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절대로 가지마라 -1화-

in #kr6 years ago (edited)

쿠바 절대로 가지마라 -1화-

부제 : 하바나에서 만난 북한 대사관

나는 해외여행을 많이 한다. 브라질 남편을 둔 죄로 한국에서 가장 먼 거리인 남미로 왔다갔다 하다 보니 반강제(?)적으로 여행을 많이 하게 되었다.

쿠바로의 여행은 애초에 없었다. 단지 멕시코에서 가장 비행기 값이 싼 나라 였기 때문에 급 질렀다. (2017년 당시 칸쿤에서 하바나 왕복 20만원 정도) 나와 남편은 나의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끝내는 것, 그리고 우리의 6년의 장거리 연애 및 결혼을 끝내는 것을 축하 하기 위해 멕시코 칸쿤으로 2주 여행을 떠났다. 꿈과 같은 시간들을 보내고 나는 혼자 멕시코에서 2주간 있어야 되는 상황이 생겼다. 그리고 급! 쿠바 뱅기 티켓을 질렀다.

공항에 도착 하자마자 나를 반겨 준 쿠바 택시

  1. Havana : 엄청나게 비싼 물가에 놀라다!

나는 멕시코에 2주 있을 비용보다 쿠바에 있는게 훨씬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쿠바행을 선택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나는 쿠바의 내국인용, 외국인용 화폐 개념을 간과했고 애초에 들고 갔던 500달러는 금새 써버리고 돈이 없어 ATM 인출을 3번이나 더 해야했다.

쿠바에는 2가지 화폐단위가 있다. CUP 과 CUC 주로 외국인들은 CUC을 써야한다. 특히나 나같은 동양 여자는 단번에 외국인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길가에서 사먹는 물한 병에도 2쿡 즉, 2유로 정도 였다. 현지인들이 쓰는 CUP과 CUC은 35배 정도 차이가 나며 같은 물건이라도 현지인과 외국인은 다른 값을 낸다. 예를 들어 내가 사먹은 물 한 병이 2유로라면 현지인은 35배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

하바나에 도착한 후 먹은 첫 저녁은 35CUC (35유로 정도)

정말 허름한 곳이었다. 게다가 우리를 저 식당으로 끌고 간 것은 순전히 길에서 만난 삐끼(?)들이 오바마 대통령 내외가 먹은 곳이라고 강력 추천하여 들어간 3층 짜리 식당이었는데 백프로 거짓말임이 틀림 없었다.

쿠바에 간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10년 후에는 자본 주의에 점령 당할 것이 분명하기에 지금이 진정한 쿠바를 알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하바나외 주요 관광지에서는 외국인 특히나 스페인어를 할 수 없는 외국인은 호구라고 봐도 무방하다. 관련 일화는 나중에...

내가 생각하는 쿠바는 거기에 없었다.

  1. 인터넷 1시간에 3유로...

쿠바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카드를 사야한다. 하바나 오비스포 거리에 있는 ETECSA 본 점에서 파는 1시간짜리 용은 1.5쿡이나 하나 사기 위해 줄을 1시간 이상 기다려야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머물고 있던 CASA에서 2배 비싼 3쿡을 주고 구매했다. 이렇게 비싼 인터넷도 쿠바에서는 호텔 로비에서나 공원에서 밖에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밤에는 더더욱 신호가 안잡힌다. 인터넷 못하면 죽을 것 같은 분들은 해당 사항을 심각하게 고려 해봐야 할 지도 모른다.

쿠바 여행이 끝이 날 즈음, 나는 나 자신을 많이 내려 놓은 상태였다. 인터넷을 못하니 오히려 평소에 하지 않았던 미래에 대한 생각, 쓸데없는 잡생각, 말도 안되는 상상들을 하며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지는 날이 많았다. 하루도 채 지나서 방전이 되기 일쑤인 나의 휴대폰은 3일이 지나도 끄덕이 없는 놀라움을 경험하기도 했다.

