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고금소총 - #9 군자는 옥을 버리지 않는다

in #kr7 years ago

<고금소총(古今笑叢)은 민간에 전래하는 문헌소화(文獻笑話: 우스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편자 미상의 책으로 조선 후기에 최초 발간되었습니다. 문헌소화의 편찬의도는 반드시 권계(勸戒)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좀 지나친 외설담이라 할지라도 은연 중 교훈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영의정까지 역임한 사암 박순(思庵 朴淳)은 얼굴이 희고 아름답기 짝이 없었으며 천성이 또한 청렴결백하였다.
그는 몹시 여비(女婢)들을 사랑하여 밤이면 행랑방을 두루 순례하는 것이 일과였다.
그런데 그 중의 한 여비에 옥(玉)이라는 아이가 있었으니 얼굴이 몹시 추악하게 생겨 누구 하나 제대로 쳐다보는 자가 없건만 대감은 옥이를 끔찍히도 사랑했다.
한 친구가 이를 괴이하게 생각하고 사암에게 물었다.
“대감은 어이하여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그런 추녀를 가까이 하는 것이오?”
“허허, 그녀야 말로 가련한 여인이니 내가 아니면 누가 가까이 해 주겠는가.”
이에 친구는 말문이 막혔거니와 그 뒤 사암은 처가에서 주는 재산을 모두 물리쳤다. 이를 본 친구가 다시,
“그대는 재산에 대해서 그렇게도 초연하면서 어찌 처가에서 온 옥이만은 물리치지 않는 것인가?”
“허허, 자네는 아직 <예기(禮記)>를 읽지 못했던가. 예기에 이르기를 <군자는 옥을 몸에서 버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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