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고금소총 - #2 간밤에도 쿡쿡 찌르더니

in #kr7 years ago (edited)

<고금소총(古今笑叢)은 민간에 전래하는 문헌소화(文獻笑話: 우스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편자 미상의 책으로 조선 후기에 최초 발간되었습니다. 문헌소화의 편찬의도는 반드시 권계(勸戒)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좀 지나친 외설담이라 할지라도 은연 중 교훈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한 귀머거리가 길을 가다가 날이 어두워져 민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런데 한 소금장수가 또한 그 집에 묵게 되어 두 사람이 한 자리에 들게 되었지만 소금장수는 동숙자가 귀머거리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주인 부부의 교합이 시작되고 소금장수는 그 운우(雲雨)의 환성을 듣게 되었다.
소금장수가 그 소리가 재미가 있는지라 귀머거리를 쿡쿡 찔러 깨우려 했으나 귀머거리는 소금장수의 잠버릇이려니 하고 그대로 자버렸다.
그런데 새벽이 되자 다시 주인 부부는 운우의 탄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소금장수는 아무래도 혼자 듣기가 아쉬워 다시 귀머거리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그러자 귀머거리가 대노하여,
“이 늙은 개 같은 놈아, 간밤에도 쿡쿡 찌르더니 새벽에도 또 쿡쿡 찔러? 이 고얀놈!”
하고 고함쳤다.
이 소리에 놀란 주인 부부는 자기들의 방사를 희롱하는 것으로만 알고 몽둥이를 들고 건너가 호통을 치니 영문을 모르는 귀머거리는 행장을 챙길 틈도 없이 삼십육계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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