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지능형 자료구조에 관한 단상 - 기억과 방향 - 2
지난 이야기:
우리는 지난 글에서 기억이 방향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 보았다. 그리고 그 방향은 '다대일(n:1)'의 관계에서 유효하다는 것을 기억에 관한 논리실험을 통해 알아 보았다.
기억이 방향을 가진다는 사실이 '일대다(1:n)'의 관계에서도 유효할까? 그것을 알아보고자 한다.
만약에 '미술관 옆 동물원'과 '미술관 옆 편의점'이라는 개념을 기억한다고 해 보자. 그러면,
(1) 노드 1 : 미술관
(2) 노드 2 : 동물원
(3) 노드 3 : 편의점
이란 노드들과 더불어,
(4) 미술관 -> 동물원
(5) 미술관 -> 편의점
이란 관계가 생길 것이다. 이런 관계에서는 우리가 '동물원'이나 '편의점'을 입력받는다(혹은 지각한다)고 해서 미술관이 쉽게 떠오를 리가 없다. 왜냐하면, 기억의 방향이 그걸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미술관'이란 입력에 대해서 우리 지능은 어떻게 반응할까(혹은 반응해야 할까)? (4), (5)에서 보듯이 '미술관'은 '동물원', '편의점'으로의 두가지 방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둘 중의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둘 다 동시에 떠올리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혹은 떠올릴 수 있더라도 순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중에 무엇을 먼저 떠올리(혹은 떠올려야 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보자).
이런 문제에 관한 한 가지 답이 MCTS(Monte Carlo Tree Search)방식이다. 이 방식에 의하면, 우리 지능은 그간의 경험으로 인해 생긴 가중치가 높은 방향으로 진행한다고 가정한다. 이를 도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 그림에 의하면, 사람은 80%의 확률로 동물원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미술관 다음에는 동물원을 떠올린 빈도가 80%정도이기 때문이다.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이 방식도 나름의 유효성은 가지고 있지만, 다음 두 가지 단점이 여전하다:
(6) 확률이 50:50일 때의 선택의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7) 인간은 경험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 지능의 특징은 그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다른 판단을 한다는데 있다.
이런 단점들과 지능에 대한 논리실험의 결과로 IDS에서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MCTS의 방식을 고려하지 않는다. IDS는 '지나온 경로에 대응하는 선택'이라는 방식으로 선택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그림을 보자.
그림 속에 있는 모든 노드들은 다른 노드와 구별되는 특징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1부터 7까지의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이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름은 얼마든지 겹칠 수 있으므로). 둘째는 모든 노드들은 1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완전히 독자적인 '경로'를 가지고 있다.
가령, 5는 7과 어떻게 다른가? 5는 1로 부터 'left->right'라는 경로를 지나 왔지만, 7은 'right->right'이라는 경로를 지나오게 된다. 이렇게 그래프로 묶여 있는 모든 노드들은 그 접근 경로로부터 그 노드의 고유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이 말은 '그 경로가 그 답'이라는 발상과 같다. 만약에 답을 확정할 수 없는 미술관 대 [동물원, 편의점] 문제와 같은 경우는 그 경로가 충분히 주어져 있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여, 동물원과 편의점 사이에는 어떤 차별도 없다고 생각한다. MCTS에서처럼 확률적 자료가 주어져도 마찬가지다. 확률이 높다고 그것이 답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가령 사전에 어떤 단어에 대한 뜻이 여러 가지 있을 경우, 보통 가장 널리 쓰이는 뜻이 가장 먼저 나오겠지만, 그게 늘 답이라고 보장할 수 있는가? 또한 가장 널리 쓰인다고 그게 가장 가치있는 답도 아닌 바에는).
우리는 '질문에 곧 답이 있다', '답이 없는 것은 질문이 잘 못 되어 있기 때문이다'같은 말을 듣는다. 이것은 '경로가 곧 답'이라는 IDS의 가정과 정확히 일치하는 말이다. 조건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유일한 답을 가릴 수 없고, 때문에 답이 없는 것은 조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과 같다. 그래서 위의 미술관의 문제는 아래와 같이 풀 수 있다.
그림에서 파란색 원으로 표시된 a, b는 '미술관'을 참조하려는 어떤 사고의 '경로'이다. 미술관이라는 노드는 자신을 참조하려는 경로가 a이면 편의점으로 보내고, b이면 동물원으로 보낸다. 때문에 기억의 방향에 있어 일대다(1:n) 선택의 문제는 확률이 아닌 '경로'의 문제로 환원될 수 있다(즉, 사고가 어떤 경로를 지나 왔는가).
이를 간단한 사고 실험으로 표현하면, 부모 -> [엄마, 아빠]의 문제에 있어서, 이전에 '남자'라는 경로를 통해 '부모'를 참조하면, 우리는 당연히 '아빠'를 떠올리고, '여자'라는 경로를 통해 '부모'를 참조하면 응당 '엄마'를 떠올린다. 우리가 그저 '부모'를 떠올릴 때와는 무척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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