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은 어떻게 일할까? [배민투어 with 한명수 CC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일차원적으로는 회사의 앱, 광고, 사내 디자인 그리고 공간에 들어가 있는 그래픽, 소품, 스티커 그리고 이메일에 들어가는 서명 등 모든 것을 다 보고 있고요. 눈에 안 보이는 기업문화, 소통방식 이런 것들을 대표님과 잘 맞춰서 일하고 있어요.
그중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것도 맡은 일 중 하나인가요?
그건 일이라기보다는 회사의 리더그룹들이 해야 하는 기본 항목인 것 같아요. 회사에서 일하고자 하는 방식들이 있거든요. 말을 많이 하게 하고 정직하게 일하고 박력 있게 일하고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잘하게끔 돌보는 거죠. 그런 것들이 안 이루어지면 왜 안 이루어지나 질문하고 얘기 나누는 게 일이에요. 이런 건 저 혼자서 다 하는 것 아니고요.(웃음)
그렇다면 CCO(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신경을 쓰고 있나요?
통제하지 않는 거죠. 통제하는 순간 창의성은 확 죽거든요. 저희 회사의 좋은 말 중의 하나가 '규율 위에 자율'이라는 말이에요. 기본적인 최소한의 규율이 있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뭔가 하게끔 하는데 모든 것이 맞춰져 있어요.
한명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통제하지 않는 거죠. 통제하면 창의성이 죽어요."
문화적인 부분에 대한 말씀인데, 공간적으로는 어떻게 도와주고 있나요?
우리 공간은 직원들을 편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직원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일에 집중하게 하려고 어떤 회사는 파티션을 세우고 개인 공간을 많이 주기도 하지만 저희 공간은 달라죠.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집중하며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간의 컨셉이에요. 그래서 파티션도 없고 구석에 가려진 공간도 거의 없어요. 어떻게 보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조금 산만할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편안하게 어디서든 얘기할 수 있거든요.
업무 공간에 노래가 계속 나오던데 그것도 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맞아요. 피플팀에서 노래를 선곡하는데, 피플팀은 공간이나 시각적인 것이 아니라 정서적인 것과 공기를 만들어내죠. 금요일에 청소를 할 때는 박력 있는 큰 음악도 틀고, 졸린 시간에는 약간 경쾌한 것도 틀고, 너무 바쁠 때는 잔잔한 음악도 틀어서 전 구성원이 화이트 노이즈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최근 2018 IF디자인 어워드 사무공간 부문을 수상한 우아한 형제들 오피스. 위 공간은 회의실 I ⓒ우아한형제들
업무 공간은 사진처럼 왼쪽은 코워킹스페이스, 오른쪽은 개인오피스로 공간을 구분해놓았다.I ⓒ우아한형제들
최근에 IF어워드 사무공간 부문에서 수상했는데, 소개 영상에서 '공간은 넓지 않지만 생각은 넓다'라는 카피가 인상적이더라고요.
네. 이번 IF어워드에 상을 받은 공간의 컨셉을 밍글링 스페이스(Mingling Space)라고 해요. 구성원들이 섞여서 계속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컨셉으로 출품을 했었는데, 저희 공간이 좁거든요. 한 층의 평수가 100평도 되지 않아요. 그리고 직원들은 계속해서 위아래로 회의하기 위해서 오르락내리락하고 협소한 공간에 인원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개인 공간을 작게 만들고 코워킹스페이스에서 협업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저희는 한군데서 일하는 것을 저희는 지양하고, 구성원들이 계속 자기 노트북을 들고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일하는 걸 지향해요. 기존의 회사들은 자기 자리에 앉아서 오랫동안 있으면 일을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자리에 혼자 앉아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 사람 왜 대화를 하지 않을까?’ ‘저 사람들은 왜 섞여서 일하지 않을까?’ '이렇게 재밌는 공간들이 많은데 왜 다이나믹하게 움직이지 않지?' 이런 생각들이 들죠. 이번 IF어워드에도 그런 점들을 많이 소개했어요.
