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국가고시를 통해 배우는 의학이야기 - 어지러움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jisang 입니다. 오늘은 어지럼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빙그르르 세상도 돌고 나도 돕니다.
 

어지러움은 크게 전정계비전정계 어지러움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전정계는 말초성 어지러움, 중추성 어지러움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대한신경과학회 http://www.neuro.or.kr/general/info/sub6.php

귀 내부(내이)에는 소리를 인식하는 신경 이외에 반고리관이라고 하여 평형을 인식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반고리관 내부는 빈 공간은 아니고, 림프액이 흐르고 있습니다. 반고리관에서 받은 신호는 안뜰신경(전정신경)으로 연결되어 최종적으로 평형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한 부분(뇌간)으로 전달 됩니다. 그 외에 소뇌, 대뇌의 기능이 연합하여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주게 되죠.

만약 이 기능을 하는 기관 중 일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우리 몸이 평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어지러움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마치 내 몸은 가만히 있는데 신경계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죠.

위의 과정 중에 반고리관부터 안뜰신경까지 이상이 생긴 경우 말초성 어지럼이라고 하고 그 이후의 뇌간, 소뇌 대뇌에 이상이 생기는 건 중추성 어지럼이라고 합니다.


말초성 어지럼의 대표적인 예는 아래의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양성발작위치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 = 이석증)

말초성 어지럼의 가장 흔한 질환입니다. 겪어본 사람만 아는 고통스러움이 있습니다. 정말 어찌보면 중병도 아니고 별거 아닌데 어지럽고 토할 것 같아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하죠... 원래 '이석'은 반고리관의 끝에만 존재해서 몸이 기울 때 중력에 반응해 평형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석의 일부가 떨어져나와 그 부스러기가 반고리관 내 림프액에서 둥둥 떠다니거나 엉뚱한 위치에 놓일 때 어지러움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와 같은 메커니즘 때문에 주로 자세를 갑자기 바꾸거나, 잠자리에 누울 때 어지러움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진단 방법은 이석의 위치를 조정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Dix-hallpike test라는 검사가 뒤반고리관 이석증을 감별하는 가장 잘 알려진 검사입니다.(동영상 참조) 짧게 설명하자면 침대에 걸터 앉은 상태에서 고개를 이상이 있는 쪽 방향으로 45도 정도 돌리고 뒤로 눕습니다. 그 때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합니다.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는 증거죠.

치료도 현재까지는 이석을 돌려놓는(?) 운동 치료를 하는 것이 주된 치료방법입니다. Epley maneuver가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동영상 참조) 너무 어지러울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대개는 금방 증상 호전을 보이지만 일부에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재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합니다. 

2. 안뜰신경염(Vestibular neuritis)

안뜰신경에 염증이 발생한 경우입니다. 바이러스 감염, 특히 감기 같은 증상 이후에 어지러움이 발생할 때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3. 메니에르병 (Meniere disease)

반고리관 내 림프액은 항상 고여있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빠져나가고 일부는 다시 더해지면서 순환하게 되는데,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발생합니다. 반고리관 내 림프액의 순환 및 흡수의 장애 때문에 림프액이 증가하면서 압력이 증가해 문제를 일으킵니다.

메니에르병은 위의 두 질병과 다르게 난청 이명이 나타나곤 합니다. 귀가 꽉 차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충만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뜰신경염과 메니에르병의 경우에도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이 어지러울 경우에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어지러움을 줄여줄 수 있는 약을 사용해 볼 수 있겠습니다.


중추성 어지럼은 뇌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어떤 질환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외상성 뇌손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죠. 이름만 들어도 심각해보이기 때문에 말초성 어지럼과 중추성 어지럼을 잘 감별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래서,

환자의 병력 청취 상 기존에 뇌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어지러울 때 눈동자의 움직임이 수직으로 움직이거나 회전하면서 움직이는 경우(비전형적 안진),
다른 신경학적 증상(두통, 시야 이상, 말하는 것이 둔해짐, 팔다리 힘빠짐, 의식소실 등)이 동반되거나 하면

중추성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추가적으로 뇌 CT/MRI를 찍어봐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렵다... 돈다 돌아...

마지막으로 비전정계 어지러움을 알아보겠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전정계 어지러움의 특징은 주로 환자 본인과 주변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와 비교해서 비전정계 어지러움은 머리가 멍하거나 붕 뜬 느낌, 아찔한 느낌을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현기증'으로 표현되기도 하죠.

빈혈, 저혈당, 기립성 저혈압, 갑상선 저하 등의 내과적 문제에 의해서 발생할 수도 있고, 이러한 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한 경우(혈당을 낮추는 당뇨약 혹은 혈압을 낮추는 고혈압약 복용)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는 정신과적 문제로 불안증, 우울증, 과호흡증후군 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원인인지 정확히 알고 싶다면 의심되는 원인에 따라 필요한 검사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빈혈이면 혈액검사, 저혈당이면 혈당검사, 기립성 저혈압이면 누운 자세와 서 있는 자세에서 혈압 측정, 갑상선 저하면 갑상선 기능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치료도 각각에 해당하는 치료 방법을 적용하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다룰 포스팅에서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주의사항입니다. 제가 쓰는 글은 의료 상식을 전달하고, 실제로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서 병원을 방문했을 때 대략 ‘어떤 진단의 가능성이 있고, 어떤 검사를 받겠구나’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만 진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셔서 의사의 상담을 받으세요. 그리고 글의 내용은 대개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며, 실제 임상적 상황과는 차이점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의학은 계속 발전하는 학문이고 교과서 외에 경험에서 오는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한 학문입니다. 그래서 수련병원은 ‘도제’식 교육이 살아있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지러움 증상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습니다.
모두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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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오래 쪼그려 앉아 있을때 어지러움이 가끔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여러가지 요인이 있는거네요. 덕분에 좋은 정보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책 만 보면 어지러운건 진단명이 어떻게 될까요?
vertigo due to reading?
or
book mental shaken syndrome?

의외로 정상입니다.

ㅋㅋㅋ 그렇죠??

ㅋㅋㅋㅋㅋㅋ정확한 진단 내려주셨네요

흐흐 일년밖에 안지났는데 벌써 가물가물 하군요....
역시 사람은 공부를 놓지 말아야 크흑...ㅠㅠ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지상님!

저.. 사실 포스팅 할때마다 책 몇권씩 뒤적거리면서 씁니다...ㅋㅋㅋ
그래도 먼저 졸업하신 선생님이 짱인것 같습니다 :)

건강할때 건강을 지키겠습니다.

내일도 새벽 운동 가즈아~^^!

늘 건강하십쇼! 화이팅!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

방문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꾸준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지러운것도 쉽게 볼일이 아니네요. ㅠ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대개는 괜찮지만 심각한 질환의 증상 일부일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

한 증상에 정말 많은 원인들이 있고 또 다 다른 치료법이 있지요.
어지러움증도 그냥 자가진단이나 자가치료로 넘어갈 일이 아닌데, 많은 분들이 그냥 지나치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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