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고금소총 - #5 격성은 하격 소골이 상격

in #kr7 years ago

<고금소총(古今笑叢)은 민간에 전래하는 문헌소화(文獻笑話: 우스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편자 미상의 책으로 조선 후기에 최초 발간되었습니다. 문헌소화의 편찬의도는 반드시 권계(勸戒)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좀 지나친 외설담이라 할지라도 은연 중 교훈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어느 나그네가 한 인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안방에서 환호성이 높아 잠을 이룰 수가 없는지라 한 마디를 건넸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거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소릴 들으면 모르오?”
하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이에 나그네는,
“대저 운우에는 품격이 있는 것이오. 하나는 심식구농(心植久弄·깊이 넣고 오래도록 희롱)하여 영인소골(令人消骨·아내로 하여금 뼈가 녹게)하는 것으로 이것이 그 상격이고 또 하나는 요란한 소리를 내고 금방 방설(放泄)하는 것으로 이것이 그 하격이오.”
나그네의 이 말을 듣자 주인 여인은 공연히 가슴이 설레어 잠이 오지 않았다.
동이 막 트려는 새벽녘에 여인은 꿈 속에서 몽마(夢魔)에 쫓긴 것처럼 남편을 걷어 차더니,
“여보, 지금 막 꿈을 꾸었는데 우리 조밭에 멧돼지가 들어와 마구 짓밟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불길하니 당신 어서 가보도록 해요.”
하고 소란을 피웠다. 그녀의 남편은 늦잠을 못자는 게 싫었지만 너무 요란하게 아내가 닥달을 하는지라 몸을 일으켜 투덜거리며 집을 나갔다.
그러자 여인은 재빠르게 나그네를 불러들여,
“소골(消骨)이 여하한 것인지 좀 가르쳐 주오.”
하고 교태를 부리니 나그네는 주저없이 여인과 상합(相合)하여 여인은 환정(歡情)이 극에 이르렀다. 이리하여 여인은 나그네를 소골객(消骨客)으로 부르며 정성을 다하여 아침을 대접하고 떠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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