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을 위해 쓰는 편지 4. 40점.

in #kr7 years ago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인지, 5학년 때였던 것 같다. 당시 담임선생님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받아쓰기를 보겠다고 하시며, 초등학교 2학년 때 쓰던 B5사이즈의 주황색표지 받아쓰기 책을 나눠 주셨다.

나는 내 이름 석 자를 간신히 쓰고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한글 맞춤법은 초등학교 내내, 심지어 지금까지 내 발목을 잡는다. 당연히 받아쓰기를 못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기억이라곤 매일매일 힘들게 치르던 받아쓰기 시험이 전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다시 시작한 받아쓰기에서 근근이 7~80점대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40점을 받아 버렸다. 그 당시 선생님은 50점 이하인 경우 시험지에 부모님 서명을 받아오게 했다.

절망적이었다. 저 시험지를 부모님께 내밀고 서명을 받아오라니...... 결국 집에 가서 하루 종일 그 시험지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학교가기 직전에서야 어머니께 시험지를 보여드렸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안아주시더니만 ‘힘들었지?’라는 말과 함께 묵묵히 서명을 해주셨다.

이후 시험을 조금 못 보더라도, 부모님께 시험결과를 말하는데 거리낄 것이 없었다. 학창시절 이랬던 경험이 내 의식에 남아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무의식은 시험을 망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 내가 기억하고 있지 못하던 내 추억이 내가 꾸준히 나름 괜찮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넘어질 줄 알아야 한다. 넘어져 봐야 넘어지는 것이 별게 아니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넘어져 봐야 일어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넘어지면 그저 손을 내밀어 주자, 그 사람이 더 강해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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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져 봐야 일어나는 방법을 배울수 있다 "" 지금 제 힘든시기에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네요 ..

nice post..

wonderful post and narrative. Thank you for sharing!

안녕하세요 ioc님,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것 같네요 ㅎㅎ 그렇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적은 듯 합니다. 하지만 숨기거나 부끄러워하는 것 보다는 내보이는것이 좋다는 것은 꼭 알려줘야 하는 부분인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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