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2년생이 남기는 하락장에 대한 소회

in #kr6 years ago

연어입니다. 실로 오랜만에 찾아뵙네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코인 시세를 살펴보곤 오늘이야말로 그간의 게으름을 제끼고 글 한 번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다음주 쯤이 스팀잇 활동 두 돌이 되는 날일 것입니다. 짧다면 짧지만, 또 길다면 긴 시간이네요. 금융의 꽃이라고 불리는 옵션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화끈하게 음직이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 2년이란 시간은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을만큼 긴 시간이니까 말이죠.

저에게 스팀잇과 함께 한 이 2년이란 시간은 모든 코인을 날려먹고 다시 암호화폐에 뛰어든 시간과 동일합니다. 100여 개의 비트코인과 만 개가 넘던 라이트코인을 모두 중국에 헌납하고 저는 암호화폐 거래에 큰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투자 자산 날리는거야 그려려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제가 이런 쪽에 잔뼈가 굵어 마인트 컨트롤은 제법 괜찮은 편입니다) 그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은.. 내 자산을 내 소유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암호화폐의 익명성을 큰 장점으로 보고 계실겁니다. 정부의 컨트롤 밖에서 생명력을 존속시켜 나갈 수 있는 블록체인의 속성이야 말로 태생적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설령 정부의 관할에 놓이게 되든, 세금을 뜯기든 간에 내 재산이고 내 자산임을 대한민국 정부 정도의 공신력(?)을 갖춘 기관에서 증명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할 수 있겠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비밀번호 하나 잊어버리면 영영 찾지 못하는 것이 암호화폐니까요. 저는 저의 암호화폐 자산을 속수무책으로 중국 정부에 의해 빼앗기다시피 했고, 그 때 처음으로 암화화폐 투자에 대한 회의감에 빠졌던 것입니다. 여전히 블록체인이 많은 부문 세상을 뒤덮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러다 다시 암호화폐에 투자를 시작한 계기가 바로 스팀잇이었습니다. @leesunmoo 님의 간곡한 권유로 이쪽 세계를 염탐하게 되었고, 저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제 돈을 지갑에서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제게는 안전자산(?)이나 마찬가지인 주식도 털어가면서 코인을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죠. 사실 그럴 때마다 속이 좀 쓰리긴 했습니다. 예전에 갖고 있던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 그리고 약간의 이더리움까지 제 손아귀에 있었다면 적어도 수십억 원 어치의 투자금을 쥘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십억 이익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고, 그 자금을 다시 씨앗으로 뿌리는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적어도 제가 몸 담아왔던 곳들은 후자 쪽이었으니...

어쨌거나 스팀잇을 하면서 투자 생활에 가장 힘든 부분인 지루함도 많이 달랠 수 있었고, 이전에 접하기 어려웠던 쉽고 잘 정리된 설명들, 빠르고 우호적인 정보들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까짓 코인 몇 백, 몇 천개와 바꿀 수 없는 진짜 저의 자산이 되어주었습니다. 그 때문에 이 스팀잇에 참여했던, 또 참여하고 계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있지요. 뭐, 저도 나름대로 여기서 여러분과 살갑게 지내면서 이런저런 도움이 되고자 했긴 했는데.. 그렇게 전우처럼, 훈련병처럼, 서로를 도우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 봅니다.


지난 주말엔 오랜만에 동창 친구(여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4년 전 연말 모임때 잠깐 보고 그간 못 봤던 것 같은데.. 공학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방황이 심했던 제게 고교-대학 동창 동기들과의 모임은 저의 심적 탈출구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 쌓은 우정들을 간직한 채 일년 이년 나이를 먹어가다가... 왠일로 동창모임 소식이 아닌 일로 얼굴을 봤으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낌새를 보아하니 뭔가 답답하고 우울한 기분 같기도 하여 오랜만에 맥주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지요. 역시나 예감대로 아이 육아에 대한 문제, 남편에 대한 문제 등등에 많이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결혼을 했던지라 늘 다른 친구들보다 살아가며 겪은 다사다난한 일들을 먼저 겪어야 하는 처지였고, 여자의 자존심에 여기저기 하소연도 할 수 없던 찰나에 거의 유일하게 결혼도 안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는 동기가 생각이 났었던 것이죠. 뭐, 상담이야 잘 해주는 편이니 말 벗 한 번 잘 고르긴 한 것 같습니다.

