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
제목 : 대망
지은이 : 야마오카 소하치
중국에 삼국지가 있다면 일본에는 대망이 있다. 대망은 야마오카 소하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중심으로 쓴 책이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 오다 노부나가에 대해 빠져들게 된다.
작은 땅 오와리의 영주 오다 노부히데의 장남으로 태어난 오다 노부나가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거부하고 기행을 일삼아 오와리의 멍청이라고 불린다. 많은 사람들이 장남인 노부나가는 다음 영주로 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을 한다. 노부나가는 심지어 아버지 노부히데가 죽자 그의 명패에 재를 뿌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노부나가는 뛰어난 전술, 전략을 구사해 반대 세력들을 제압하고, 자신의 세력을 점점 넓혀간다. 노부나가는 창이 조금 더 길면 전쟁에서 유리할 거라는 생각으로 창을 조금 더 길게 만들어 실제로 그 효과를 톡톡히 본다.
그리고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총. 그 시절에는 총에 총알을 장전하고 불을 붙이고 격발을 하는 것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그래서 당시에는 많이 사용되지가 않았는데, 노부나가는 발상을 전환해 총을 쏘는 부대를 삼열로 만들어 제일 뒤에 있는 열은 총알을 장전하고, 그 앞에 있는 열은 불을 붙이고 제일 앞에 있는 열은 상대를 겨눠 총을 격발한다. 그렇게 총알이 격발되고 나면 제일 앞에 있는 열은 다시 제일 뒤로 돌아온다. 이렇게 해서 총알을 계속해서 발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그 당시에 개발을 한 것이다. 우리가 임진왜란때 왜구에게 무참히 짓밟혔던 이런 총의 전략 전술이 바로 이사람 오다 노부나가의 머리에서 나왔던 것이다.
임진왜란 하면 우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만을 떠올린다. 나 역시 그랬다. 만약 대망을 읽지 않았다면 오다 노부나가라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으로, 추운 겨울 오다 노부나가가 신고 나갈 신발을 자신의 품속에 품고 있다가 노부나가가 나오면 품에서 노부나가의 신발을 꺼내어 줄 정도로 충성심이 대단했다. 물론 이런 충성심만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다 노부나가의 신뢰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기발한 발상으로 오다 노부나가가 내린 명령은 어떻게든 완수하고 만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격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책을 보면 답답할 정도로 항상 당하기만 하고, 인내하기만 하는 이에야스. 하지만 결국엔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아닌 자신의 천하가 된다. 그래서 도쿠가와 막부를 열고 자손 대대로 번영을 누린다.
이외에도 다양한 영웅들이 책에 등장한다. 전설적인 무인으로 나오는 다케다 신겐과 그에게 필적할 유일한 상대 우에스기 겐신. 만약 우에스기가 아니었다면 다케다 신겐이 노부나가의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우에스기 겐신 역시 다케다 신겐이 아니었다면 마찬가지이다. 이 둘의 뛰어난 명장은 경계를 마주하고 있었기에 서로를 경계하느라 다른 곳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이것 역시 하늘이 오다 노부나가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비록 자신의 최측근인 미츠히데의 반란으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는 많은 업적을 남기고 갔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표현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자 그들의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 있다.
울지 않는 새가 있다면 오다 노부나가는 죽여 버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어떻게든 울게 만들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그 시대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결코 곱게 보일 리 없지만, 틀에서 벗어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오다 노부나가의 발상만큼은 가히 배울 만하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저도 대망 참 좋아합니다. 일본 문학 혹은 만화의 인물 구도 및 캐릭터 간의 밸런스는 대부분 대망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