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늬밤

in #kr3 years ago

< 리틀 포레스트 > 라는 영화가 있다. 도시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 피신처로 택한 고향 시골마을에서 허물없는 친구들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먹거리들이 주인공을 다시 건강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화려한 액션도 진한 멜로도 없지만 보고있으면 소소한 일상들이 건네는 위로가 따스함을 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음식 중 맛 가늠이 잘 안되는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오늘 만든 " 보늬밤 " 이다. 보여지는 영상으로는 꿀 묻은 삶은 밤 정도의 느낌인데, 주인공의 맛 표현이 그 이상의 무엇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 해봐야지 하면서 몇 해가 흘렀고 오늘 드디어 완성이다. 아니 아직 제대로 완성은 아니다. 또 3개월 정도 숙성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만드는 데에도 2일이 필요하다. 과정이 복잡한건 아닌데 그냥 시간이 필요하다. 밤을 물에 담가 껍질 벗기기 좋게할 시간, 속껍질의 쓴맛이 우러나오게 베이킹 파우더 살짝 푼 물에 담가두는 시간, 속껍질이 보드라워지는 삶고 헹구는 반복의 시간, 설탕과 간장으로 조리는 시간.
병에 담기전 하나쯤은 맛을 볼까도 했지만, 하고보니 얼마 되지도 않고, 그 기막힌 맛을 더 보려면 아껴두어야 해서 참았다. 영화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크리스마스 즈음에 내리는 눈을 보며 따뜻한 차와 함께 세상 달콤한 맛을 볼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나이가 들어가니 달콤한 것만 좋고 내리는 눈은 미끄러운 길 때문에 그닥 반갑지만은 않다.
ps. 보늬 : 밤이나 도토리 따위의 속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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