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글 - 헬조선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세번째 포스팅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회자되는 단어인 헬조선, 이 단어에 대해, 그리고 진짜 대한민국은 지옥으로 불려야 할 정도로 열악한 나라인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네이버 뉴스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대부분의 기사를 보면, 그 댓글에는 항상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닙니다. 대한민국이 지옥처럼 살기가 힘든 나라라는 뜻으로 쓰이지요. 그와 함께 자살률, 청년실업, 노동강도 등 부정적인 사회현상들이 매우 높게, 나쁘게 나타난다는 근거를 들어 나라에 대한 불평만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는 빠른년생으로 1년 일찍 학교에 들어갔고, 큰 어려움 없이 교육대학교에 진학하여 졸업하자마자 바로 교사가 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합니다. 실업이니, 자살이니, 노동강도니 하는 문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사가 되지 않고 일반대학교에 진학하였더라도 저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의 안정감이 사회를 객관적으로 보게 해주었고, 자신의 일로 닥쳐오면 어렵게만 보일 현실적인 문제들을 한발짝 뒤에서 보게 됨으로 인해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준 발판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를 무조건 '헬조선'으로 칭하며 비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불평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한민국의 빈부격차에 대한 내용으로 나라를 '지옥'으로 표현합니다. 재벌들은 재산을 계속해서 쌓아가는데, 그것을 서민들에 대한 착취로 얻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하고 흙수저로 태어난 자신들은 계속해서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고 하지요.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흙수저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비참하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대기업 회장들 중 상속으로 회장이 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라고 하면 옛날에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여 성공시키기 쉬웠다며 반박하지만, 최근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보면 그또한 신뢰성 있는 반박은 아닙니다. 댓글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금수저를 부러워하기만 하며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흙수저 신세에 대해 불평만 하고 있을 때, 흙수저라는 것을 이겨내기 위해 소위 말하는 금수저들에 대해 공부하고, 노력하여 같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헬조선은 사실 누구에게나 금수저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있는 나라입니다.

물론 완전한 평등이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어릴 때부터 고액과외를 받고 호의호식하는 사람과, 기초생활수급금을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이 평등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파악하고, 그 흐름에 맞게 열심히 노력하고 운이 따라준 사람은 여유로운 삶을,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여유롭지 못한 삶을 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가정이 전기와 수도, 난방을 사용할 수 있으며, 집안의 경제사정이 지극히 나쁠 경우 학비, 급식비, 교재비, 방과후학교 지원금 등 어느 정도의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공부도,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아이들의 경우(제 중학교 시절 동창들의 경우 이런 아이들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흡연과 비행으로 보내다가 하루하루 먹고사는 데 의의를 두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런 환경에 처한 아이들 중에는 '이런 환경을 극복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공부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가장 쉬운 수단이라고들 합니다. 노래나 춤, 미술 등의 경우 반에서 2-3등을 하는 정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이런 것들로 성공을 하기도 어렵지요. 반면, 정말 어려운 가정환경(끼니를 때우기가 힘들 정도)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공부를 열심히 하여 공무원이 되는 것, 그것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차를 사고, 밥을 먹고, 여행을 다니고 하는 정도라면 큰 성공이 아닐까요? 공부는 반에서 2등정도만 해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직장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수단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딱 정해진 길만 걸어가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을 얻을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기부에 관련된 교육도 하게됩니다. 굿네이버스, 유니세프 등의 홍보영상을 보여주는 일들이 있지요. 한끼 300원의 식사를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죽는 아프리카의 아이들, 꿈이 있지만 6살때부터 엄마를 도와 하루 16시간씩 카펫을 짜며 흙바닥에서 잠드는 네팔의 여자아이 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경우 배가 고프면 밥을, 아프면 병원을, 추우면 난방을, 더우면 냉방을 해줄테니 공부만 하라고 하면 하겠다는 아이들이 넘쳐날 것입니다. 실제로 학교를 지으면 열악한 환경, 좁은 교실에도 엄청난 수의 아이들이 모여 공부를 하지요. 네팔의 여자아이는 기부금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꼭 열심히 공부해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로 희망에 차있습니다.

