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vuons : NLP 에세이 6일차] 주관적 경험의 구조(Structure of Subjective Experience) 우리 모두는 보물입니다.

in #kr7 years ago (edited)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지 어느새 6일째입니다. 어젯 밤에 잠들기 전에 구상을 마쳤다가도 막상 노트북 앞에 앉아 다른 글들을 읽다 보니 구상을 바꾸고, 막상 글을 쓰다 보니 턱 막혀서 주제를 바꾸고, 어떤 주제를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 생각이 달라지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렇게 힘에 부칠 줄 몰랐습니다. 역시 사람은 경험하면서 배우나 봅니다.

대학생 시절 변사체를 해부하는 현장에 참관한 일이 있었습니다. 화재로 인하여 수면 중 운명을 달리한 10대 소년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형의 오열, 친구들의 눈물. 그리고 슬픔을 억누르고 사인을 밝히려는 의료진과 경찰관들이 있었습니다. 가위로 피부를 벗기자 하나씩 드러나는 하얀 뼈와 빨간 근육, 그리고 분홍빛, 노랑빛 장기. 이따금씩 보이는 빨강, 파랑 핏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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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머리가 하얗게 되었습니다. 많이 놀랐지만 눈을 감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죽어서 해부되더라도 저 소년과 똑같이 뼈와 근육, 장기와 핏줄들이 보이겠지. 그럼에도 나의 삶과 저 소년의 삶이 똑같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같은 인간 종이기에 신체적으로 동질적이라도 우리 각자의 삶이 이토록 다른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사람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타인이라는 외부 환경 속에서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2018년 1월 8일 오후 3시경 대한민국의 어느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계실 수도 있고요. 2018년 1월 7일 오후 11시경 대한민국의 어느 가정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계실 수도 있겠죠. 2018년 1월 9일 오후 6시경 대한민국의 어느 호프집에서 혼자 계실 수도 있겠고요.

사람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합니다. 회의에 참여하여 안건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으며 의사를 결정할 수도 있겠고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웃고 울어줄 수도 있겠고요. 간식거리로 나온 멸치와 뻥튀기 과자를 주어 먹으며 기다리는 친구가 언제 올지 기다릴 수도 있겠죠.

행동을 하면서 눈으로, 귀로, 그리고 몸으로 수많은 자극을 받아들입니다. 상사와 동료의 표정과 몸짓, 자세, 가족의 목소리톤과 어조, 강세, TV에서 흘러나오는 수많은 꾸밈음과 잡음, 멸치와 뻥튀기를 하나하나 집을 때 느껴지는 감촉과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 혀에서 느껴지는 구수하고 짭짤한 맛. 수많은 감각 자극들이 몰려옵니다.

이러한 자극들은 어떠한 정서를 불러 일으킵니다. 상사와 동료의 표정이 어둡고 자꾸 눈을 감고 어깨가 쳐져 있으면 뭔가 모르게 다운되는 느낌이 들 수 있고요. 가족의 목소리 톤이 높고 맑으며, 빠른 어조로 강하게 말을 하고 있으면 뭔가 모르게 올라가는 느낌이 들 수 있고요. 멸치와 뻥튀기의 식감과 맛은 뭐가 모르는 차가운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정서에 우리는 이름을 붙입니다. 다운되는 느낌에 우울하다, 올라가는 느낌에 흥분된다, 차가운 느낌에 씁쓸하다. 느낌을 표현하는 형용사와 동사만 찾아보더라도 헤아릴 수 없겠죠? 이렇게 붙인 이름들을 가지고 우리는 하나씩 생각을 쌓아 갑니다. 우울함이란? 흥분이란? 씁쓸함이란? 그리고 생각을 추상화해나가죠. 정서란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글을 정리하자면, 사람은 주어진 시간과 공간, 주변 사람들 속에서 행동하면서 "시각적, 청각적, 체감각적 자극을 받아들여 정서를 느끼고[V, A, K -> Emotion]" 그것에 이름을 붙여 생각을 쌓아 간다는 내용입니다. 사람이 똑같은 몸을 가지고 태어나도 각자마다 삶의 모습이 다른 까닭은, 바로 우리 모두가 똑같은 환경, 똑같은 행동, 똑같은 자극, 똑같은 정서,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주위에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 하나하나가 거쳐왔을 환경과 행동, 정서, 그리고 생각들은 도대체 어떤 것들일까요? 그리고 나, 도대체 나라고 하는 사람은 어떤 환경과 행동, 정서, 생각을 거쳐 지금의 나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한 개인의 삶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값진 보물과 같은 일대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그 보물을 하나씩 찾아 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Ourselves 캠페인]
셀프보팅을 하지 않고 글을 올리시고
ourselves 테그를 달아 주시면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 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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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모든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다른 자신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진짜 어려운 문제인 거 같네요~^-^심오해요~~

제 글을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이 한 세계가 온다는 것이란 말이 나왔나봐요. 정말 어렵고 심오합니다.

제보물 가족보물 우리모두 보물이네요
좋은글 잘 읽고 가용

자주 들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족만한 보물은 세상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이 나오기까지 많은 수고를 하셨겠네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 속에서 주관적 경험들을 거치며 자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르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다르고, 그 안에서 이러한 주관적 경험을 이해하게 된다면, 서로를 용납하고 인정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다니의 뉴비 지원 프로젝트(1월 2주)

제가 숨겨두었던 의도를 귀신처럼 캐치해 내시네요! 감사합니다!

개인의 성향도 다르고 주워진 사회적 환경 또한 다르니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일이지만 그걸 우리 사람들이 해냅니다.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
잘읽고 갑니다.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The ability to do this so quickly was largely due to the enthusiastic and efficient services of Mr. C.E. Taylor, who did all the machine work in our shop for the first as well as the succeeding experimental mach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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