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고금소총 - #8 공지에서 진지로

in #kr7 years ago

<고금소총(古今笑叢)은 민간에 전래하는 문헌소화(文獻笑話: 우스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편자 미상의 책으로 조선 후기에 최초 발간되었습니다. 문헌소화의 편찬의도는 반드시 권계(勸戒)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좀 지나친 외설담이라 할지라도 은연 중 교훈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한 생선장수가 커다란 메기 한 마리를 짊어지고 시골 동네에 이르러,
“어떤 여인이라도 항문의 위, 옥문의 아래, 두 경계 사이에 나의 양물을 잠시 닿게 해 주는 이가 있다면 이 고기를 드리겠소.” 하고 큰소리로 외쳐댔다.
한 부지런한 농부의 아내가 그 소리에 솔깃하여 스스로 변명하면서 이르기를,
“거기야말로 공지(空地)가 아닌가. 그게 조금 닿기로소니 무슨 손상이 있을 것인가.”
하고는 곧 속곳 밑을 티워 구멍을 내고는 생선장수로 하여금 잠시 그곳에 접해 보도록 허락하였다. 생선장수는 곧 그녀의 세 폭 고쟁이를 걷고 그 엉덩이를 높이 괴고 백옥 같은 두 다리를 들어 겨드랑이에 끼고 보니 희디 흰 것이 마치 알찬 배추속과 같았다.
그는 곧 자신의 물건을 끄집어 내니 그 모양이 마치 푸른 칡넝쿨이 모과나무에 감긴 것 같고 그 굳세고 건장함이 중의 바리가 백옥 같은 대나무 뿌리에 엎어진 것 같았을 뿐 아니라 그 빛깔은 임금이 타는 붉은 배요, 그 주름은 우산을 벌린 것 같았고, 두 손으로 어깨를 잡았을 때는 세 갈래진 쇠사랑이 무슨 물건을 찍어 올리는 듯하였다.
그곳에 바로 일을 베풀 때는 수코양이 머리가 바람을 맞이한 것만 같고 두 활줄이 단단히 찰 때에는 숙피장(熟皮匠)이 가죽을 당기는 것 같았으며 닭벼슬이 붙여질 때에는 말등에 얹은 안장과 같으며 뒤가 열렸다 오므라졌다 하는 것은 마치 후추를 먹은 쥐의 입과 같았다.
이에 농부의 아내는 기쁨에 넘쳐 생선장수의 허리를 부둥켜 안고 얼싸 좋다고 연신 등을 어루만지면서,
“오늘의 흥정은 참으로 잘 되었으니 당신은 자주자주 와서 생선을 주세요.”
하고 애걸하였다. 생선장수는 그러마고 쾌락하고 생선을 던져주고 마을을 떠나 버렸다.
이윽고 농부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그 생선으로 요리를 하여 내어 놓으니 농부가,
“아니, 이 고기는 어디서 얻었소?”
하고 묻자 아내는 자랑스럽게 제 몸의 공지(空地)를 팔아 그것을 얻은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러자 농부는 혀를 찼다.
“공지를 팔았다 하지만 이미 진지(眞地)로 들어간 것 같구려.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기로서니 하필이면 고기장수의 고기를 좋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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