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이 진다.
한낮의 뜨거움을 피해 동네 산책을 나섰다. 산 밑의 공원 연못에 마지막 연꽃이 피어있다. 한여름 화사한 연꽃으로부여 궁남지, 창원 주남저수지 등이 유명한데, 이들의 연꽃 구경은 그늘없는 뙤약볕에 금새 지쳐버리기 쉽상이다.
그에 비해서 함양의 상림숲은 천년의 세월을 버틴 숲을 끼고 연꽃 단지가 조성되어 한여름 이어도 한결 부담없이 즐기기 좋은 곳이다.
상림숲이 천년의 세월을 버텼다는 것은 이곳이 인공으로 조성된 곳이기 때문이다. 신라 진성여왕때 함양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이 마을의 중심부를 흐르던 위천의 범람을 막기위해 둑을 쌓아 조성 했다고 한다. 둑을 쌓고 조성할 때 인근 가야산의 나무들을 옮겨와 심었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며 무성한 숲이 되었다. 4km에 달하던 숲은 중간 부분이 훼손되어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어졌고, 하림엔 마을이 들어서며 지금은 1.6km의 상림만 남게 되었다.
자연의 변화는 오로지 하늘의 소관이라 여길만한 시대에도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법을 찾아내고 실천한 선조들의 지혜가 빛나는 장소가 아닐수 없다.
그러고보니 연꽃도 버릴 것이 없다. 꽃은 보기도 좋지만 차로 마셔도 좋다. 잎은 비오는 날 개구리 왕눈이와 아롬이의 피신처가 될것도 같지만 찹쌀에 대추와 은행 등을 넣어 연잎밥을 해먹으면 그윽한 향이 아주 좋다. 그리고 뿌리는 도시락 반찬의 단골메뉴 였던 연근조림으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산책길에 마주한 연꽃 몇 송이가 여행의 추억, 먹거리의 추억 여러가지를 함께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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