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뇌와 우뇌, 서로 다른 인격을 가진 자들의 공존, 머리 속 '랄라랜드' 접속하는 방법.

in #kr6 years ago

실수한 일들이 자꾸 떠오를 때가 있다. 가만히 있다가 순간 얼굴이 벌게져 푸다닥 고개를 친다. '그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떠올리면서 상처에 국산 천일염을 뿌린다. 살면서 남 시선을 의식하지 말자고 얼마나 다짐했던가. 다 헛수고였지만. 시선에 신경 끄기는 불가능하다. 그럼 큰 욕심 버리고, 최소한 남을 무시하지 않되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기는 가능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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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을 분리하는 건 좌뇌 영역이다. 'I am'이라 떠올리는 순간 세계와 나는 분리된다. 우월과 열등이 생기고, 남과 비교하는 마음 속 한 부분이 삐죽 솟는다. 모임에 나가면 하하호호 웃는 지인들 사이에 오가는 자뭇 쨍하는 눈빛 전쟁을 느낀다. '이번에 내가 승진해서 연봉이 얼마 올랐잖아.' 라던지, '미국에 휴가 차 다녀왔는데...'같은 말들은 얼마나 내 신경을 긁어 놓든지, 집에 돌아와 '나는 지금까지 뭘 하고 산 건가, 열심히 공부해봤자 헛수고네' 하고 자책하던 기억은 지금도 명치 근처를 아프게 한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지울 순 없지만, 적어도 감정을 조절하는 길은 열려 있다. 우뇌에 접속하면 된다. 질 볼티 테일러 박사는 '뇌졸증에서 얻는 깨달음' (jill bolte taylor : My stroke of insight) 강연에서 우뇌를 '랄라랜드'라 칭한다. 어느 날 좌뇌에 피가 고여 마비되면서 온전히 느낀 우뇌 속 랄라랜드는 평화롭고, 에너지로 가득 찬 세계였다. 너와 나를 분리할 필요도 없는 공간이었다. 우뇌에 접속한 그에겐 세상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 된 에너지 덩어리였으니까. 뇌 신경 과학자 질 테일러 박사의 강연을 보면서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가슴 속 울림이 있었다. 과학자가 말하는 비 논리적 체험이 역설적이다. 하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해서 미신은 아닐 일들이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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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테일러 박사. 죄뇌가 마비되는 경험을 통해 명상의 심층부를 체험했다.

나만의 랄라랜드를 찾아서

시끄러운 내 속을 조용하게 두고 싶었다. 나름대로 찾은 방법이 명상이다. 명상은 지금 여기를 온전히 느끼는 체험이다. 명상을 한다고 공중에 뜨거나 심안이 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온전한 찰나'를 체험할 수 있다. 명상 후에는 어쩐지 기분 전환이 되었는데, 왜 편안한 느낌이 드는지 알고 싶었다. 내게 명상을 가르치는 원장님은 그냥 느끼고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고 했다. 느낌을 정리할 때 뇌의 좌반구가 확실해져서 방어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명상은 지금 이 순간을 붙잡는 작업이다. 우뇌 영역이다. 감동으로 벅차오를 때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그 순간이 명상 속에 깊이 들어간 때다. 명상은 가부좌를 틀고 손을 동전 모양으로 만드는 이미지로 한정하기에 그 범위가 한정 없다.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이 사라지고 고요해 질 때, 혹은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다가 온갖 이미지가 떠오르고 '내'가 사라질 때. 친구와 대화하다가 마음이 통했다고 느낄 때, 언제라도 비슷한 순간을 느꼈다면 당신은 명상을 해 본 사람이다.

▲질 볼티 테일러 박사의 강연, TED 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연들 중 하나다.

: 자기 소개:

재미와 의미를 소중히 하는 사람이다. 관심이 사람의 내면으로 향할 때가 많아, 5년 전 본격적으로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명상 관련 책을 즐겨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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