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기 : TITICACA] 세계에서 가장 큰 티티카카 호수

in #kr6 years ago (edited)

세계에서 가장 큰 티티카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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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카카 호수가 보이는 코파카바나에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티티카카 호수의 높이는 무려 3,810m.
호수의 면적이 전라도보다 크다고 하니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한 색감을 가진
티티카카 호수는 실제로 식수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마지막 페리 출발 시각이 30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다급하게 티켓을 끊고 무거운 캐리어도 맡기고 페리에 올랐다.
(태양의 섬에 하룻밤만 묵는 분들에게는 이 방법을 추천.)


'나중에 또 보자' 라는 말!

출발시간이 30분도 남지 않았다던
아저씨의 말을 그대로 믿은 난
아직 남미에 덜 적응한 게 분명했다..
(실제로 페리는 1시간 뒤에 출발했다...)

쿵쾅쿵쾅

페리 안에서 한 어린 남자아이가 뛰어다녔다.
아이의 손에는 과자가 쥐어져 있었는데,
자기만의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는 과자를 한 손으로 다 부수었다가 바닥에 탈탈 털어버리고,
또 그걸 두 손으로 모아서 입에 넣기를 반복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난 미간을 찌푸리며,
바닥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으..., 그건 지지! 이런 뜻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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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그런 내게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 아이에게 미안함이 들어서
"이름이 뭐야?"라고 물었고
아이는 "마치카!"라고 수줍게 답해주었다.

가방에 있는 초코바를 꺼내 마치카에게 건넸다.
마치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과자를 받았고,
양손에 초콜릿을 다 묻혀가며 허겁지겁 먹었다.
초코바가 맛있었는지, 재미있는 세리머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세리머니는 바닥을 슬라이딩하며 해맑게 웃는 거였다.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카에게는 이 작은 공간이, 커다란 놀이터였던 거다.

마치카의 부모는 태양의 섬에 들어가는 페리를 운영하며
마치카를 돌보는 듯했다.
그들은 근심가득한 표정으로
다른 페리를 타는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의 생계가 달려 있는 페리라고 생각하자,
조금 늦게 출발해도 괜찮다는 생가이 들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한 두명씩 천천히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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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안에서 바라본 티티카카 호수는 드넓게 푸른 빛을 내며 빛나고 있었다.
마치카가 내 앞자리에 앉더니
손으로 호수 쪽을 가리키며 혓바닥을 샐쭉 내밀었다.

귀여운 마치카에게 내 소개를 하고 싶었다.
"Mi nombre es Lucia 내 이름은 루시아야"
마치카는 어눌하게 말을 건내는 스페인어가 신기했는지
내 볼을 쿡쿡 찌르며 "루시아! 루시아!"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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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스페인어를 훨씬 잘하는 마치카와 나눌 수 있는 대화는 많지 않았다.
(마치카는 꾸준히 말을 걸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곤 머털 웃음뿐...)
안되겠다 싶어 다이어리와 펜을 꺼내 마치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에는 영 소질이 없지만 마치카를 위해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슥슥ㅡ, 몇번의 선으로 마치카 자화상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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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헴, 어디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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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이게 나란 말인가..?)

마치카에게 그림을 선물했더니 너무나 사랑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자꾸만 보고 싶어졌다.
자동차, 배, 티티카카 호수 등 그릴 수 있는 모든 걸 그려주었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내게 이런 용기를 준건 마치카의 어여쁜 미소덕분이었겠지!)
마치카와 즐겁게 노는 사이에 페리는 내가 머무를 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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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마치카는 많은 사람들이 페리에서 모였다가,
다시 또 페리에서 흩어지는 이 광경을 숱하게 봐왔을 것이다.
마음 한 구석이 찡해졌다.
페리에서 내리는 마음이 무거워 마치카의 두 손을 잡고 말했다.

"Hasta luego, Machica- (나중에 또 보자, 마치카!)"

마치카는 환하게 답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떤 말보다 '나중에 또 보자'라는 말을 외워두길 정말 잘한 것 같다.

"Hasta Lue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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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보이네요.ㅎ
좋은 풍경 잘 구경하고 갑니다.ㅎ

정말 바람마저 청량했던 티티카카 호수의 색감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아.......... 좋네요.... 사진도 좋고 마치카도 좋고 ㅎㅎ

헤...고추참치님이 좋다해주시니 저도 기쁩니다 ㅎㅎ

훌륭하네요.. 남미를 꼭 가봐야하는데 항상 시간이 없습니다. 부럽습니다. 보팅 팔로우 하고 갑니다!

언젠가 여유가 꼭 생기시길 바라요
저도 팔로우했습니다^^ 자주 봬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깊은 호수 홉스굴은 가봤는데... 사진을 보니 티티카카 호수도 가보고 싶어지네용 ㅎㅎ 저런 곳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힐링이 될텐데 ㅠㅠ

앗!!! 덕춘님 몽골을 가보신건가요
제가 안그래도 올해 몽골여행을 좀 떠나볼까하는데..!!!
하여간 남미는 꼬옥한번 가보셨음 좋겠어요
(한살이라도 어릴때..!)

몽골... 소매치기만 제외하면 참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ㅋㅋㅋㅋ900km 대장정으로 도착한 홉스굴은 그야말로 천국ㅠㅠ 더운 날 가면 인생샷 찍기 좋다는...

우와 드디어 호수사진이 올라왔군요! 처음에 보고 호수가 아니라 바다인가 했네요.
엄청 넓어요! 보기만해도 가슴이 시원해지는거 같습니다ㅎㅎ!

헤에 저도 오랜만에 남미여행기 정리하면서
티티카카의 색감에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죠?!

남미라뇨!!
제인생 통틀어 언제한번 갈 수 있을까요..
대리만족이라도 느껴야 겠습니다!!

언젠가 꼭 기회가 닿길 바랄게요-!
일단 장거리 비행시간을 버틸 체력만 있으시다면!!
언제든 떠나실 수 있으실 거예요!

아. 마추픽추 보고 티티카카 호수를 갔어야 하는데 여길 못갔습니다. 지금도 아쉬워요. ㅎㅎ

크흐, 전 칠레를 못간게 아직도 그렇게..아쉬움이 남는답니다..
사진으로나마 아쉬움이 조금 덜어지셨길 바랍니다 :)

여행기 정주행 시작해야겠네요.
둑흔둑흔🙈 @홍보해

으아 정주행이라니 두근두근합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남미의 대자연은 엄청나네요.
호수가 바다만해...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

그렇죠 남미는 대자연 그 자체입니다 팬다님-!
꼭 한번 가보시길 바라면서
부지런히 남미여행기 올릴게요 :)

제가 전라도에 사는데 전라도보다 큰 호수라니... 그정도면 바다 아닌가요... 대륙의 사이즈 ㄷㄷ하군요. 마치카도 너무 귀엽습니다!! ㅎㅎ

앗 전라도에 계시는 군요!
맞아요.. 이정도 면적이면 정말 바다지요 ㅎㅎ!
마치카의 귀여움은 지금봐도 너무 사랑스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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