  1. 바퀴벌레의 습격

나는 브라질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바퀴벌레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쿠바는 어마어마했다!
위 사진은 하바나 국립 미술관 벽에 아주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는 바퀴벌레 모형이다. 그들은 바퀴벌레를 사랑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바나는 아름답다. 스페인 양식의 고풍스런 옛건물들과 함께 알록달록한 색감의 건물들을 지나가다 보면 여기가 쿠바인지 유럽인지 모를 정도다. 그러나 길가에 있는 수많은 개똥과 바퀴벌레도 함께 공존하고 있다. 어느 비오는 날 오비스포에 있는 유명 식당에서 친구와 오랜만에 비싼 음식을 먹어 보자며 랍스터 요리를 시켰다. 쿠바 밴드 공연을 들으며 냠냠 흡입하고 있는데 오마이갓! 친구 옆에 비취되어 있던 나무 서랍에서 바퀴벌레 수십마리가 식당쪽으로 피난을 가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더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친구에게 말은 하지 않았다.....

위생에 엄청나게 신경을 쓰거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에게 쿠바는 지옥일 수 있다. 쿠바에서 시킨 음식들은 항상 음식에 뭐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게는 머리카락 많게는......

  1. 하바나에서 만난 북한 대사관

비오는 어느날 나는 혼자 길을 잃었다. 정처없이 떠돌고 있는데 이게 왠걸! 익숙한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북한대사관. 나의 심장이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를 잡아가는 것은 아니겠지? 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그곳을 빠져 나왔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쿠바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이 대사관 앞에 있었다.

그렇다.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다. 게다가 이웃나라 미국으로 부터 경제적 무역적으로 보복을 받고 있어서 물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인터넷도 마음껏 사용할 수 없고 물자도 여유치 않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에 와 계셨던 영국인 노부부는 1980년도에 쿠바에 방문했다가 이번에 가족들과 함께 오셨는데 근 30년 간 변화가 없었다고 하셨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쿠바 사람들은 이런 정부에 화가 나지 않을까?

내가 묶었던 CASA에는 쿠바에서 의대를 다니는 학생이 알바를 하고 있었다. 쿠바에서는 최고 지식인 계층에 속하는 그에게 나는 쿠바에 대해 궁금한 점을 이것저것 물어봤다. 어느 정도 친분이 생겼다고 생각한 어느 날 그에게 쿠바가 공산주의임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는 쿠바사람들은 본인의 나라가 공산주의임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나는 놀라웠다. 같이 이야기 하고 있었던 그 영국 할아버지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대다수의 쿠바 사람들은 그들의 나라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고 무료 교육, 무료 의료 혜택, 무료 주택 지원에 불만이 없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나를 흥미롭게 했다. 내가 그처럼 처음부터 인터넷이 주는 편리함을 몰랐더라면... 내가 원할 때 언제 어디서든지 물건을 살 수 있는 자본주의의 이로움이 때로는 돈을 쫓아가게 만드는 삶의 아이러니의 구렁텅이로 몰게 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했다.

쿠바는 내가 있었던 2주 동안 나를 상당히 괴롭혔다. 내가 여행지를 떠나면서 쾌재를 부르게 한 유일한 나라였다.
그러나 그 곳에 있었던 놀라운 경험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었고 내가 여지껏 아무런 고마움을 느끼지 않고 살았던 자본주의의 편리함과 그에 따른 희생의 양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흥미로운 시간들이었다. 여행한 후에 더욱 생각이 나고 그리운 이상한 나라다.

쿠바에 여행을 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당신을 무엇을 보고 싶어서 쿠바에 가나요?

-2화에 계속-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공산주의가 정말 좋은지 아닌지는,
일단 사람들에게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둘 모두를 체험하게 한 후
무엇을 고를지의 자유를 주면 정확히 알 수 있겠지요.
그러고도 그들이 공산주의를 선택한다면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니라면, 그건 기만에 불과한 구속이겠지요.
공산주의가 그리 좋은 거라면 지금 전 세계의 대부분은
자본주의가 아닌 공산주의가 되었어야 할 겁니다.

외국인용 화폐가 있다는게 놀랍네요.
커피가 유명하다는 말도 들어본 것 같은데...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

잘보고 갑니다:)

감사해요! 중미 국가로 멕시코 칸쿤에서 비행기 1시간,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반쯤 되는 거리에 있어요! 우리나라와는 아에로멕시코 노선이 생겨서 20시간안으로 갈 수 있을꺼에요!

