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

in #kr6 years ago

새벽에 자꾸 눈을 뜬다. 뭐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냥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이 떠진다.
원래 잠이 별로 없는 성격인데 딸아이를 재우느라 같이 누워있다가 잠드는 날이 많다보니 새벽 2시~3시쯤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흠.. 어차피 누워있어도 다시 잠들지 않는다는걸 알기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벌써 오래전 떠나온 군대 시절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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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정전국가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24시간 잠들지 않는 지역. 내가 있던 곳이 그 곳이었다.
항상 새벽에 깨어있어야 했던 이유로 남들이 자는 시간에 생활하고 그들이 깨어날 때 잠이 들었다.
8시간의 수면을 하루에 2번 쪼개서 자야했기에 빨리 잠들지 않는 나는 매일이 괴로웠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하루가 가지만 달력이 정지된 것 같은 기묘한 시간의 흐름을 가진 곳. 나에게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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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풍경, 매일 같은 일과, 정해진 지역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그 곳의 생활이 나에게 준 한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시장의 떡볶이 가게에 앉아 친구들과 미친듯이 떡튀순을 들이킬 때도, 미탱의 신이 되겠다며 밤새 게임방에 앉아 고각샷을 연구할 때도, 지금은 웃기지도 않을 고민을 해대며 골방구석에서 술을 들이킬 때도 누군가는 이 곳을 서성였을 것이라는 것.
내가 그렇게 일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던 이유가 누군가 자기의 자유를 포기하는 대신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자"
힘들었던 날들을 버틸 수 있던 가장 큰 생각이 바로 저 생각이었다. 나의 자유로움을 주었던 이전 세대에 대한 고마움에 대한 보답, 그리고 GOP철수 작전을 마치고 전역을 했을 때 그 생각은 이전 세대에 보답보다 훨씬 더 커져있었다.
내가 이 곳에 없지만 누군가는 또 나와 같은 생활을 하며 우리 가족을 지켜줄 것이고 우리는 그 대가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 전역을 한지 오랜 시간이 지나 잊고 있었다. 내가 생활하던 그 곳을.
아마 지금쯤 누군가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추위가 주는 우리나라의 위대한 기후에 감탄하며 얼마후에 있을 따뜻한 컵라면 국물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벌써 2018년의 달력이 한 장 찢어 졌음에 기뻐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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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자꾸 누구와 비교하는 삶을 살게 된다. 나의 노력이 그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음에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기대한 일이 실망적인 결과를 가져와 나를 슬프게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만약 그 비교대상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현재의 나"와 "GOP에 있던 나"라면 지금 엄청 행복해야 한다. 직업을 다시 찾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남들과 같은 알콩달콩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는 꿈꾸던 일상을 현실로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루어낸 행복에 집중하고 싶다. 비록 내가 인생을 살면서 몇 번의 실수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 내가 노력한 일들이 무너지거나 뜻하지 않게 다른 이에게 피해를 입힌 일도 있겠지만 모든게 인생의 한 부분이 아닐까? 그런데 그걸 너무 크게 안고 있었다.
마치 인생의 중죄인이 된 것처럼 내가 이루어낸 행복을 아무것이 아닌 마냥 힘들어 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어제의 나보다 좀 더 나은 오늘의 모습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주변으로 돌아가 있던 삶의 시선을 나에게 돌리고 싶은 새벽이다.

#새벽이 주는 센티멘탈 #그래도 출근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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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앙...gop라면...고생하셨단 말이 나와야 하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북이라 정말 추우셨겠다-_-그 생각이 딱 드네요. 이 나라는 언제쯤 통일이 될까요?

추위는 언제나 적응이 안되네요 아 추버랑..

새벽에 일어나서 이런 생각을 하시는거 보니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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