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모르는 일본명소#1] 쿠사츠(草津) 온천마을

in #kr6 years ago (edited)

일본 현지인들이 가는 온천은 어디?

화산지대인 일본 전역에 온천이 많은 것은 다들 아실거에요. 그래서 일본여행이면 온천을 즐겨찾는데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관광으로 가는 온천 하면 벳부니 쿠로가와니 하는 가까운 규슈 쪽, 그리고 조금 더 다녀봤다 하시는 분들이면 도고 온천, 하코네 정도일텝니다.

물론 얘들도 그들만의 지역 특색이 있고, 일본이 자랑하는 서비스 정신 및 인프라로 각광받는건 잘못된 게 아닙니다만,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본 데란 결국 지인들 입소문,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네이버 블로그, 여행사들의 정보로 알고 간 곳 정도죠. 정작 현지인들은, 그리고 일본통(通) 정도 되는 사람들은 어디로 온천여행을 갈까요? 결국 그 바닥 그 정보 듣고 와글와글 몰려온 한국관광객, 그리고 우리 뒤를 이어 대규모로 몰려오는 중국인들보다 한 수 위 잡으려면 어디로 갈까요?


올 연말연시, 귀국하지 않고 저는 도쿄에서 약 3시간 반정도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산속의 진짜 온천마을, 쿠사츠에 다녀왔습니다.

일본 삼대명천(日本三名泉)

사전조사겸 구글에 일본 삼대온천을 쳐보면 나오는 내용입니다. 어디서 누가 지어낸 내용이 아니라 출전이 있는 목록이네요!

일본삼대명천 목록(일본어)
아리마 온천(효고현)
쿠사츠 온천(군마현)
게로온천(기후현)

소재지부터 벌써 효고, 군마, 기후.. 생소하네요! 진짜 명소는 범인(凡人)으로부터 숨겨져있는 법. 일본삼명천은 에도시대의 유명한 유학자이자 조선에도 이름이 알려진 하야시라잔(林羅山)이 쓴 시문집에서 나왔다는데요.

“널리 알려진 온천이 있으니 으뜸이 아리마(有馬)요, 그 다음이 쿠사츠(草津)、그리고 히다국의 온천(飛騨之湯島,게로의 옛 지명) 세 곳이라”
(諸州多有温泉、其最著者、摂津之有馬、下野之草津、飛騨之湯島(下呂)是三処也)

라고 한것에서 유래, 했다고 하나 실은 이미 무로마치 시대의 승려인 반리슈쿠가 기록한 것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어쨌든 이미 수백년 전부터 일본인들이 품질 보증한 곳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가는 법

신주쿠→ JR쇼난신주쿠선 고속으로 타카사키 → 아가츠마선으로 갈아타서 나가노하라-쿠사츠구치
차 없이 기차로만 쿠사츠에 가려면 무조건 나가노하라-쿠사츠구치까지 가야합니다. 도쿄 역에서 신칸센으로 직행할 수도 있으나 종점은 같습니다. 여기서부터 버스를 타고 산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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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온천물밭 유바타케(湯畑)

버스에서 내린 쿠사츠 마을의 중심에는 참으로 괴상한 풍경이 펼쳐지는데요. 퀴퀴한 유황냄새나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가운데, 커다란 사격형 나무통 같은 것 수십대가 한 가운데 모여 온천물을 흘려내리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가 쿠사츠의 중심인 유바타케, 우리말로 온천물 밭 정도 되겠네요.
쿠사츠는 실제로 지하의 화산마그마열로 물이 끓어오르는 곳으로, 주변의 온천장들이 다 유바타케에서 나온 끓는 지하수를 끓어와서 사용합니다..근데 물이 워낙 뜨거워서, 현대식 장비가 들어오기 전에는 여인들이 널빤지로 물을 계속 뒤집으면서 물을 식히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전근대의 여성 노동력착취란 참… 또르르… 지금은 이 널빤지 물뒤집기를 퍼포먼스로 관람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유바타케를 가운데두고 각종 상점, 레스토랑이 몰려있습니다. 이 뒤로 료칸들과 온천장이 있구요.