각층은 올림픽에서 혁신을 이룬 스포츠 선수들을 컨셉으로 꾸며져있다. 위 사진은 12층 스키점프선수 얀 보클레브 컨셉. 그는 처음으로 V자 점프를 시도했다.I ⓒ우아한형제들
14층은 피겨스케이팅의 전설 소냐 헤니가 컨셉이다. 그녀는 처음으로 피겨스케이팅에 발레의 안무를 이용했다.I ⓒ우아한형제들
오피스가 올림픽 공원 바로 옆에 있는 것도 평범하지 않은데, 그 이유가 뭔가요?
그건 저희 회사 대표님의 철학이자 취향일 수 있어요. 예전 사무실은 잠실 석촌호수 바로 앞에 있어서 그때는 네버랜드 컨셉으로 전체 공간을 꾸몄거든요. 피터팬, 후크선장이 있었고 그리고 위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석촌호수에 있는 공간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보이거든요. 정말 되게 웃겨요. 그래서 그때부터 일하는 곳은 단순히 멋있는 사무 공간이 아니라 창밖을 살짝 봤을 때 뭔가의 정서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그걸 대표님이 중히 여겨서 그런 차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하다가, 가깝고 공원이 일단 되게 좋고 올림픽 공원이 좋아 보이는 이곳에 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곳을 찾을 것 같아요. 가끔 농담으로 궁이 있는 곳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말도 하는데(웃음). 그것이 공간을 선정하는 첫 번째 조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창밖으로 올림픽 공원을 보며 회의를 하고 일을 하는 코워킹스페이스.I ⓒ우아한형제들
올림픽 공원 옆에 있어서 각층의 인테리어 컨셉이 스포츠 선수인 거죠?
사실 스포츠 선수는 올림픽 공원 때문에 생긴 약간 억지로 맞춘 느낌도 있어요.(웃음) 그냥 공원이 아닌 스포츠 공원이고 그것이 우리가 일하는 것과 관계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죠. 찾아보니 스포츠 분야에서도 혁신가들이 있었고 그건 1등을 한 선수들이 아니라 규칙을 바꾼 선수들이었거든요. 생각보다 그런 선수들이 굉장히 많아요. 수영할 때 처음으로 플립턴 했던 선수, 높이뛰기를 할 때 처음으로 배면 뛰기를 했던 선수, 달리기했을 때 처음으로 크라우칭 스타트를 했던 선수들. 한 명 한 명 찾아가면서 '오 스포츠 컨셉으로 할만하네'라고 생각해서 디자인으로 녹여냈죠.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 김봉진 대표에게 직원들의 질문을 던진다. 어떤 질문도 할 수 있는 공간이며, 대표는 모든 질문에 최선을 다해서 답한다.I ⓒ우아한형제들
트랙컨셉으로 되어있는 계단식 회의실도 인상적인데, 이곳에서 매주 김봉진 대표와 직원들이 만나는 거죠?
네. 맞아요. 전체가 모여서 회의를 하기에 가장 탁월한 공간인 것 같아요. 이런 식의 계단 공간은 윗사람이 앉아야 하는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직장에서 윗사람은 조금 어려운 존재잖아요. 이런 자리에서는 리더들이 아무 데나 앉게끔 되어있고 구성원들이 여기저기 앉아있으면 시선 방향이 다 흩어지면서 대화가 한결 캐주얼해져요. 그런 것들은 이미 예전 사무실에서 확인을 했고 이것이 민주적인 소통에 있어서 좋은 공간이구나라는 걸 알아서 여기서도 이렇게 하고 있어요. 이런 공간들은 계속 지켜나갈 것 같아요.
앉아서도 일하고 서서도 일하는 등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공간을 만들었다.I ⓒ우아한형제들
그렇다면 문화적으로는 회의시간이 좀 더 창의적인 시간이 될 수 있게 도와주나요?
