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에서의 시작]#3. 집은 공간이 아니라 추억이다.

in #kr6 years ago

초등학교 5학년이후 얼마전까지 줄곧 같은 집에서 살았다. 부모님께서 처음 장만하신 다가구 주택. 어머니의 아파트 고집에도 아버지의 뜻을 꺾지 못하고 다가구 주택을 구입하였다. 몇년 후 우리가 고민하던 아파트가 재개발에 들어갔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몇일간 구박을 받으셨다.

이전까지 반지하에 살던 나는 지하부터 옥탑까지 있는 우리집이 너무 좋았다. 친구들도 매일 불러서 자랑했다. 지하와 2층을 세를 주고 우리 가족은 1층에서 살았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던 무렵 어머니는 세입자가 나가 빈집이 된 지하를 나에게 내어주셨다. 혼자 사용하기에 컸던 두개의 방. 습한 것 말고는 정말 완벽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기억이 남는 집은 2년간 내가 생활했던 군대 내무실이다. 이등병 때는 그렇게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그 곳이, 일병을 지나 상병이 될 무렵부턴 너무 포근하게 느껴졌다. 야간 훈련을 하고 군대로 복귀하는 행군 때는 부모님이 계시는 집 보다 내무실 생각이 떠올랐다. 매트리스와 모포가 기다리는 나의 집.

나는 지난 몇달간 집을 두번 옮겼다. 32년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내가 머물 곳을 내 손으로 구해본 곳, 혼자 살았음에도 좁아 답답했던 작은 원룸. 그리고 그 크기에 두배에 가까운 현재의 원룸. 크기는 커졌으나 가끔 이전에 살았던 답답한 원룸이 생각난다. 여자친구도 가끔 이전 원룸에서 살던 때가 그리워 일부러 버스에서 내려 보고 온다고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몇달을 보낸 그 곳. 물론 지금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이렇듯 집이라는 곳은 단순히 벽과 벽이 만든 공간이 아닌 추억을 담는 그릇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성공해서 더 좋은 곳. 더 비싼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내가 그 곳에 살게 될 때, 나는 얼마나 행복한 추억을 담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일단 지금 사는 집에 넘치도록 행복한 추억을 담아놓고 떠나고 싶다.

그럼 적막한 이 곳도 나중엔 나의 집이라는 추억으로 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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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생각이 행복의 시작입니다 ㅎㅎ 앞으로 많은 추억과 행복을 그 집에 담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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