체 게바라와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으로 나름 낭만(?) 같은 것으로 쿠바를 생각했는데뭔가 생생한 쿠바를 보게 하는 글이군요. '처음부터....몰랐다면...' 이라는 생각에 공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없으면 불편해 할 것들이 원래 주어지지않은 것이라면 불편해 할 일도 없겠죠. 그리고 그런 생각에 연장으로 북한 사람들도 그 쿠바 의대생처럼 북한을 여길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다음편이 궁금합니다. 아 그리고 떠날 때 쾌재를 부르게 되는 여행지라니 ㅎㅎ 저같이 낭만적인 쿠바를 생각하고 여행을 갔더라도 마찬가지였지 않을까 싶어요.

쿠바는 정말 호불호가 갈리는 나라더라구요. 저는 당시 지내는 동안 제발 시간아 가라... 라고 빌었지만 여행에서 돌아와보면 제일 생각이 많이 나는 나라였어요. 애증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충격이라서 그랬나.. 하지만 저와는 반대로 쿠바가 너무 좋았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선택은 개인의 몫이겠죠 :)

마치 군대... 같은 느낌이 ㅎㅎ(언제 제대하나 기다리다 나오고 나서는 추억하게 되는 ㄷㄷ 사람마다 호불호도 갈리고요)
헙헙 죄송합니다^^;;

어떻게 보면 외국인 관광객 지갑털어서 나라 운영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ㅜ
올드카와 해변 그리고 시간을 돌려 놓은 듯한 관광지들이 유명하대서 언젠가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ㅋㅋㅋ (어차피 못 갈 것이었지만요...ㅎ)

저도 멍때리는 시간에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운영될까 고민했어요. 현지인들 얘기로는 버는 돈의 90%는 정부가 가져가고 10%만 주인이 가져간다고 하더라구요. 역시 공산주의이구나 했어요. 그쪽에 생산공장이나 산업자체가 많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수입의 대부분은 관광이기 때문에 이미 관광자는 자본주의에 물들어 있어 보였어요.

잘 읽었습니다! 주변애서 쿠바다녀온 분들한테 쿠바 공산주의 체험기를 들으면 컬쳐쇼크의 결정체더라구요. 의사보다 택시기사가 더 부자고 ㅋㅋㅋ뒷골목 암시장을 찾아야 물건이 더 고급이고 ㅋㅋ 근데 공산주의에 만족한다는 이 아이러니한 모습 ㅋㅋㅋ 우리는 북한여행을 못 가니까 쿠바뿐이 옵션이 없네여 ㅠㅠ 미국 제재 풀려서 벌써 변하기 시작했다던데ㅎㅎ 좋은 글 읽고 보팅하고 가요. 다음편 기대합니다

감사해요! 저도 의사들이 쿠바에서 돈을 너무 못벌어서 외국에 친척들이 있는 의사들은 해외로 나가고 싶어 한다더라구요 하더라구요. 쿠바인들을 보면서 돈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같아요. 쿠바처럼 무상교육, 무료배급, 주택지급, 무료 의료 혜택이 우리나라에게도 있다면 우리는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요? 대신에 어디든 가고 싶은 나의 자유는 없어지겠죠.

공산주의 국가에 살기 때문에(?) 그 들이 다른 나라 소식을 객관적을 알기 어렵거나 아직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다만... 돈과 시간만 있으면 대부분의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는 우리는 상호 비교를 통해 명확하게 장단점이 파악이 되어 그들을 부럽게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적절한 자본주의 + 복지가 결합된다면 더 없이 살기 좋을텐데 말이죠. ㅠㅠ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쁜 현실에서 삶에 여유가 없어 저도 쿠바가면 그들을 부러워할 것 같습니다.

네 언젠가는 우리도 좋은 나라가 될 수 있겠죠?:)

Congratulations @jessica0108! You have completed some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made your First Comment
Award for the number of comments
You made your First Vote

Click on any badge to view your own Board of Honor on SteemitBoard.
For more information about SteemitBoard, click here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By upvoting this notification, you can help all Steemit users. Learn how here!

이구.. 쿠바 로망이었는데 바퀴벌레 생각하니 마음이 뚝! 하네요. 낭만이란 불편함과 낡음을 전제로 하는 듯.. 잘 보았습니다.^^

네 저도 쿠바가기전에는 아날로그의 낭만을 품고 갔지만 막상 가보니 저는 자본주의의 노예였어요 ㅎㅎ
하지만 개인차가 크니 가보시기로 맘먹으셨다면 화이팅입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3475.77
ETH 3117.23
USDT 1.00
SBD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