모든 조직이 다양하고 리더들 각자의 개성적인 리더십이 있어서 통제하진 않지만, 회의에서는 기본적으로 리더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공간을 이렇게 만들건 수평적으로 만들건 하드웨어는 하나의 환경의 설정일 뿐이고 리더는 구성원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말을 절제하고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아래 직군에 있는 친구들은 두려움이 없어야 될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까일까, 내가 잘못했을까, 지적질하면 어떡하지' 하는 눈치를 느끼게 되면 절대 그다음 부터는 자유로운 회의를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리더는 계속 구성원들이 계속 쓸데없는 이야기를 해도 웃어줄 수 있어야죠.
어떻게 하면 리더를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자주 보면 돼요. 저희 아까 공간을 보면 리더의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거든요. 저 같은 경우도 그냥 아무 자리나 앉아요. 저희가 6개월마다 다른 층으로 이사를 할 때 자리를 추첨해서 뽑아요. 리더나 구성원이 아무 자리에 앉게끔 되어있어서 사람이 느끼기에 나보다 좀 어려운 리더가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거죠. 처음에는 불편하겠지만 계속 보게 되면 아무렇지 않아요. 그래서 그것이 회의시간을 두렵지 않게 만들어요. 우리가 말로 그냥 “야 열심히 해, 자유롭게 얘기해”라는 말들은 공허한 울림에 불과하죠.
곳곳에 붙어있는 문구와 포스터.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조심하게"I ⓒ우아한형제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배달의 민족 서비스의 철학이다. 직원들은 곳곳에서 포스터를 보며 일하는 이유를 되새긴다. I ⓒ우아한형제들
외부에서 오는 손님들에게 특별히 인기 많은 공간이 있나요?
일단 업무 공간들을 다 흥미롭게 봐요. 직원들이 다 누워서 일하고 소파에 가서 널브러져 있으니까. 외부 사람들은 평상시에도 진짜 이러냐고 묻는데(웃음) 저희는 대표님이 와도 자세가 똑같거든요. 누가 온다고 자세 바로잡고 청소하고 이런 짓을 안 하기 때문에(웃음) 외부에 있는 사람들은 '되게 자연스럽다, 자기도 이런 걸 하고 싶다' 그렇게 얘기해요. 근데 그게 안 되거든요.
개인적으로 잘됐다고 생각하는 인테리어 공간은 있나요?
다른 분들은 인테리어를 잘했다고 하지만, 예쁜 곳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저는 인테리어 자체를 보고 되게 잘했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조심하게’,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자’ 이런 문구들이 곳곳에 있는 것들을 오히려 굉장히 좋아하고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건 저희가 멋있는 말을 장식으로 쓴 게 아니라 일하는 규칙들이거든요. 회사의 규칙을 어느 한구석에 근면! 성실! 이렇게 붙이는 게 아니라 곳곳에 반복되어있어요. 우리가 일하는 이유, 우리가 중히 여기는 것들을 위트있는 말들로 스며놓은 것이죠.
사무 공간에서 포스터나 문구가 중요한가요?
아주 중요하죠. 우리들이 좋은 말을 좋아하지만 그 말이 지켜지지 않을 때, 그 말은 껍데기밖에 안되거든요. 표어나 슬로건이라고 하죠. 근데 그 말들이 계속 눈에 보이고 그것들이 지켜지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게 리더의 몫이고 구성원들의 몫이에요. 예를 들어, 저 구석에다가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자'라고 했는데, 저건 우리가 정직하게 일하자는 뜻이거든요. 법인카드를 쓰는 것, 회의할 때 팩트로 정직하게 얘기하는 것, 외부협업했을 때 정직한 거래를 했는가, 내가 야근 수당을 신청했을 때, 휴가를 갈 때 등 뭔가 모든 부분에 관한 거예요. 커피를 하나 사 먹더라도 '이게 회사일을 하는데 정직하게 먹는가' 이런 것들이죠.
