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원래 주말동안 마무리 하려던 일이 있었습니다. 사실 금요일 퇴근 전에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정작 내업무를 마무리 못한 날이 되어 버렸죠.

'오늘 금요일이니까 깔끔하게 밤에 마무리하고 즐거운 주말을 보내야지^^'

늘 해오던 일이라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도 않고 금요일에 늦게 일하기 싫어서 필요한 자료를 챙겨서 퇴근을 했죠.
집에 오니 저만 금요일이라 기분이 좋았던 건 아니었죠. 밝은 표정의 아내와 이제는 금요일이 즐거운 날이라는 것을 슬슬 눈치채기 시작하는 딸아이까지^^
이런 즐거운 날 집에와서 서류를 집어든다는건 행복을 망치는 지름길이라 여기며 가족들과의 시간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바빠서 텅비어버린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서 같이 장을 보고, 1주일 동안 엉망이 되어버린 집을 정리하고, 딸아이의 붕붕카를 끄는 한마리 루돌프가 되어 온집을 누비고 다녔죠.
그리고 밤이 깊어 지고 딸아이는 잠이 듭니다. 귀염둥이가 잠들고 나니 우리에게도 잠깐의 여유가 시작되죠.
같이 맥주도 한잔 마시고 TV를 켜서 못봤던 예능 프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냥 오늘은 쉬어야겠어. 내일은 토요일인걸.. 내일 마무리하면 될거야'

시험을 준비하는 농땡이의 마음이 이렇다고 하지요.
"시험이 다음주니까 오늘 계획을 세우고 내일부터 빡세게 공부해야겠어"
"아직 며칠 남았으니까 내일부터 해도 되겠지?"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오늘 푹자고 내일은 폰도 끄고 맑은 정신으로 제대로 집중해 봐야겠어!"
"아 집중 안되네. 좀만 쉬다할까?"
"아.. 내일 밤새면 되겠지?"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해야겠다"
....
이런 레파토리로 뭔가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지만 그리되지 않을 거라 자신을 다독이며 즐거운 금요일을 보내고 토요일이 됩니다.
맥주의 기운때문인지 늦게까지 놀다 자서 그런지 아침에 몸이 무겁네요. 하지만 푹쉬고 깨어난 딸아이의 체력은 저를 가만 두질 않죠. 오늘이 아빠가 쉬는 날이고, 어린이 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걸 아는거죠^^
딸아이가 볼에 뽀뽀를 하며 일어나라고 합니다. 전혀 힘이나지 않지만 마치 불사신이 된 것처럼 크오오옹 소리를 지르며 일어납니다. 이정도 리액션은 해줘야 만족하니까요
그렇게 일어나서 같이 놀다가 요리하다가 졸졸따라다니며 밥먹이다가 설거지하고 밀린 빨래하고 어지럽히고 정리하고 어지럽히고 정리하고를 반복합니다. 아내는 뭘하냐구요? 이걸 같이 하고 있죠 ㅋㅋㅋ
가족끼리 함께 가는 약속이 있어 외출준비를 합니다. 딸아이가 보는 애니메이션에 미꾸라지가 나온적이 있는데 그게 웃겼는지 요즘 옷만 입히면 자기가 미꾸라지라며 퍼덕퍼덕거립니다. 옷을 입히고나면 숨을 헐떡이고 있는 저를 발견하죠.
외출을 다녀와 집에서 또 한바탕놀이를 하고나면 정신없는 토요일이 지나갑니다.
남은 체력이 있지만 저의 의지는 계속 미뤄둔 그 일에 다시한번 주문을 불어 넣습니다.

'내일 일요일이잖아. 아내한테 오후에 잠깐 부탁하고 마무리하면 되지~'

하지만 역시나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폭풍같은 일요일을 지나 딸아이를 재우고야 억지로 일을 시작했네요.
그리고 어느정도 마무리를 하고 내일 최종수정을 하려 파일을 저장합니다. 몇 시간 걸리지는 않은 것 같네요. 다행히 시간적으로 월요일이 오기전에 마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사실 처음 글을 쓸때는 돈벌랴, 애보랴, 집안일하랴 수고한 저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줘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글에 담아보려 했는데 쓰다보니 "아.. 그냥 금요일에 몇시간 고생했으면 주말동안 계속 찝찝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면서 저의 나태를 반성하게 되네요 ㅠㅠ
여튼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 다시 월요일이 왔네요. 괴롭지만 월요일이 시작되었으니 다시 주말이 하루하루 다가오겠죠?
다시 돌아올 해피한 주말을 기약하며 모두 즐거운 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