헌데, 그 친구로 부터 이런저런 하소연을 듣다 보니 그 친구와 제가 살아온 궤적과 삶을 대한 태도가 정 반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어릴적부터 부모님 속도 안 썩이고, 정말 대개의 부모님이 바라는 바처럼 평탄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왔었지요. 그리고 꽤 오랜 기간 남편 및 아이와 별 무리 없이 잘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야 그런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아니는 말을 안 듣고, 남편은 속을 썩이고.. 뭐 다들 TV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지요. 결국 안정되고 평탄한 길만 걸어오고 그것이 세상의 일상사로 받아들인 삶이다 보니 급작스럽게 닥친 일련의 상황들에 마음이 불안하고 어찌 대처해야 할 지 모르는 수밖에요.

저는 어떠했을까요? 생각해 보면 저는 참 Risky한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전공에 대한 방황은 앞으로 내가 무얼 해야 할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찾아나서고 픈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앞으로 어떤 고난을 겪어야 할지.. 늘 고민하고 무언가에 도전하는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해 남들이 바라고 기대하던 길을 걷지 않겠다는 결심은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이 험난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이었고, 저는 근 20년 가까운 인생길을 그렇게 부딪히며 살아왔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내공이 쌓였던 것 같습니다. 늘 위기였고, 늘 불안했지만, 그건 늘 도전이었고, 저의 몸과 마음, 머리를 온통 일깨우며 살아있게 했습니다. 제게 있어 세상은 안정된 것이 아니었기에 안정된 상황이 이어질수록 그 다음의 파고를 준비하였고, 그 파고를 인생의 더 좋은 기회로 만들기 위해 위험을 관리하고 기회를 살리는 방법을 모색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트레이딩이나 투자 세계에 빠져든 것도 어쩌면 그런 맥락과 같이했던 것 아닐까 싶네요.

친구의 고민도 들어주고 저의 조언도 해주고.. 그런 시간들이었지만, 결국 한 가지 만큼은 꼭 알려주고 싶었기에 이렇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친구야. 사실 인생이란게 늘 내 맘대로 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그런거 같지는 않아. 나는 반대로 삶이란 늘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언제든 불안정한 상황으로 빠져들게 되는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걸 어떻게 헤쳐나가고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가 하는 숙제를 푸는거나 마찬가지야. 지금은 네게 그런 숙제가 주어진 것이고. 마음을 조금만 바꿔먹으면 이건 불행으로 빠져드는 길이 아니라 내 자신을 삶의 주체로 탈바꿈 시켜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마카오 친구 양양이 뻔질나게 카지노를 드나들며 피서를 하고 있던 저에게 이런 말을 던지더군요.

"연어님. 혹시 도박 중독에 빠지신건 아닌가요?"
"에헤이~ 절대 그럴리 없습니다."

"술취한 사람이 술취했다고 하나요?"
"어허..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절대 중독 아닙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요?"

자, 여러분 같으면 어떤 대답을 해주시겠습니까? 사실 어떻게 말하든 제 친구 양양님은 쉬 걱정을 떨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이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게임이니까요?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쉽게 대답을 해 드린다면..

카지노는 플레이어에게 우위가 없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저번 글에 마카오 여행을 마치고 오면 카지노와 겜블에 대한 저의 생각들을 한 번 연재해 보겠다고 했는데 아직 그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일맥상통한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분명 카지노 겜블은 우위가 없습니다. 우위가 없는 게임은 시작부터 하는게 아니고, 하더라도 길게 하는게 아니고, 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얼마나 잃어줄 것인가에 대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어님은 왜 하세요? 라고 물으신다면? 네.. 그 이야기는 카지노 겜을 이야기 편에서 하도록 하고.. 자, 반대로 얘기하자면.. 저는 우위가 있는 게임은 열심히 합니다. 그것도 재미있게 하고, 설령 중간 결과가 좋지 않다 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면, 또는 관리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계속 밀어 붙입니다. 그런 것들은 많습니다. 트레이딩이라고 하는 것은, 투자라고 하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시장이 가진 우위를 찾고 그 우위를 수익으로 환원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갖는 것, 그리고 그 전략대로 밀고 가기 위해 자금을 관리하는 것..