17층 I ⓒ우아한형제들
이 회사 와서 되게 재미있었던 일화 하나가 있어요.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는 문구에 관한 이야기에요. 2년 전쯤에, 어떤 직원이 집요하게 일을 열심히 하는 거예요. 디자이너들이 성가시게 계속 예쁘게 고쳐달라고 해서 제가 "00님, 너무 집요하게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 그랬더니 그 직원이 하는 말이 "위대하게 해야죠. 제 머리 위에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고 적혀있어요."라고 한 거죠. 매일 출근할 때 그걸 보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위대한 것을 하고 싶어서 본인은 일을 한대요. 그러니까 저는 할 말이 없었죠. 한낱 시트지로 만든 문구가 저 직원을 일하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구나 생각했죠. 그때부터 이런 슬로건들이 저한테는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직원뿐만이 아니라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해서도 공간을 배려해놓았더라고요.
네. 17층도 면접실을 되도록 창가에 올림픽 공원이 보이게끔 자리를 만들어놨어요. 대부분 긴장한 상태에서 오거든요. 창밖을 본다고 긴장이 완벽히 풀리진 않지만 그 공간에 와서 마음이 좀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면접관 입장에서도 지원자가 평상시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해주길 원하거든요. 경직되어있고 억지스럽고 뭔가 불편한 모습들을 보게 되면 저희가 힘들어요.
MBC <무한도전> 면접의 신 특집에 출연했던 한명수 CCO. 지원자는 양세형이었다.ⓒMBC<무한도전> 캡쳐
양세형의 대답은 "똑똑똑 실내홥니다" I ⓒMBC<무한도전> 캡쳐
그리고 출시했다. I ⓒ우아한형제들
면접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무한도전> 양세형 슬리퍼는 처음부터 기획된 건가요? 굉장히 빨리 출시했더라고요.
아니요. 모두 즉흥적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다 물어보더라고요.(웃음) 각본이 있었던 거냐. 각본 전혀 없어요. 저희가 평상시에 면접하는 게 일이니까, 일주일에 네다섯 명씩 계속 인터뷰를 하거든요. 처음에 촬영 요청이 왔을 때 처음에는 우리가 하던 대로 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방송사에서 그러면 재미없지 않냐고 했죠. 그렇다고 우리가 쇼를 할 순 없잖아요. 짜장면으로 뭘 해보세요, 노래해보세요 이런 걸 할 순 없잖아요. 저희는 평상시에 하던 대로 하고 싶다. 무도 친구들 30분 와서 우리가 하던 대로 묻고 대답하고 재밌으면 쓰셔라 하고 했고, 무도에서도 아무런 가이드를 안 줬어요. 저희는 이분들이 연예인이고 무슨 직군의 마케팅 면접을 보는 것도 아니니까 저희가 늘 묻는 방식으로 이것도 물어보고 저것도 물어봤죠. 양세형 씨가 정말 잘했어요.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즉흥적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한명수 이사가 생각하는 배민다움은 무엇인가요?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것. 뭔가를 위해서 억지로 꾸미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억지로 하지 않는 것. 그런 것이 배민스러움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걸 저희는 박력 있다 그리고 자유롭다 그러한 솔직하게 움직인다 이런 느낌으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저희는 내부에 있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정말 즐겁고 스스로 회사를 사랑하지 않으면 고객을 위한 만족이나 마케팅 슬로건들은 다 가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까도 공중전화 부스 문을 열면 '구성원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라고 써놨는데 그게 진짜거든요. 그래서 구성원들이 정말 즐거우면 그 즐거움들이 외부로 자연스럽게 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안에서 건강하고 박력있고 즐겁게 일을 하면 특별히 포장하지 않고도 외부로 자연스럽게 나가는 것 같고 저희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자신감이 있죠. 정직하고 박력하고 자연스럽다. 그게 제가 얘기하고 싶은 바입니다.