반면 '헬조선'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90%이상의 학생들(헬조선이라는 댓글과 글을 쓰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 범주에 포함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은 배가 고프면 밥을, 아프면 병원을, 추우면 난방, 더우면 냉방을 해주는 부모 밑에서 자랍니다. 심지어 심심하다고 하면 텔레비전, 장난감,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혜택을 받으며 자라갑니다. 이중 그 어느것도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없습니다. 책임은 없지만 권리는 넘쳐나고, 넘쳐나는 권리를 누리면서도 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떼를 쓰면 부모가 들어주는, 그런 상황에서 자라왔습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때문이지요. 자신은 갖지 못했지만 아이는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그런 마음들 말입니다. 이는 안일함을 만듭니다. '이렇게 다 해주니까 공부만 열심히 해라'라는 들어도 전혀 감흥이 없지요.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엄마아빠가 다 해줬는데, 재미없고 하기 싫은 공부를 왜 해야할까요? 그냥 놀기만 해도 부모님이 뭐든 주시는데. 저의 학창시절에는 선생님에게 맞는 것이 두려워 공부를 하는 척 하는 아이들도 있었으나, 이제 교사들은 학생에게 공부를 강요할 수단이 없습니다. 이렇게 방임아닌 방임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공부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며, 노는 것만 좋아하던 학생들은 준비되지 않은 채 사회로 내던져집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학생들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는 힘들고, 결국 나라 탓을 하게 됩니다. 부모가 돈이 많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하면서요. 지구 반대편에서 보면 땅을 칠 일입니다. 엄청난 기회와 행운을 가지고 태어났음에도, 좀더 편한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한탄하며 환경을 탓합니다. 기가 막히지요.

얼마 전에 유시민 작가와 여대생(?)이 이 헬조선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힘들었지만 6.25 전쟁을 겪은 기성세대는 더 힘들었다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가, 여대생이 그래도 그때는 '전후'라는 희망이 있었다며 오늘날의 청 년들이 더 힘들다는 말을 하며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불행이 상대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부분에 대해 깊은 동의를 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형제, 아버지가 전쟁터에 끌려와서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가족이 총에, 포탄에 맞아 죽으며,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그 시대를 겪어온 사람들은 '전후'라는 희망이 있어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청년들은 희망이 없다고 하는 이 말에 엄청나게 공감을 하더군요. 코웃음이 나왔습니다. 공부만 해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며,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시대의 사람들보다 힘들다는 말을 쉽게 하더군요. 그리고 그 말에 공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여대생 하나의 생각인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쓰는 이 글또한 저 하나의 생각에 불과하지만, 그 여대생이 한 말에 대해서는 저는 전혀 공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의 경우 헬조선이라는 말에 전혀 공감하지 못합니다. 노력하지 않은 사람, 능력이 없는 사람, 놀기만 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뛰어난 사람, 노력해온 사람들과 같이 잘 살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산주의 사회인 북한에서조차 극단적인 빈부격차가 존재합니다. 단지 노력으로 그 간극을 메우기가 훨씬 더 어려울 뿐이지요. 하지만 자본주의, 자유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는 능력을 갖추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팀잇에도 나라에 대한 불평만을 하며 살아가는 분들이 계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은 공감하지 못하시겠지요. 비난을 각오하고 글을 써보았습니다.

다음 주제는 지나치게 '유복한' 가정환경이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질문과 토론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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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물론 저는 '헬조선'이라는 말을 직접 쓰지는 않지만 그런 말이 회자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한명입니다.
@Jinhyuk님 글 속에 이런 흐름이 있는데 맞게 파악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기회의 평등이 있다. 물론 완전한 평등은 아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사회에서 이 정도 기회의 불평등은 당연한 것이다."
저는 이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사회라는 이유로 기회의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A,B의 의지와 무관하게 A는 재벌의 아들딸로, B는 일용직 노동자의 아들딸로 태어납니다.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가치를 가지고 태어난 두 사람은 너무나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성장합니다. A와 B에게 부여되는 기회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납니다. 물론 @Jinhyuk님 말씀대로 B도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 같은 직업을 얻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만명의 ‘B’들이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고시원에 틀어박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우리 사회가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제가 그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생각하는 것은 A,B의 환경과 조건이 A,B의 인간으로서의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사회든 사회주의사회든 한 인간의 가치가 그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면, 그래서 그의 인간으로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바로 관련 내용 포스팅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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