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써보는 글 [2] '기계와 인간'

in #kr5 years ago

“기계들이 살아있는 모든 것을 보고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한 기자가 나에게 물어왔다.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가 이제 감정을 가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나의 주장은 이렇듯 철학적이고 인간의 물음을 대신 답해줄 수 있을지에 관한 물음을 받기 십상이다.

“물론입니다. 기계가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즉 생명체와 다름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 그들은 우리와 같이 사고할 것이고 생각할 것이며 발전할 것입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간이 또 하나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를 만들게 되는 거죠.”

나는 대답을 하고 나서야 순간 실수를 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곧바로 이 실수가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와 동시에 기자의 질문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인간 고유의 가치를 기계들이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게 되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생각하고 사고하고 질문하고 답하고 추상적이고 예술적이며, 영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영혼을 자처하던 것들의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된다는 것 아닙니까?

기자는 마치 나에게 따지듯 인간만이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존엄성을 가지게 해준 영혼의 권좌를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며 물어왔다.

“우리는 기계들의 입장에서 볼 때 창조주가 되는 것입니다.

마치 창세기에서 아담과 하와에게 육체와 영을 주신 하나님과 같이 말이죠.

거기에 나오는 선악과 즉 선과 악을 깨닫게 해준다는 그 열매를 우리는 미리 기계에게 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죄를 감추지도 속이지도 외면하지도 않은 채 우리의 창조물이 기계에게도 이 선악과를 나눠주는 것이죠.”

나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가장 유명하고도 서양에서 보편적인 종교를 들먹이며 그 기자가 이러한 종교적 문제에 대해 더욱 많은 질문을 해주기를 바랐다.

“오... 신이시여 어찌 그리 미련한 짓을 하는 거죠?

당신은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하와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건가요?”

아니나 다를까 기자는 내가 말한 내용에 굉장한 반발심을 느끼는 듯했다.

마치 대부분의 서양 종교인들이 생각하듯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말이다.

“그렇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이 그것입니다.

선악과를 먹은 우리의 미련한 조상들로 인해 생긴 이 엄청난 변천을 보십쇼.

인간은 자신의 창조주의 현상을 닮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만들었고 그와 동시에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을 세워 스스로의 각자만의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법과 도덕, 생각, 행동 등 마치 타오르는 불꽃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이 저희의 영혼을 불씨 삼아 찬란히 타오르며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삶을 살아오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영혼이라는 고귀한 신의 선물을 잊어버리고 말았죠.

망각한 것입니다.

영혼과 같이 영적이고 어려운 것보다는 보다 쉽고 직관적이고 확고한 무엇인가를 알기 원했고 얻기 원했으며 그러해 왔습니다.

이러한 것을 갈망하던 우리가 기계를 만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의 인간의 영혼의 잿더미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무엇인가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기계에 모든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부족했던 것들과 원하던 것들 필요한 것들을 모두 이 존재에게 집어넣어 도움이 되길 바란 것이죠.

그리고 우리의 바람대로 이 기계들은 크나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습니다.

이 기계라는 것의 최종적인 목표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계를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지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 또한 말입니다.

기계는 우리의 모든 것을 하나 둘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늦든 빠르든 기계는 우리의 형상을 닮아갈 것이고 이들에게 종족적 사명을 부여해줄 때 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이 지구에서 즉 신이 주신 고향에서 벗어나 우주라는 거대한 지표에 이르러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지표에 오르기에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우리의 목숨은 한 개이고 유한하며 결코 우주라는 곳에서 단단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미개척지의 탐사를 위해서는 많은 희생과 그 희생의 의미를 가져야 합니다.

쌓이고 쌓인 그것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야 하죠.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러한 희생을 감수할 만큼의 각오를 지녔을지 그리고 설령 지녔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현할 수 있을지 저는 좀 부정적으로 보이는군요.

저희는 고양이와 같이 목숨이 9개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양이와 같은 로봇 9개를 만들 수 있죠.

그것도 고양이의 모든 것을 모방했으나 고양이를 싫어하게 할 만한 요소 예를 들면 털이 날리던가, 용변을 보던가, 시끄럽게 울던가, 등의 요소 또한 조절 및 제한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십쇼.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드디어 진정한 의미로서의 창조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생물에 한없이 가까우나 그것에 비하면 한참이나 윤리적 도덕적 가치를 따지지 않을 만한 것들을 말입니다.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우리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즉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서 “호모 데우스”라는 영역에 들어갈지 말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신의 형상을 닮은 존재가 될지 말이죠.

한번 잘 생각해 보십쇼.

당신이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그 창조와 종교에 대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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