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오밤중에 들려오는 신비스런 절규.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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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감싸듯 겹겹이 산으로 둘러 쌓인 작은 산골 마을.

나는매일 저녁 해넘이를 하고,
빛이 걷어들여진 수묵빛 대기의 맑음을 맞이하며
어둠이 천지 사방을 먹물처럼 감싸고 들어 올 때 까지
마당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다.

산 그림자와 밀어를 속삭이는 여울물 소리.
홀로 짙어져 가는 어둠을 희석 시키려는 마당의 가로등과
흐흐흐흐~ , 흐흐흐~,
허공을 흐물흐믈 주무르는듯한 부엉이 소리가 들리면
싸늘해진 공기가 나를 방안으로 떠민다.

마당에서 몸을 돌리는 순간 또 그 소리가 들린다.

매력적인 중 저음의 남성의 목소리,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를 향해 짧게 짧게 내지르는 소리다.

똑같은 소리가 한동안 반복된다.
여울 건너편 산에서 나는 소리다.

오! 이번에는 정말 매력적인 남성의 목소리 같아!

나는 녀석들의 애타는 사랑의 갈구를 느낀다.


화천 명월리로 치유명상센터를 마련해서 이사를 한 친구.
이사 온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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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한맺혀서 피 터지게 내 지르는 절규를 듣는다.

아, 누군가 정말 힘든 사람이 산에서 목놓아 울며 절규하나 보다.

다음날도 다음날도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친구들을 불러 모아 중무장을 하고 산으로 가서
저 절규하는 사람을 찾아봐야 겠다.

필시 무슨 사연이 있는 사람이 저 산속에 있는게야.

그러나 동네 사람들이 하나같이 뜯어 말린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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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소리는 사람의 소리가 아니다.
고러니가 짝을 찾을 때 나는 소리다.

그러나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내려온 사람들은
초저녁이나 한 밤중에 산에서 들리는
저 한맺힌 듯한, 피터지 듯한 절규의 소리를 들으면

꼭 사람의 소리로 착각하여
그 사람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요즘도 흔히들 경험하는 일이다

풀만 뜯어 먹는 그 착하고 예쁜 짐승이
왜 그토록 처절한 소리로 짝을 찾아야 하는 걸까?

왜?
"우리 짝짓기 철 되었어요.
동네 주민은 긴장하시고, 잠자던 분들은 깨어나시고,
일 하시던 분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우리에 대해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
하는 걸까?
ㅋㅋㅋㅋ

정말 신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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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랑 이야기가 소설인 줄 알았네요.
신비로운 동물세계입니다.

네, 동물의 세계는 참 신비롭고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부엉이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해요. 고라니가 사람인줄 알고 찾아가는 얘기 재밌어요:)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기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글 읽는 도중 신비롭기도 몽환적이기도 하고 스릴러 같은 분위기도 느껴지다가 마지막에 피식하게 되네요ㅎㅎㅎ

글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밤 늦게 아이 우는 소리가 너무 커서 나가보았는데, 아기는 아기인데 사람이 아닌 고양이 였던 일이 기억 납니다ㅎㅎㅎ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아, 맞아요 고양이 소리는 아가우는소리와 정말 비슷하죠. 제가 고양이를 키워서 너무 익숙해져 있었군요. 일깨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

친구분이 화천으로 이사를 하셨군요! 저도 젊은 시절 화천에서 군생활을 했었는데... 정말 밤마다 고라니 소리 장난 아니죠...ㅎㅎ

화천에서 군생활 하셨군요. 추워서 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고라니 소리는 무섭지 않으셨어요?

뭐 젊을때라...ㅎㅎ 또 추위를 많이 안타기도 하고요! 시골 출신이라 어릴적부터 많이 들었답니다!

그러셨군요. 다행이예요. 저도 강원도 복골 출신이예요^^

매일 저녁 해넘이를 한다는 말이 참 좋았어요. 해넘이라는 말을 참 오랜만에 듣네요. 언젠가 한 번 저 곳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네 해넘이를 할수 있는 것은 시골에서 누리는 가장 황홀한 사치 같아요. ^^

"우리 짝짓기 철 되었어요.
동네 주민은 긴장하시고, 잠자던 분들은 깨어나시고,
일 하시던 분들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우리에 대해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
하는 걸까?

라는 물음에
그러지 않을까요
라는 생각이 절로 입밖으로 나올뻔했네요 ㅎㅎ

네^^ 저랑 같이 느끼고 공감하신거죠? 좋네요^^

사진이 이야기처럼 정말 신비스럽네요. 시골가면 고라니가 자주 보이던데... 밤에 운전할때 조심해야 하더라고요^^;

예, 고라니 로드킬 정말 조심해야죠. 강원도는 중부지방에 비해 로드킬이 현저히 적더군요. 저는 강원도 동물들은 똑똑하다고 늘 길에 다닐때 마다 칭찬곤 합니다. 충청도에 살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고라니 로드킬을 목격했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전북인데 시골에 고라니 정말 많아요^^

그럼 고라니 소리는 익숙하시겠네요. 저는 처음 들었을때 맨날 인터넷에 올리면서 저 소리가 뭐냐고 . 동네 남자들 모아서 어떤 사람인지 찾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었죠^^

어렸을 때 산골에 있던 학교 다니면서 고라니 울음 소리 많이 듣기도 하고,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 쫓아가보기도 했었습니다. 문득 그 때 기억이 나네요.

시골에서 살았었군요. 지금 생각해도 시골 생활이 가장 순박하고 천진하고 순수할 때죠? 저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사는게 참 좋아요 . 촌스런 사람들하고 사는게요.^^

시골에서 산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산골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ㅋㅋ

제목을 읽는 순간 번뜩!
아... 고라니 이야기 이겠구나 했답니다 ^^
필력이 좋으셔서 이야기 너무 재미있게 풀어 주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하하 ~감이 빠르시네요. 고맙습니다. 평온한 밤 되세요.

시작은 스릴러 소설처럼 시작해서.. 마지막은 19금으로 끝나버렸네요.. 처음에 몰입이 엄청 되다가 마지막에는 피식하고 웃어버렸네요. ^^ 편안한 밤 되세요

네. ㅎㅎ 그랬습니다 평온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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