단일크기 일본최대 노천탕 사이노카와라 로텐부로(西の河原老天風呂)


사진은 이미지입니다. 입욕할 때 사진촬영은 금지입니다!

사실 제가 쿠사츠를 찾아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이 곳, 사이노카와라 노천탕을 위해서입니다. 이곳은 단일크기로 일본에서 제일 크며(500제곱미터),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는 산 속의 공공 노천탕입니다! 저렴하게 입장료 600엔만 내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타올은 본인이 구비하셔야하며 따로 몸 씻는 곳은 없고 목조 탈의공간만 있습니다.

저는 밤 7시가 넘어서 눈이 펑펑 쏟아질 때 여길 찾아갔는데요, 정말 영화같이 흰 눈이 수북히 쌓인 나무들을 배경으로 머리엔 눈을 맞으면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습니다. 아름답고 즐거운 건 찰나…나중에는 머리는 춥고 몸은 뜨거워서 불편하더라고요 -ㅅ-; 목욕 고수님이라면 즐기실 듯 합니다.!

사이노카와라 노천탕은 쿠사츠마을에서 도보로 13분 정도 걸어가면 금방 나오며, 유바타케에서 나온 물이 강이 되어 산 아래로 흘러가는 사이노가와라 강을 따라갑니다. 한 밤중에 눈을 맞으며 걸어간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쿠사츠에서 보낸 2016년 마지막 밤

쿠사츠에서 머문 곳은 쿠사츠 호텔(Kusatsu Hotel)이란 곳으로, 사실 연말 막판에 예약한 곳이라 그리 대단한 곳은 아니었지만, 조금 찾아본 결과 나름 이 마을에서 가장 처음 서양식으로 지어진 숙박시설이라고 하는군요. (후에 방과 현관만 다시 일본식으로 레노베이션함)
예약손님이면 쿠사츠 버스정류장에서 봉고차로 마중을 나와주는데, 이 동네의 숙박시설은 호텔이 아니더라도 손님을 이리 친절히 마중나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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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눈이 얼어 고드름이 언 창밖을 구경합니다. 얼마만의 휴식인가…

쿠사츠 호텔 내에도 물론 일류급 온천이 구비되어있으며 남탕 여탕 모두 나무로 만든 마룻바닥 통로로 이어진 아담한 노천탕이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하루중 시간에 따라 남탕 여탕을 교환(?)을 하더군요. 중간에 청소 및 관리 시간을 기점으로 위치가 바뀝니다. 특이한 운영방식인데, 하루 이상 묵는 분들이면 양쪽 시설을 다 즐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올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도쿄, 간토로 여행 오신다면 시간을 내서 쿠사츠 온천을 들르는 건 어떨까요?
그럼 더 재밌는 여행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p.s. 여행을 다녀온지 채 1달 안된 1/23일, 쿠사츠 근처 스키장에 소형 화산폭발이 있었다는 뉴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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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요~ 여유한번 가져보고 싶습니다.

도심에서 삶이 너무 버겁죠? 이럴 때 주말에 자연온천에 훌쩍 다녀올 수 있으면 좋을것 같아요!

나도 쿠사츠 안 가봤는데 가고싶당

쿠사츠!! 너무 좋죠!! ㅠㅠ 전 여기 종종 갔었는데.. 한국분들에겐 유명하지 않은가보군요? 아무래도 교통이 불편해서이지는 않을지;; 각자의 사정이 있는거니까요^^ 지난번 갔을땐 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더라구요. 한적한 시라이토 폭포가 시끌벅적 ㅠㅠ 근처에 카루이자와도 방문할만한데 겨울에는 조금 황량하지요. @kagoon0709 님 포스팅보니 그때 생각이 나고 너무 좋습니다!! :D 앞으로의 여행기도 기대할게요!

카루이자와도 너무 좋은데, 그쪽은 주로 스키나 산장을 찾으러 가는것 같아요~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일본 리얼리티쇼 테라스하우스 최신시즌도 카루이자와가 배경이더군요~ 자주 들러주세요 ^^

화산만 쉬어준다면 ~ 정말 멋진 곳이군요 !!

저도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다행이 온천마을 쪽은 피해가 없고 스키장에서만 피해가 있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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