저에게 암호화폐 시장은, 블록체인 세상은 그런 것입니다. 여전히 우위는 존재하고 있고 시간이 지날 수록 더 확연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망설입니까? 왜 두려워합니까?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손실의 기간이 있을 수도 있고 암흑기란 것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 우위가 있음을 알고 있고,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면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되려 대부분이 나가 떨어질 때 그 버려진 기회는 제가 더 오는 법입니다. 저는 전략이 있고, 자금이 있으며,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할지, 더 키워야 할 때, 비중을 줄여야 할 때, 등등을 알고 있습니다. 아마추어는 아닌거지요.

많은 분들이 자금 문제를 얘기하곤 합니다. 당연합니다. 정말 중요한 부분이고요. 투자의 세계는 곧 베팅의 세계입니다. 어떻게 베팅을 설계하고 지속해 나가느냐의 향후 엄청난 결과 차이를 불어옵니다. 트레이딩 입장에서는 지금 암호화폐 자산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실제로 저는 그렇게도 했습니다. 반면에 투자 입장에서라면 되려 매입을 늘려가 볼만한 때입니다. 이 또한 저는 그렇게 했습니다. 상반된 행동인가요? 글쎄요.. 저는 두 가지 플레이를 하는 입장이라 각각의 로드맵에 맞는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후자쪽.. 특히 투자의 영역에서는 추가 투입 자금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판돈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가? 이 또한 머니 게임의 초기 단계에서 부터, 또 머니 게임을 해 나가면서 실행해야 할 중요한 전략입니다. 코인 시세가 떨어집니다. 더 매력적인 가격이 되었습니다. 추가로 사고 싶습니다.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요? 어디서 어떻게 끌어오도록 할 수 있을까요? 이 고민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해 뒀다면 이는 기회를 더 크게 살려가는 셈이 됩니다.


맨 앞으로 얘기를 돌아오면.. 아침에 폭포수처럼 떨어진 코인 시세에 많이들 놀라셨는지요? 추세라는건 참으로 무서워서 어느 순간부터 지속되고 있는 하락 추세가 아직 멈추지 않았을 뿐입니다. 네, 저도 물론 암호 자산의 잠식 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무슨 숏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러나 저의 코인 수량은 더 늘어나고 있고, 자산 배분은 더 다이나믹하게 실행되고 있으며, 향후 반등과 상승장이 올 때를 대비해 이것저것 잘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투자의 세계란 그런 것입니다. 그런 준비에 빠져있으면 이런 장에 놀라기 보다는 이렇게 외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앗싸 가오리~"

이렇게 말이죠. 여러분, 다들 힘내셨으면 합니다. 잘 살펴보면 이 스팀잇 마을에 투자에 관한한 뚜벅이 걸음으로 한 걸음씩 밀고가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마침 오늘 @oldstone님께서 좋은 글을 남겨 두셨으니 꼭 한 번씩 정독하셨으면 합니다) 저도 2년 씩(?)이나 된 이웃이니 몇 마디 얘기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주저리 주저리 해봤습니다. 힘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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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btc 100개 중국 헌납 ?
이해가 안되네요 ?

스팀 만 2년 사용자 후기,
느끼는 점이 많군요.

앗싸 가오리 삼창합니다 ㅎㅎ

이런날 아싸!가오리 외치고 싶네요.전 준비가 .....ㅜㅜ

머든 배팅은 어려운듯합니다...배팅후 홀딩과 익절..손절...쉬운게 없죠,,,스팀은 올해 잘넘기고 내년부터 좀씩 기지개 펴길 바래봅니다~

역시 투자와 트레이딩의 관점을 두루 섭렵해야하나 봅니다. :)

스팀이 천원이 깨졌음에도 더 내릴 수 있다는 글을 보고 멘탈이 정말 무너지네요. 스팀잇에 매일 들락거리는데 수익은 커녕 오히려 손해가 나고 있으니....
다시 좀 추스려야겠습니다.

긴글을 술술 읽어 내려갔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함이 울려오네요.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그런 게임...그런 게임이 되기 위해서, 일희일비가 아닌, 말씀대로 위험을 관리하고 기회를 살리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할 때 인듯 합니다.

2년 간의 스팀잇 자체로도 정말 대단하시고, 넘실대는 삶의 파도를 슬기롭게 넘기시며, 살아가고 계시는 것은 더더욱 대단하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가격이 매력적이라... 또 다른 관점이네요.

연어님 귀환 하셨네요^^
알트코인이 없어지지는 않으니까,
스팀이 속절없이 가격이 떨어제도 사라질 플랫폼이 아니니까 길게 보고 마음을 추스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좀 더 사서 물타기 할까 고민중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싸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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