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데니 소비치의 하루
제목 :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지은이 : 솔제니친
솔제니친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불온한 정치사상을 보였다는 이유로 체포가 되어 수용소 인생을 시작한다. 자유를 억압당하는 것만큼 더 큰 고통이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솔제니친은 이때부터 장장 8년간이나 노동 수용소에서 생활을 하고 그 뒤로 3년을 더 외지에서 유배생활을 한다. 당시 육군 장교였던 솔제니친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크게 문제가 될 만한 내용도 없었다. 하지만, 스탈린이라는 절대적인 독재자를 언급한 부분이 문제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런 자신의 부당한 경험 때문일까?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에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수용소에 잡혀온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인 슈호프가 수용소에 잡혀 온 이유도 독일군의 포로였기에 간첩이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슈호프와 함께 수용되어있는 많은 사람들도 제각각의 부당한 이유로 잡혀왔다.
솔제니친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에서 인간이 얼마나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에 만족하고 기뻐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도.
수용소 밖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이 수용소 내에서는 아주 귀한 것들이 된다.
타인이 피우고 있는 담배를 어떻게 하면 한 모금 얻어 피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간수를 속여 죽 한 그릇을 더 받아낼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수감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고 절실한 일이다. 그곳에는 원대한 이상과 꿈보다, 당장 영하 30도가 넘게 내려가는 추위에도 살아남기 위해 내 몸을 지키는 것이 당면한 제일 중요한 문제다.
위대한 사상가이고 작가인 솔제니친 역시 수용소에서 이런 삶을 살지 않았을까?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설마 위대한 작가가...... 하지만 이것은 그의 경험으로 쓰여 졌고, 절박한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그 상황에 적응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솔제니친 역시 슈호프처럼 죽을 한 그릇 더 타먹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자신의 숟가락을 싹싹 핥아서 장화에 쑤셔 박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우리를 무겁게도, 때론 가볍게도 만든다.
솔제니친은 스탈린으로 인해 긴 시간 자유를 빼앗겼지만 그로 인해 불멸의 역작을 탄생시켰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다. 만약 저승에서 솔제니친이 스탈린을 만난다면 미워해야할까, 고마워해야할까?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지만, 솔제니친은 국외로 추방되어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1994년이 되어서야 러시아로 돌아오게 된다. 다행히도 말년에는 조국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2007년 국가 공로 훈장을 받았고 2008년 러시아에서 사망했다.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나오는 인간존재는 너무나 가볍게 그려져 있지만, 그것을 읽는 우리는 인생의 무거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