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을 낳으면 십년이 훌쩍 지난다
언젠가 세 아이를 키우는 동네 언니가 "세 명을 낳으니까 십년이 그냥 지나가버렸다"고 말하는걸 들으며 "정말 그렇겠네요"라고 맞장구치면서도 내 얘기는 아니니 흘려 들었더랬다.
그 때만 해도 정말 내 얘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2013년 3월의 나는, 곧 백일이 되는 아이를 먹이고 재우는데 온 에너지를 쏟고 있었는데,
2018년 3월의 나도, 갓 태어난 아이를 먹이며 보살피기 위해 쪽잠을 자는 생활을 하고 있다.
마치 내 시계는 5년째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만 같다. 그 5년 동안 해 보고 싶던 일도 하고, 이름을 내건 출판물도 내며 사회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건만, 학위며 사업이며 큼직하고 보임직한 결과를 내는 이들을 보게 될 때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이어야 할 30대 후반을 육아에만 매달린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혹은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핑게로 수동적인 삶을 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문해 보기도 하고.
아이가 셋이어서 조금은 더 길어질수도, 지칠수도 있는 시간이 앞으로 몇년은 더 남았겠지만, 아이 하나를 키우며, 둘을 키우며, 분명 얻은 것과 배운 것이 더 많았으니 셋을 키우면서 또 다른 인생의 배움과 성장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5년째 머물러 있는 것만 같은 인생이 한편으로는 아쉬우면서도 세 아이와 함께 만들어갈 날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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