축인 ‘삼성과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줌과 동시에 또 다른 축인 박근혜·최순실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것 자체가 매우 ‘기형적’인 양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판사는 초연하다. 왜냐하면 중형의 대상 역시 ‘역대급 범죄자’라는 점에서다.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므로 판사로선 ‘재벌을 변호한다’는 데서 받을 수 있는 도덕적 중압감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입장에서는 “‘공범’ 이재용은 석방되는데, 왜 난 20년 넘게 감옥에서 썩어야 하느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혐의 대비 형량만 놓고 본다면 두 ‘20년 지기’ 입장에선 상당히 억울할 수 있다.(이 둘을 옹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검찰이 적용한 뇌물액수가 훨씬 적음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선고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적어도 이 재판에서는 김 부장판사의 ‘방패막이’가 된 꼴이다. 공소장에 적시된 뇌물수수 구조부터 ‘안종범 수첩’에 각 사별 현안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는 점까지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이 받는 혐의는 내용적으로도 거의 동일했다.

‘단순 뇌물’과 달리 ‘제3자 뇌물’은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삼성과 롯데 관련 ‘제3자 뇌물’ 부분에서 쟁점이 된 건 각 사별 ‘부정한 청탁’을 할 만한 ‘현안’이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각 사별 쟁점을 두고 재판부가 내세운 논리를 비교해보자.

“신동빈과 박근혜의 단독 면담일 당시 존재했던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취득 등과 관련한 롯데그룹의 현안, 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롯데그룹의 노력, 단독 면담 일정이 정해진 경위, 이 현안에 대한 박근혜의 인식 등을 종합해 보면 박근혜와 신동빈 사이에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최소화 문제는 이재용이 직접 박근혜에게 청탁해야 할 정도로 시간을 다투는 다급한 현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단독 면담 당시 박근혜와 이재용이 각 재단이나 영재센터에 대한 지원 요구가 대통령 직무와 대가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놀라운 ‘이중잣대’다. 각각의 판단 내용을 그대로 두고 주어와 목적어만 바꿔보면 어떨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동일한 사안’을 다르게 해석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렇게 상이한 판단이 나오기까지 판사가 고려한 건 삼성과 롯데가 가진 ‘힘의 차이’ 말고는 별다른 게 없어 보인다.

이처럼 판사의 편향된 재량은 ‘양형’이라는 재판의 최종적인 결과에 있어 상당한 불평등을 낳고 있다.

수개월 동안 유기적으로 연결된 합병 관련 민사재판과 이 부회장 사건 1,2심 재판, 박근혜·최순실의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사법부는 ‘삼성과 이재용 살리기’ 임무를 충실히 완수할 수 있게 됐다.

불편하게도 이런 면죄부 판결에 대한 비판 여론은 박근혜·최순실 이 두 ‘국정농단’ 주범에 내려진 중형 선고로 상당 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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